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3일과 14일, 서울시 골목상권에 있는 서울페이 가맹점주 291명이 이틀 동안 설문지 한 장씩을 받아 들었다. 질문은 하나의 전제에서 시작했다. 결제 앱, 배달 플랫폼, 온라인 판매 같은 디지털 기술을 가게에 붙이면 매출이 실제로 늘어나는가. 조사는 서울기술연구원이 서울신용보증재단, 신한카드와 함께 “서울시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기술 적용방안 연구”를 위해 진행한 것이었고, 결과는 두 달 뒤인 그해 9월 15일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숫자는 하나같이 작았지만, 그 작은 숫자들이 어긋나는 방향이 흥미롭다.
291명의 응답, “효과 있다”의 크기
“디지털 전환 기술 적용이 매출에 유효한 효과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대 점포주에서 20.7%였다. 40대는 30.6%, 50대는 34.3%였다. 매출 규모별로는 연 매출 1억 원 미만 가게의 응답률이 14.3%, 연 1억~10억 원 구간이 17.3%였다. 여기서 먼저 읽어야 할 사실은 어느 쪽으로도 “대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높은 집단조차 셋 중 하나 정도다. 그러니 이 조사를 “디지털이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확언으로 읽으면 원문을 넘어서는 해석이 된다.
연령이 높을수록 효과를 크게 느끼는 이유
흔한 통념은 반대다. “나이 든 상인은 디지털을 못 쓰니 효과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설문은 30대(20.7%)보다 50대(34.3%)가 디지털을 더 유효하게 봤다. 해석에는 조건이 붙는다. 291명은 서울페이 가맹점주, 즉 이미 결제 단말과 앱 결제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완전히 디지털과 단절된 상인이 표본에서 빠져 있다는 뜻이다. 이 표본 안에서는 50대만 해도 가게를 오래 운영해 온 층일 가능성이 높고, 그들이 겪는 병목은 “결제를 못 한다”가 아니라 “발주와 홍보와 재고가 손으로 돌아간다”는 쪽이다. 손으로 오래 처리해 온 사람일수록 자동화가 줄여 주는 시간이 눈에 크게 보인다. 설문이 측정한 것은 기술의 매출 효과에 대한 인식이고, 실제 매출 증가액은 아니다.
매출 1억 원의 경계
매출 1억 원 미만 14.3%, 1억~10억 원 17.3%라는 차이는 금액 폭으로 보면 미미하다. 그러나 두 집단이 놓인 구조는 전혀 다르다. 연 매출 1억 원 미만은 월 800만 원 남짓의 가게다. 서울의 상가에서 월세, 관리비,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이런 가게에게 결제 도구를 붙이고 홍보 계정을 만드는 일은 “추가 매출”이 아니라 “추가 생존 조건”으로 느껴진다. 반면 1억~10억 원 구간은 직원과 재고, 발주가 체계를 요구하는 규모다. 이 지점에서 소폭이라도 응답률이 올라가는 것은 디지털 전환이 매출을 키우는 기술이라기보다 규모를 감당하게 해 주는 기술이라는 쪽에 가깝다.
광장시장 입구의 간판 — Bgag, CC0 (Wikimedia Commons)
상인들이 가장 원한 것 — 이커머스도, 앱 결제도
기술 수요는 네 분야에서 갈렸다. 마케팅에서는 “이커머스 플랫폼”, 배송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기반 거래 기술”, 결제에서는 “앱 기반 결제”가 가장 높았다. 이 배치가 상권 해설의 핵심이다. 골목상권의 매출은 대부분 발품이 닿는 반경 안에서 발생한다. 배송 수요가 “전국 물류망”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기반”으로 나타난 것은, 상인들이 자기 상권의 생활 반경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결제는 이미 앱으로 받고 있으니 수요가 가장 낮을 법한데도 가장 높은 항목 중 하나다. 가게 안의 경험이 앱 결제로 끝나고 데이터는 플랫폼에 남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내놓아야 할 것 — 교육 39.1%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지원으로 상인들은 맞춤 교육 39.1%, 간편결제 시스템 재정 지원 21.1%, 개별 점포 스마트 기술 도입 재정 지원 14.2%를 꼽았다. 상위 항목이 돈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점은 정책의 순서를 바꾼다. 지원금을 뿌려 기기를 들여놓아도, 그 기기가 줄여 주는 시간이 어느 업무인지 모르면 장비는 창고에 남는다. 다만 교육 1위라는 응답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설문이 서울시 지원 정책의 메뉴를 제시한 자리였기 때문에, “무엇을 더 달라”는 형식의 질문은 제도 안에서 답할 수 있는 것만 끌어낸다. 임대료나 유동인구처럼 시 예산만으로 손댈 수 없는 항목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을 수 있다.
상권이 아픈 곳은 기술이 아니라 계약
서울 골목상권의 점포 계약 구조를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상가 임대차에서 가장 큰 부담은 첫날 나가는 돈이다. 보증금과 함께 “권리금”이라는 관행적 금액이 붙는다. 기존 임차인이 만든 장사 자리, 단골, 시설을 새 임차인에게 넘기는 대가다. 그 뒤로 보증금과 월세가 매달리는데, 상권이 뜨거워지면 월세가 먼저 오르고 매출은 늦게 온다. 반대로 매출이 줄어도 월세는 계약서에 적힌 대로 남는다. 이 비대칭이 폐업의 가장 흔한 경로다. 여기에 공실이 늘면 임대인은 월세를 낮추기보다는 임차 업종을 바꾼다. 카페가 빠진 자리에 무인 매장이나 편의점이 들어오는 식이다. 상권이 비어 보이는 것과 상권이 죽은 것은 다른 이야기이고, 이 차이를 구분하는 지표가 공실률과 업종 구성이다.
연합뉴스라는 사료의 한계
이 기사는 서울기술연구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신한카드가 함께 만든 연구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세 주체 모두 카드 매출 데이터와 보증, 정책 사업에 이해관계가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 “결제 데이터를 쓰면 좋아진다”는 결론은 자연스럽고, 시 산하 연구원 입장에서 “서울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도 자연스럽다. 기사에는 표본이 291명뿐이고, 응답이 자기 보고(self-report)라는 한계가 적혀 있다. 실제 매출 변화를 추적한 것이 아니라 상인의 체감을 물은 것이다. 응답률 30% 안팎이라는 수치도 “70%는 효과가 없다고 봤다”는 뜻인데, 이 조사는 그쪽을 해설하지 않는다. 조사 시점이 2022년 여름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이후 회복기였고, 배달과 앱 결제 의존도가 지금과는 달랐다.
다른 지역과의 비교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사에는 다른 도시나 국가의 골목상권과 비교한 수치가 없다. 비슷한 사례나 대조되는 사례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서울 안에서도 상권마다 조건이 다르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장과 주거지 골목은 같은 앱 결제를 써도 남는 것이 다르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 지역별 해석은 별도 자료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은 상권의 문제를 풀지 않는다
이 설문이 보여 주는 것은 기술의 위력이 아니라 기술이 놓이는 자리다. 매출 규모와 연령이라는 두 변수가 응답률을 가른다는 사실은, 같은 지원을 모든 가게에 똑같이 뿌리면 효과가 흩어진다는 뜻이다. 디지털 전환은 임대료를 낮추지 않고, 권리금을 없애지 않으며, 유동인구를 늘리지도 않는다. 그것이 줄일 수 있는 것은 손으로 반복하던 시간과, 손님이 떠난 뒤 남는 정보의 공백이다. 상권이 아픈 이유가 계약 구조에 있다면, 결제 앱은 그 병을 고치지 못한다. 291명의 응답이 조용히 말하는 것은 그래서 “디지털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무엇을 디지털로 바꿀지 먼저 정해야 한다”는 쪽이다.
당신이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면, 마지막으로 손으로 처리한 일이 무엇이었나. 그 일이 매출을 늘려 주는 일이었나, 아니면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나.
참고 자료
연합뉴스, “서울 골목상권 매출 높을수록 디지털 전환 효과 커” (윤보람 기자), 2022년 9월 15일 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20914147200004
배경: 서울특별시 — 한국어 위키백과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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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7 06:29
50대가 30대보다 디지털 효과를 더 크게 본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에요. 이미 익숙한 사람일수록 결제보다 발주·재고 쪽 병목이 눈에 밟힌다는 설명도 수긍이 갔습니다. 결국 지원금보다 “무엇을 줄일지 정하는 일”이 먼저라는 결론에 저도 동의해요.
모든 이야기2205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