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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와 6.6% 사이 — 서울 골목상권, 지원이 살린 것과 살리지 못한 것

빗방울 2026.11.07 04:25 9분 읽기 조회 38 · 추천 2

2021년 4분기. 서울의 한 골목상권 가게 주인은 카드 단말기 숫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을지 모른다. 그 분기, 서울시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에 묶인 상권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12.2%였다. 같은 기간 지원사업에 들어가지 않은 상권은 6.6%였다. 차이는 5.6%포인트.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가 2023년 4월 5일 발간한 ‘서울시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효과분석’ 보고서에 실린 첫 번째 숫자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 줄이다. 지원 상권의 점포당 매출은 4,058만 원, 미지원 상권은 4,396만 원. 증가율은 지원 상권이 앞섰지만, 점포 한 곳이 벌어들인 절대 금액은 오히려 지원받지 않은 골목이 더 많았다. 이 두 숫자가 나란히 놓이는 순간, 흔한 헤드라인(“지원이 매출을 12% 끌어올렸다”)은 조금 다른 질문으로 바뀐다. 지원은 부족한 골목을 잘하는 골목으로 바꾼 것인가, 아니면 내려가는 골목의 낙폭을 줄인 것인가.

기사가 붙잡은 장면 — 582개 중 6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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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입구 — 기사에 실린 사진은 광장시장이지만,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Bgag, CC0 (Wikimedia Commons)

보고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상권의 매출과 점포 수 변화를 기준으로 서울 상권을 네 갈래로 나눴다. 매출도 점포 수도 줄어든 ‘충격상권’, 매출은 줄었지만 점포 수는 늘어난 ‘확장상권’, 매출은 늘었지만 점포 수는 줄어든 ‘선방상권’, 둘 다 늘어난 ‘성장상권’이다. 이 틀 자체가 상권 해석의 핵심을 담고 있다. 매출이 줄었다고 상권이 죽은 것도, 점포가 늘었다고 상권이 사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두운 칸인 충격상권은 전체 582개소였다. 그중 활성화 지원사업에 포함된 68개 상권의 점포당 매출은 3,542만 원에서 3,987만 원으로 12.6% 올랐다. 반면 지원 밖에 있던 514개 상권은 4,362만 원에서 4,386만 원, 0.5% 증가에 그쳤다. 폭락하던 골목의 매출 곡선이 꺾인 쪽은 거의 예외 없이 지원사업이 들어간 골목이었다.

서울의 골목은 어떤 공간인가

서울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과 강남으로 갈리고, 25개 자치구와 427개 행정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은 605.25㎢로 국토의 0.61%에 불과하지만, 2025년 인구총조사 기준 인구는 931만 5,066명으로 경기도 다음으로 많다. 1992년 1,097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에서, 골목상권은 인구가 빠져나간 자리 위에 남은 생활 인프라다.

골목상권이라는 말은 행정 용어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표현이다. 대형 유통과 프랜차이즈가 장악한 간선도로 상권에 대비해, 주거지 사이 좁은 길에 붙은 소규모 점포 군집을 가리킨다. 문제는 이 공간이 ‘상권’으로 묶이는 순간 단위가 바뀐다는 점이다. 개별 가게의 생존 문제가 거리 하나, 동네 하나의 집합 문제로 환산되고, 그 집합의 매출 합계가 정책의 성과 지표가 된다.

서울시의 활성화 지원사업도 이 단위를 따른다. 시설 개선, 컨설팅, 공동 마케팅처럼 여러 점포가 함께 쓰는 사업을 상권 단위로 묶고, 그 상권을 하나의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 보고서의 저자들이 “개별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골목상권 단위로”라고 말한 대목은 그래서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분석 단위에 대한 선언이다.

왜 그런 차이가 났나 — 세 가지 후보

첫 번째 후보는 매출의 구성이다. 2021년 4분기는 코로나19가 길어지던 시기였다. 대면 소비가 억눌렸던 골목에서, 같은 동네 주민의 방문을 늘리는 사업(공동 배달, 지역화폐 연계, 시설 개선)은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상권 내 점포 수다. 충격상권의 지원 그룹은 점포 수가 급감하는 와중에도 남은 가게들이 고객을 나눠 갖는 구조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선택 효과다. 지원 대상은 시가 선별한 상권이고, 신청 의지가 있는 상인회가 있는 곳이다. 즉 “지원이 효과가 있었다”는 말과 “효과가 날 상권이 지원을 받았다”는 말은 데이터만으로 완전히 갈라지지 않는다.

보고서가 쓰인 지표도 한 번 짚어야 한다. 기준 데이터는 2021년 4분기 신한카드 결제금액이다. 한 카드사의 결제 데이터는 현금 거래, 다른 카드, 간편결제 일부를 놓친다. 매출의 방향을 읽는 데는 유용하지만, 절대 수준을 두 상권 사이에서 비교하는 데는 늘 오차가 따른다.

업종 구성의 변화는 이 보고서가 직접 다루지 않는다.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는 자료에 없다. 다만 선방상권(지원 28개, 17.2% / 비지원 50개, 7.4%)처럼 점포 수가 줄면서 매출이 는 경우를 보면, 남은 점포의 객단가와 배달 비중이 올라갔을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이는 추론일 뿐, 원문의 수치가 아니다.

반전 — 상권은 죽지 않고 업종이 갈아입었다

“골목상권이 죽었다”는 통념에 이 보고서는 조용한 반론을 던진다. 매출이 줄어든 상권과 점포 수가 늘어난 상권(확장상권)은 서로 다른 문제를 겪고 있다. 전자는 수요가 사라진 곳이고, 후자는 수요는 남아 있는데 공급이 몰린 곳이다. 같은 ‘침체’라는 단어로 두 상황을 부르면 정책도 두 개를 구분하지 못한다.

실제로 골목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폐업 그 자체가 아니라 업종의 교체다. 빵집이 닫힌 자리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들어오고, 식당이 사라진 자리에 편의점이 앉는다. 매출 합계는 유지되는데 상인의 얼굴은 바뀐다. 충격상권의 매출이 지원 덕에 반등했다는 수치를 읽을 때, 우리가 궁금해해야 하는 것은 “얼마나 올랐나”보다 “누굴 위해 올랐나”일 수 있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모른다면 이 지점에서 막힌다

골목상권의 매출이 오르면 상인에게 그 돈이 남을까. 임대 구조가 가운데를 자른다. 먼저 권리금. 기존 임차인이 장사에 붙인 보이지 않는 가치(단골, 인테리어, 시설)를 다음 임차인에게 돈을 받고 넘기는 관행이다. 2015년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으로 계약 갱신 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는 장치가 생겼지만, 골목 현장에서는 여전히 상인회와 건물주의 협의에 따라 흔들린다.

다음은 보증금과 월세. 골목 임대는 보증금이 낮고 월세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 매출이 조금만 흔들려도 고정비가 바로 압박한다. 마지막은 공실률. 가게가 빠진 자리가 얼마나 오래 비어 있는지는 상권의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공실이 늘면 건물주는 월세를 내리는 대신 권리금을 포기하라 요구하는 식으로 조건을 조정하고, 이 조정은 계약 갱신 때마다 반복된다.

이 구조에서 매출 증가는 상인의 소득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매출의 12%가 늘어도 임대료가 같은 비율로 올라간다면, 가게 주인의 통장에 남는 것은 다르다. 이 보고서에는 소득 지표가 없다. 그래서 “매출 12%”는 상인의 회복이 아니라 상권의 회복으로만 읽어야 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서울 상권 내부의 대조(지원 vs 비지원, 상권 유형별)만 담고 있고, 다른 도시나 국가의 골목상권 사업과의 비교는 원문에 없다. 다만 서울 외 지역의 사례는 지자체 단위에서 계속 발표되고 있으니, 지역 간 비교를 원하는 독자는 각 지자체 상권분석서비스를 함께 놓고 봐야 한다.

사료의 한계 — 누구의 성과 보고서인가

이 보고서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발간했다. 재단은 서울시의 출연기관이고,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의 집행 주체와 가깝다. 분석 대상도 그 사업이 실행된 상권이고, 결론의 화법도 “앞으로도 꾸준히 지원하겠다”로 닫힌다. 이는 나쁜 의도가 아니라 제도의 위치다.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기관이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과 같은 곳에 있으면, 실패한 사례는 데이터에서 조용히 빠지기 쉽다. 지원 상권 수가 전체의 10% 안팎인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나머지 90%의 골목은 이 보고서에 이름 없이 남는다.

같은 이유로 ‘비지원 상권’을 대조군으로 삼는 설계는 인과 효과를 과대평가할 수 있다. 지원 상권은 애초에 상인회가 조직되어 있고 신청 의지가 있었던 곳이다. 매출이 오른 것이 지원의 효과인지, 그런 상권의 특성인지는 이 데이터만으로는 절반만 답할 수 있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 동네 골목에서 최근 3년 사이 문을 닫은 가게와 새로 연 가게를 떠올려 보라. 숫자는 어느 쪽이 더 많던가.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가장 많이 사라진 업종은 무엇이었나. 골목상권의 진짜 지표는 매출 합계가 아니라, 사라진 가게 주인이 어디로 갔는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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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서울시 지원 골목상권 매출 12%↑…비지원 상권은 7% 그쳐” — 연합뉴스, 2023년 4월 5일 06:00 송고 (기자 윤보람) — 원문 링크

·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 ‘서울시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효과분석’ 연구보고서, 2023년 4월 5일 발간 (기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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