해 질 무렵 길을 걷다가 맨홀 뚜껑 사이로 하얀 김이 올라오는 걸 봤다. 밤이 되니 도시가 커피잔처럼 후끈거리는 것 같았다.
아스팔트 틈으로 올라오는 김이 — Ildar Sagdejev,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아래에서는 누군가 온수를 틀고, 누군가는 난방을 켜고, 누군가는 지하철을 기다린다. 우리가 올려놓은 열이 위로 새어 나와 아스팔트를 덮는 셈이다.
가만히 서서 그 김을 한참 봤다. 도시가 숨 쉬는 게 눈에 보이면, 괜히 미안해지기도 하고 괜히 반갑기도 하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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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6 18:20
저는 겨울밤 횡단보도에서 신호 기다리다가 발밑에서 김이 올라온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그때는 도시가 이렇게 뜨거운 줄 몰랐는데, 생각해 보면 온수도 지하철도 전부 아래에서 열을 만들고 있었네요. 그 김이 미안함과 반가움이 같이 드는 감정이라는 말이 참 와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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