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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영국 통계청(ONS)과 국토측량국(Ordnance Survey)이 처음으로 손을 잡고 낸 보고서가 하나 있었다. 대상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의 "하이스트리트(high street)" — 우리말로 하면 동네 중심 상가거리다. 2012년과 2017년을 비교한 이 표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총계가 아니라 한 줄짜리 예외였다. 런던만 소매업 일자리가 6% 늘었고, 나머지 모든 지역은 줄었다. 웨일스가 10.0%로 가장 깊게 빠졌고, 스코틀랜드 8.6%, 요크셔와 험버 7.0%, 이스트오브잉글랜드 5.7%, 이스트미들랜즈 4.9%가 뒤를 이었다.

이 다섯 개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런던 대 나머지"라는 익숙한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 안에 정반대 방향의 숫자가 하나 더 있다. 같은 5년 동안 하이스트리트의 숙박·음식업 고용은 모든 지역에서 20% 넘게 늘었다. 소매가 빠진 자리에 식당과 카페가 들어온 것이다. 이 글은 그 두 숫자가 한 거리에서 동시에 벌어졌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하이스트리트"는 특정 거리 이름이 아니다

먼저 용어부터. 영국에서 하이스트리트는 런던의 옥스퍼드 스트리트 같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마을과 도시마다 하나씩 있는 중심 상가거리를 가리키는 일반명사다. 은행 지점, 약국, 신발가게, 카페, 자선단체 샵이 한 줄로 늘어선 곳이다. 한국식으로 치면 지방 중소도시의 중앙로나 역 앞 상가거리에 가깝다.

이번 보고서의 흥미로운 점은 그 거리를 통계적으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ONS와 Ordnance Survey는 같은 이름의 거리 안 150m 범위에 가게 주소가 15개 이상 모여 있으면 하이스트리트로 잡았다. 리테일파크와 외곽 쇼핑센터는 일부러 제외했다. 기준선을 정해 놓고 셌다는 뜻이므로, 뒤에 나오는 감소율도 "어디까지를 상권으로 볼 것인가"라는 정의 위에 서 있다.

한국 독자를 위한 배경 — 영국 상가는 계약서가 다르다

한국 상권 기사를 읽을 때 가장 크게 어긋나는 지점이 계약 구조다. 한국은 전세·보증금으로 큰 목돈을 맡기고, 나가면서 권리금을 받는 관행이 제도화되어 있다. 영국 상업용 부동산은 대개 리스홀드(leasehold, 건물을 사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빌리는 권리) 방식의 장기 임대차다. 몇 년짜리 계약인지, 임대료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는지(rent review)가 핵심 변수이고, 상가 임대는 10년 이상 장기 계약에 수년 단위 재산정 조항이 붙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에 비즈니스 레이트(business rates, 상가에 매기는 재산세)가 매년 붙는다.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건물 가치를 기준으로 고지서가 날아온다. 반대로 한국식 권리금처럼 "이 가게의 영업 가치"를 돈으로 쳐주는 제도는 훨씬 약하다. 매장 인테리어와 단골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확인되지 않음: 다만 이번 ONS 기사는 임대료 수준이나 계약 구조 자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위 설명은 영국 상업 임대차의 일반적 배경이고, 기사의 지역별 감소율과 직접 연결된 원인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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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 몰드(Mold)의 하이스트리트. 영국 하이스트리트는 이런 지방 소도시 중심가를 가리키는 일반명사다 — David Dixon, CC BY-SA 2.0 (Geograph / Wikimedia Commons)

소매는 줄고 숙박·음식은 모든 지역에서 20% 넘게 늘었다

보고서가 밝힌 숫자를 정리하면 이렇다. 소매업은 런던을 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의 모든 지역에서 하이스트리트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숙박·음식업 고용은 조사 대상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20% 이상 늘었다.

업종 비중도 지역별로 갈렸다. 런던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소매업은 하이스트리트 고용의 25~31%를 차지했다. 런던은 18%였다. 런던의 하이스트리트는 일자리 총량이 늘었지만, 그 늘어난 자리가 소매가 아닌 다른 업종이었다는 이야기다. 같은 단어로 불리는 거리인데, 런던과 웨일스는 서로 다른 업종 구성으로 움직인 셈이다.

가게 수는 15% 늘었는데 소매업체 수는 2% 줄었다

여기가 이 보고서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대목이다. 2012~2017년 하이스트리트의 전체 사업체 수는 15% 늘었다. 비교 대상인 비(非)하이스트리트 지역의 22%보다는 낮지만, 어쨌든 증가다. 그런데 그 안의 소매업체 수는 2% 줄었고, 하이스트리트 밖 소매업체는 6% 늘었다. 늘어난 15%는 소매가 아닌 업종이 채운 것이다.

사람도 남아 있었다. 2017년 기준 약 1,030만 명, 영국 인구의 16%가 하이스트리트에서 200m 이내에 살았다. 그 지역의 인구는 5년간 6% 늘어 비하이스트리트 지역의 3%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거리에 사람은 더 많이 모였는데, 그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방식은 바뀌었다.

왜 런던만 달랐나 — 관광도 인구도 아니다

런던의 예외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이 기사가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없다. 다만 보고서의 숫자는 두 가지를 배제한다. 첫째, 인구 감소가 아니다. 하이스트리트 지역 인구는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빠르게 늘었다. 둘째, 하이스트리트 일반의 쇠퇴가 아니다. 동네 상가거리의 사업체 총수는 15% 증가했다.

남는 설명은 업종 이동이다. 소매가 빠지고 식음료·서비스가 들어오면서, 총량이 아니라 "일자리의 종류"가 바뀐 것이다. 런던이 예외였던 이유도 원문은 밝히지 않는다. 다만 소매 비중이 18%로 다른 지역의 3분의 2 수준이라는 사실은, 런던 하이스트리트가 이미 다른 성격의 거리로 재편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해석은 원문에 명시된 결론이 아니라 숫자로부터의 추론임을 밝혀 둔다.

반전 — "상권 몰락"이 아니라 "계산대의 이동"

2019년의 이 보고서는 그 자체로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었다. 기사는 이 수치가 "더 혹독한 2년"에 앞선 기록이라고 짚는다. 이후 영국 유통업계에서는 대형 브랜드들이 잇달아 법정관리(administration)로 넘어갔다. 그래서 이 데이터는 흔히 "하이스트리트의 몰락"을 보여 주는 사료로 인용된다.

그러나 표를 다시 보면 그림이 다르다. 사업체는 늘었고(15%), 인구는 늘었고(6%), 음식업 고용은 20% 이상 늘었다(모든 지역). 줄어든 것은 소매업체(−2%)와 그 일자리다. 즉 거리에서 일어난 일은 "가게의 소멸"이 아니라 "가게 종류의 교체"에 가깝다. ONS 자신도 보고서에서 하이스트리트가 "변화의 시기(period of change)"에 있다고 표현했다. 문제는 그 교체가 지역마다 다른 속도로, 다른 업종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처지와 겹치는 곳 — 부산 동성로

한국에도 같은 구조의 거리가 있다. 부산 동성로는 한국 상권에서 "소매 중심 원도심 상가가 식음료·유흥 중심으로 재편되는" 대표적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옷가게와 잡화점이 빠진 자리에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오는 흐름은 웨일스의 하이스트리트와 닮았다.

같은 점은 명확하다. 소매의 상실을 식음료가 부분적으로 메운다. 다른 점은 계약이다. 한국 임차인은 보증금과 권리금이라는 회수 가능한 자산을 갖고 상권의 변화에 대응한다. 영국 임차인에게는 장기 리스 기간과 매년 날아오는 비즈니스 레이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같은 "업종 교체"라도 누가 비용을 감당하는지가 다르다는 뜻이다.

사료의 한계 — 이 숫자는 누구의 시선인가

이 기사는 통신사(PA) 배포 기사를 바탕으로 한 단신이며, 1차 사료는 ONS와 Ordnance Survey의 공동 보고서다. 이해관계의 방향을 짚어 두자면, 이 보고서는 상권 정책의 근거 자료를 만들려는 정부 통계기관의 산물이다. 문구 자체가 "정책 대응에 정보를 주기 위해 좋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프레임을 달고 있다.

따라서 이 수치는 정책을 설계하는 쪽의 단위(사업체 수, 일자리 수, 주소 분류)로 잘려 있다. 개별 점포의 매출이나 임대료 수준, 폐업 사유는 담기지 않는다. 같은 거리에서 장사를 접은 상인 개개인의 이야기는 이 표에 없다. 그리고 이 데이터가 2012~2017년이라는, 코로나 이전 시기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 동네의 중심가에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이 사라진 업종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은 무엇인가. 가게가 문을 닫은 것과 가게의 종류가 바뀐 것은 다른 사건이다. 당신이 걷는 거리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참고 자료

· 「High street retail jobs fall in every region except London」 — The Independent(PA 기사), 2019년 6월 6일 — https://www.independent.co.uk/news/business/news/high-street-retail-jobs-fall-every-region-except-london-ons-a8947141.html

· 원 보고서: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 Ordnance Survey, 하이스트리트 데이터 분석(2012~2017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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