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6일, 핀다가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서울 골목상권 보고서를 냈다. 숫자는 이랬다. 서울시가 '로컬브랜드 상권'으로 키우고 있는 7곳(경춘선숲길·선유로운·양재천길·오류버들·용마루길·장충단길·합마르뜨)의 2023년 1~8월 매출 합계는 약 191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4% 늘었다. 그런데 같은 7곳의 외식업 매출은 약 14.1% 늘어 1063억원이었다. 전체 매출의 3.4%와 외식업의 14.1%. 이 10%포인트 격차가 이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7곳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리브랜딩을 거쳐 지역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는 양재천길(583억원)이었고, '문화와 생태가 공존해 살아나고 있는' 선유로운(453억원), 합정역 7번 출구 일대 합마르뜨(347억원)가 뒤를 이었다. 증가율만 보면 장충단길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로 가장 두드러졌다. 합마르뜨(9.2%)와 오류버들(6.6%)은 소폭 증가했다.
장충단길이 30% 늘었다는 말의 구성
장충단길은 남산 동쪽 기슭, 중구 장충동 일대다. 동국대학교와 장충단공원, 그리고 남산 산책로로 이어지는 길목이 겹쳐 있다. 이 일대는 오래된 주거 골목과 대학가 상권, 공원을 찾는 방문객 동선이 한데 포개지는 구조다. 보고서는 장충단길 상권의 가을 매출 비중을 30.3%로 집계하며, '남산과 가까운 장충단길 상권은 단풍철을 맞아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가을에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상권'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30%라는 숫자는 매출 '규모'의 증가율이지, 그 골목의 가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다. 7곳 중 유일하게 30%대의 증가율을 낸 곳이고, 나머지 상권의 증가폭은 한 자릿수에서 10% 안팎이었다. 보고서가 든 이유도 '지역 내부의 소비가 살아났다'가 아니라 '계절 방문객이 몰렸다'에 가깝다.
[[image:1]]서울 중구 장충단로의 거리 풍경(2018년 1월) — hyolee2,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배경: 서울시가 '골목'을 브랜드로 만드는 방식
이 7곳을 이해하려면 먼저 '로컬브랜드 상권'이라는 제도를 봐야 한다. 서울시가 잠재력 있는 골목을 골라 이름을 붙이고, 간판·조명·보행 환경·상인 조직을 정비해 '서울 대표 골목'으로 만들어 간다는 사업이다. 보고서가 다룬 7곳은 모두 이 사업의 대상지다. 즉 이 데이터는 '자연발생적으로 변한 상권'의 표본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선택되어 브랜딩이 진행 중인 상권'의 표본이다.
서울은 면적 605.25㎢에 25개 자치구, 427개 행정동으로 짜여 있고, 1990년대 이후 인구가 줄면서 주거지 안쪽 골목의 소비 기반도 함께 얇아져 왔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골목'이 소비의 무대로 다시 떠올랐다. 대형 상업시설이 아니라 좁은 길, 작은 점포, 걷는 동선이 차별점이 된 것이다. 로컬브랜드 상권 정책은 이 흐름을 제도화한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왜 매출은 3.4%, 외식업은 14.1%였나
전체 매출 증가율(3.4%)보다 외식업 증가율(14.1%)이 훨씬 높다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를 뜻한다. 하나는 외식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식업 이외 업종의 매출이 정체했거나 줄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수치만으로는 두 해석을 가를 수 없다. 다만 외식업 매출 1063억원이 7곳 전체의 1917억원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사실은, 이 상권들의 성격이 이미 '골목의 생활 상권'보다 '먹으러 가는 상권'에 가까워졌음을 보여 준다.
보고서가 제시한 요인은 소비 주체의 교체다. 7곳 방문자 가운데 20대와 30대가 10명 중 4명(39.5%)이었다. 이 가운데 20대는 결제 금액(-5.2%)과 결제 비중(-1.5%p)이 모두 줄었고, 30대는 결제 금액(5.9%)과 결제 비중(0.3%p)이 모두 늘었다. 더 세밀하게는 20대 여성의 결제 금액이 0.7% 줄 때 20대 남성은 11.4% 줄었다. 같은 '20대'로 묶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대비는 상권 해석에서 중요하다. MZ세대가 몰린다는 서사는 흔하지만, 데이터는 30대가 소비를 늘리고 20대, 특히 20대 남성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말한다. 유동인구가 늘어도 지갑이 닫히면 매출은 늘지 않는다. 장충단길의 30% 증가도 이 구조 위에서 읽어야 한다.
업종 구성의 변화: 무엇이 늘고 무엇이 빠졌나
보고서가 명시한 업종 단위 정보는 외식업 매출(1063억원, +14.1%)이 사실상 전부다. 카페·소매·서비스 업종별 증감은 원문에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업종이 빠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이 기사에 없다. 확인되는 것은 하나다. 외식업이 이 상권들의 매출을 끌고 갔고, 전체 증가율보다 훨씬 빠르게 늘었다는 것. 업종 구성 변화의 방향은 추정이 아니라 별도 통계(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의 업종별 점포 수·매출)로 확인해야 할 영역이다.
반전: 상권이 살아난 게 아니라 손님이 갈아탔을 수 있다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이 보고서의 결론은 상권 분석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의 발표다. 그 회사의 제품 오너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민들의 관심 속에 서울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데이터가 다른 이야기도 허용한다. 매출 3.4% 증가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제자리이거나 소폭 감소일 수 있고, 외식업 14.1% 증가는 외식 물가가 오른 만큼의 명목 증가일 수 있다. 이 기사에는 객단가나 물가 조정 여부가 나오지 않는다.
또 하나의 반전은 계절성이다. 7곳 중 장충단길(30.3%), 경춘선숲길(26.9%), 선유로운(26.4%), 오류버들(25.6%) 네 곳은 작년 한 해 동안 가을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분석 기간이 1~8월인데 가을이 최대 성수기라면, 9~11월은 이 보고서의 시야 밖이다. 1~8월 성적표로 한 해를 판정할 수는 없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런 숫자를 읽을 때 독자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임대차 구조다. 한국의 상가는 흔히 세 가지 돈이 오간다. 첫째, 보증금. 계약 기간 동안 임대인에게 맡겨 두는 돈으로,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다. 둘째, 월세(차임). 매달 내는 사용료다. 셋째, 권리금. 기존 임차인이 장사하던 자리, 시설, 단골, 영업 노하우를 새 임차인에게 넘기는 대가다. 권리금은 법으로 인정된 관행이지만 그 액수는 시장에서 정해진다.
이 구조 때문에 '매출이 늘었다'가 곧 '가게가 남는다'가 되지 않는다. 임대인이 매출 상승을 보고 월세를 올리면, 늘어난 매출은 임차인의 몫이 아니라 임대인의 몫이 된다. 골목이 유명해질수록 임대료가 오르고, 원래 그 골목을 지탱하던 소규모 점포가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다. 로컬브랜드 상권 사업이 상권배려구역이나 임대료 안정 조항을 함께 다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실률 역시 마찬가지다. 점포 수 대비 빈 점포의 비율인 공실률이 낮아도, 채워진 점포가 어떤 업종인지에 따라 상권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보고서에는 임대료·권리금·공실률 수치가 없다. 매출만으로 상권의 건강을 판정하려면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출은 유동인구와 객단가의 곱이고, 상인의 손익은 매출에서 임차료·인건비·재료비를 뺀 값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이 기사는 서울 7곳 내부의 비교만 담고 있다. 다른 도시나 국가의 유사 사례와의 대조는 원문에 제시되지 않았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7곳 사이의 대조는 원문 안에 있다. 20대 결제 비중이 높은 곳은 합마르뜨(31.0%)와 경춘선숲길(28.7%)이고, 60대 결제 비중이 높은 곳은 용마루길(29.5%)과 오류버들(23.6%)이다. 같은 '로컬브랜드 상권'이라도 한쪽은 대학가형, 다른 쪽은 동네 주민형이다. 정책이 같은 이름을 붙여도 상권의 소비 구조는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사료의 한계
이 보고서는 상권 분석 서비스를 판매·홍보하는 핀테크 기업이 무료 서비스 '오픈업'의 활용을 권하며 발표한 자료다. 분석 기간이 1~8월로 짧고, 대상이 정책 사업지 7곳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표본이 '서울 골목상권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카드 결제 데이터 기반의 추정 매출이므로 현금 결제 비중이 높은 점포는 과소 집계될 수 있다. 업종별 세부 구성, 임대료, 공실률은 제시되지 않는다. 매출 상승을 '상권 회복'으로 서술하는 프레임에는 발표 주체의 이해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 수치 자체는 유용하되, 해석은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독자에게
여러분이 사는 동네 골목에서 최근 1년 사이 새로 생긴 가게는 주로 무엇이고, 사라진 가게는 무엇인가. 그 변화가 '손님이 늘어서'인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구분할 수 있는가. 매출 3.4%라는 숫자 하나로 우리 동네 상권의 건강을 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참고 자료
· 머니투데이, 「MZ 핫플된 서울 골목상권...'장충단길' 매출 30%↑, 다른 곳은?」, 2023년 10월 16일 — 원문
· 이코노미스트, 「서울 골목상권 살펴보니…올해 외식업 매출 전년比 14% ↑」, 2023년 10월 16일 — 원문
· 원자료: 핀다 오픈업 '서울 골목상권 보고서'(2023년 10월 16일 공개)
댓글1
-
빗방울
2026.11.07 12:36
20대 남성 결제가 11.4% 줄었다는 대목이 눈에 걸린다. 같은 20대도 쪼개서 봐야 한다는 뜻. 읽었습니다.
모든 이야기2243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