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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아홉 개를 원탁에 놓고, 서로 다른 두 점 사이에 화살표를 하나씩 그린다고 하자. 0번 점에서 1번 점으로는 초록 화살표, 2번과 3번 점으로는 파랑 화살표, 4번 점으로는 빨강 화살표를 그린다. 1번 점에서도 똑같이 2·3·4번 방향으로 각각 초록·파랑·빨강을 그린다. 이 규칙을 9번 점까지 되풀이하면, 아홉 개의 점이 서로에게 화살표를 주고받는 완전한 삼색 유향 그래프 하나가 완성된다.

Thilo Weinert의 arXiv 논문 「Idiosynchromatic Poetry」(arXiv:2611.08079v1, math.LO)는 이 아홉 개의 점에서 출발한다. 이 그래프에서 세 점을 아무렇게나 골라도, 논문이 ‘agreeable’하다고 부르는 좋은 모양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점 아홉 개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 논문이 정확히 계산해 내는 값은 열이다. 무한 집합의 분할 문제에 관한 정리가, 원탁에 앉은 아홉 명의 화살표 배치 하나로 반박되는 셈이다.

무한의 서수에 색을 칠하는 문제

분할 계산법(partition calculus)은 1956년 에르되시 팔과 리하르트 라도가 「A Partition Calculus in Set Theory」에서 세운 분야다. 표기는 이렇다. α→(β, n)은 α보다 작은 서수들의 두 원소짜리 부분집합, 즉 ‘짝’ 전체를 두 가지 색으로 아무렇게나 칠했을 때, 반드시 0번 색으로 완전히 칠해진 순서형 β의 부분집합이 있거나, 1번 색으로 완전히 칠해진 크기 n의 부분집합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β가 자연수 n보다 훨씬 큰 무한 서수여도 된다는 것이 이 분야의 묘미다.

이 관계가 성립하는 가장 작은 서수를 램지 수 r(β, n)이라 부른다. 자연수만 다루는 고전적 램지 수 r(m, n)은 계산이 워낙 어려워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매달려 왔다. 그런데 저자는 논문 첫머리에서, 자연수의 유한 거듭제곱과 유한 배수, 그리고 자연수라는 세 갈래만이 어느 정도 일반적으로 분석되어 왔다고 정리한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가산 서수 사이의 분할 관계’는 미학적 매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무한을 유한한 퍼즐로 접는 등식

논문의 중심 결과는 무한한 대상에 관한 명제를 유한한 대상에 관한 명제와 정확히 같다고 말하는 정리다. κ가 약콤팩트 기수이거나 κ=ω일 때, r(κ²m, n) = κ²·r(I_m, A_n)이 성립한다. 왼쪽은 크기가 κ²인 서수 집합에 관한, 다시 말해 무한한 색칠에 관한 문제이고, 오른쪽의 r(I_m, A_n)은 점이 유한 개뿐인 삼색 토너먼트에서 세는 작은 수다.

번역의 열쇠는 ‘agreeable’이라는 저자 자신의 정의다. 세 점이 agreeable하다는 것은 세 화살표가 순환하지 않고, 두 화살표를 내보내는 점 하나와 두 화살표를 받는 점 하나가 있는 모양을 말한다. 논문의 정리는 이렇게 읽힌다. κ² 크기의 집합을 두 색으로 칠하는 모든 시도는, 점 l개짜리 삼색 유향 그래프 하나를 검사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한다. 그 그래프에 크기 m의 독립집합이 있거나, 모든 세 점 조합이 agreeable한 n개짜리 부분 토너먼트가 있으면 색칠은 반드시 원하는 동질집합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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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되시 팔, 1992년 부다페스트 — Kmhkmh, CC BY 3.0 (Wikimedia Commons)

이 등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κ가 약콤팩트 기수일 때도 성립한다는 점이다. 약콤팩트 기수는 κ→(κ)²₂라는 무한 조합론적 성질로 정의되는 큰 기수인데, 그런 기수에 관한 문제의 답이 κ²에 유한한 수 하나를 곱한 꼴로 떨어진다. 큰 기수의 존재 같은 형이상학적 질문과, 점 열 개를 세는 손계산 사이에 다리가 놓이는 것이다.

반전: 상한은 열, 하한은 아홉

논문이 정확히 결정하는 첫 번째 값은 r(I₂, A₃) = 10이다. 하한은 앞서 본 원탁이다. Z₉ 위에서 각 i가 i+1로 초록, i+2와 i+3으로 파랑, i+4로 빨강 화살표를 보내면, 어떤 세 점을 골라도 disagreeable하다. 논문은 같은 주장을 보이는 더 단순한 예도 하나 제시한다. Z₃×Z₃에서 각 점이 초록으로는 첫 좌표를 하나 키운 점을, 파랑으로는 둘째 좌표를 키운 점과 두 좌표를 함께 키운 점, 그리고 첫 좌표를 둘 키우고 둘째를 하나 키운 점을 가리키게 하면 된다.

상한은 열에서 온다. 저자는 열 개의 점을 가진 토너먼트에서 agreeable한 세 점이 하나도 없으면 그 그래프가 특정한 구조를 가져야 함을 보이고(Lemma 2.13), 그로부터 r(I₂, A₃) ≤ 10을 얻는다. 하한 9와 상한 10이 만나면서 값이 10으로 확정되고, 앞의 등식에 따라 r(ω²·2, 3) = ω²·10이 된다. 무한한 서수에 관한 램지 수가 유한한 수 하나로 딱 떨어지는 장면이다.

같은 방식으로 논문은 r(I₂, S₃) = 6과 r(I₃, S₃) = 15도 계산한다. 후자의 하한은 Z₁₄ 위의 구성인데, 각 점이 빨강으로 +1과 −4, 파랑으로 +2와 −3을 가리키게 하면 된다. 논문 말미의 표에는 κλ²에 대해서는 κλ·6, κλ³에 대해서는 κλ·15라는 값이 ‘This paper!’라는 표시와 함께 새로 얹혀 있다.

왜 이 정의여야 하는가, 다른 길은 왜 느린가

가장 자연스러운 반론은 ‘agreeable’이라는 정의가 지나치게 인위적이지 않으냐는 것이다. 저자도 이를 인정한다. 논문은 이 정의를 ‘eclectic definition’이라 부르고, agreeable을 추이성의 일반화로 보는 것은 ‘인위적인 의미에서’라고 스스로 한정한다. 정당화는 정리 쪽에서 온다. 유한 그래프에서 순환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3의 순환이 있다는 사실 덕분에, 세 점만 검사해도 추이성이 드러난다. 세 점 검사로 전체를 판정할 수 있으니 유한한 퍼즐로 접는 번역이 성립한다.

경쟁 가설도 있다. 다색 램지 수를 그대로 쓰는 우회로가 그것이다. 모든 단색 추이적 세 점은 agreeable하므로, 여섯 가지 색으로 칠하는 고전 램지 수를 끌어오면 r(I₂, A₃) ≤ r(3,3,3,3,3,3)이라는 상한이 나온다. r(3,3) = 17과 재귀식을 쓰면 1898이라는 값이 나오는데, 실제 값 10과 비교하면 세 자리나 낭비다. 무한 문제를 유한으로 접는 정리의 값어치가 이 대비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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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여섯 개를 두 색으로 칠하면 반드시 한 색 삼각형이 나온다 — 램지 수 R(3,3)=6의 도해, Claudio Rocchini, CC BY 2.5 (Wikimedia Commons)

선행 연구의 계보도 논문에 정리되어 있다. 바움가르트너가 에르되시·라도의 정리를 임의의 무한 기수로 일반화했고, 스페커와 라르손·미첼의 결과가 유한한 상한의 재료로 쓰인다. 특히 라르손과 미첼의 r(I_n, L₃) ≤ n²는 뒤에 나오는 삼차 상한의 뼈대가 된다. 저자는 이 계보 위에 유한 문제와 무한 문제의 동치라는 새 층을 얹은 셈이다.

저자가 스스로 인정한 한계

논문에는 ‘Added in Proof’라는 짧은 절이 붙어 있다. 저자는 r(ω²·2, 3) = ω²·10이 자신의 발견이라고 오랫동안 믿었지만, 나중에 그것이 이미 1969년의 선행 문헌 [969HS2]에 나와 있음을 알았다고 고백한다. 다만 그 문헌에는 증명이 없었고, 유한 문제로의 동치 정리도, r(I_m, A₃)의 상한도 없었다는 점을 함께 밝힌다. 새로운 것은 값 자체가 아니라 값을 계산하는 기계라는 주장이다.

상한의 질도 한계다. 논문이 제시하는 일반 상한은 r(I_n, A₃) ≤ (2n+1)(n²+4n−6)/3으로, n에 대해 삼차로 자란다. 하한 쪽은 정리 5.1의 반구성적 구성에 머문다. 저자는 반례들을 ‘그다지 체계적인 방식으로 찾은 것이 아니라서, 다른 것이 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적는다. 계산이 끝난 것은 세 개의 값뿐이고, 나머지는 상한과 하한 사이의 넓은 틈으로 남아 있다.

열린 문제도 논문 7절에 그대로 적혀 있다. 함수 n ↦ r(I_n, A₃)의 증가 차수는 무엇인가(Question 7.1), 어떤 ε > 0에 대해 εn^(2+ε) < r(I_n, A₃)이 성립하는가(Conjecture 7.2), 일반 상한의 ‘예쁜 공식’은 무엇인가(Problem 7.4). κ와 λ가 모두 약콤팩트이면서 κ > λ일 때 r(κλω², 3)을 구하는 문제(Problem 7.5)와 r(ω^ω·2, 3)(Problem 7.6)도 미해결로 남아 있다.

제목이 시인 이유

제목 ‘Idiosynchromatic Poetry’는 두 사람에게 바치는 헌사다. 지도교수가 이 연구를 초기 단계에 ‘시’라고 불렀고, 저자는 인정하면서도 좋은 시이기를 바란다고 적는다. ‘idiosynchromatic’이라는 단어는 David Schrittesser가 만들어 준 것이다. 색깔(chromatic)과 고유함(idiosyncratic)을 붙인 조어로, 이 논문의 주제인 ‘저마다 다르게 칠해진 그래프’를 가리킨다.

그 제목은 방법론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무한 서수의 램지 수를 구하는 일은 거대한 기수와 서수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계산은 점 아홉 개, 열 개, 열네 개를 세는 일에서 끝난다. 무한을 향해 열린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유한한 퍼즐 하나로 접히는 순간, 그 접힘 자체가 이 분야의 미학이라는 주장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남는 것은 하나의 구도다. 값 10을 정한 것은 정리가 아니라 반례였고, 반례는 체계가 아니라 우연에 가까운 발견이었다. 그렇다면 다음 값, 예컨대 r(I₄, A₃)를 정할 반례는 어디에서 나올까. 논문이 남긴 상한은 삼차인데, 하한의 증가 차수조차 아직 모른다.

독자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이 아홉 개의 점에 화살표를 직접 그려 본다면, 세 점이 모두 ‘좋은 모양’이 되지 않게 만드는 배치를 몇 번 만에 찾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배치가 유일하지 않다는 사실이, 무한에 관한 정리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값이 유한한 퍼즐로 확인된다는 점이 정리의 힘이라고 생각하는가.

참고 자료

Thilo Weinert, 「Idiosynchromatic Poetry」, arXiv:2611.08079v1 [math.LO], 2026년 11월 5일 제출. 본문은 2015년 2월 8일자 원고의 컬러 후쇄본이며, 흑백 원본은 [014We]로 먼저 발표되었다.

arXiv 초록: https://arxiv.org/abs/2611.08079v1

본문에서 인용한 정리 번호는 모두 이 논문의 것이다. Theorem 2.6, Corollary 2.10, Theorem 2.11, Lemma 2.13, Theorem 2.14, Theorem 3.7, Theorem 3.8, Theorem 4.9, Theorem 5.1, 그리고 7절의 Question 7.1과 Conjecture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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