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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금),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에 의장국으로 개최할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G20 외무장관 회의의 개막 첫머리다. 이 회의에는 오랫동안 관행이 하나 있었다. 개막 전 참석자 전원이 나란히 서서 찍는 '가족사진(family photo)'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장에서는 그 사진이 찍히지 않았다. 취재진에 사진 촬영이 공개되기도 전에, 미국 측이 사진 계획을 중단했다.

이유는 의제가 아니라 좌석이었다. 회의에는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가 참석해 있었다. 유럽연합 국가들을 비롯해 영국, 호주 등 여러 대표단이 '러시아 대표 옆에 서지 않겠다'고 사전에 통보했고, 전체 참석국의 약 3분의 1이 같은 뜻을 밝혔다고 보도됐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일부 대표단이 공동 촬영에 응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지자, 의례적 사진 촬영이 외교적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진을 생략하고 실질 논의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회의 자체는 예정대로 열렸다.

사진 한 장이 왜 이렇게까지 중요했나

가족사진은 장식이 아니다. 다자 회의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은 곧 '이 정부와 정상적으로 대화한다'는 신호다. 그래서 사진의 유무와 배치, 누가 누구 옆에 서는지는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는 외교적 성명서 노릇을 한다. 이번 회의에서 그 신호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를 국제사회의 정상 구성원으로 되돌리려는 미국의 구상이었다.

각국의 발언은 이 사진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독일 외무장관 요한 바데풀은 회의 전 '유럽 파트너들과 라브로프 장관이 함께 서는 가족사진은 어떤 경우에도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관계에는 정상성(normality)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장관 에드 밀리번드는 '우리는 러시아와 그런 방식으로 교류하지 않으며, 수년간 그래 왔다'고 했다. 회의 개막 세션에서는 호주의 페니 웡 외무장관이 라브로프가 지켜보는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잔혹하고 부당하다'고 규정하고, 그 불법 전쟁이 국제 시장과 세계 식량 안보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밀리번드는 이어 라브로프를 직접 향해 '우리 모두 이 전쟁의 침략자가 누구인지 안다'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지금 터진 이유 — 미국의 대러 접근이 만든 역설

이 사진이 지금 문제가 된 것은 회의 장소나 의제 때문이 아니다. 미국의 대러 정책이 최근 몇 주 사이 눈에 띄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일부 대러 제재를 유예했고, 러시아산 디젤을 미국 시장으로 들여오는 거래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올해 초 디젤 수출 금지를 도입했던 나라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석유와 석유제품을 공급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이 조치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료 가격을 낮추려는 목적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을 받고 있다.

동시에 미국 국무부는 이번 주 우크라이나에 20억 달러 규모의 패트리엇 미사일 판매를 승인했다. 같은 정부가 러시아산 연료를 사들이는 동시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방공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파는 셈이다. 이 모순이 회의장에 그대로 옮겨왔다. 워싱턴은 러시아를 '대화 상대'로 복원하고 싶어 하고, 유럽과 영연방 파트너들은 그 복원 자체를 거부한다. 가족사진은 두 방향이 부딪히는 가장 값싸고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이었다.

입장은 병렬로 — 미국, 유럽·영연방, 러시아, 그리고 배제된 나라들

미국의 입장은 두 겹이다. 회의를 여는 자리에서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중대한 순간에 있다, 상호 연결된 일련의 경제·지정학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며 단결을 촉구했다. 즉 미국의 공개 프레임은 '의제에 집중하자'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러시아와의 실무적 관계를 재개해 왔고, 그 재개의 장면을 다자 회의라는 공식 무대에서 확인받고 싶어 했다. 사진 취소는 후자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전자를 지키기 위해 후자를 미룬 선택으로 읽힌다.

유럽연합과 영국·호주 진영의 입장은 '정상화 거부'다. 바데풀의 표현대로 '러시아와의 정상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출발점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침공 이후 러시아 장관과의 직접·양자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 정책이며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밀리번드는 유럽이나 나토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모든 회원국이 러시아의 전비를 끊는 경제·외교적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측은 사진 취소 결정을 지지하며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의 입장은 이 보도들에서 직접 인용되지 않았다. 다만 회의에 참석한 외교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폴란드의 G20 가입에도 반대한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공개 발언을 통해 이번 사진 취소를 어떻게 규정했는지는 확인된 원문 보도가 없어 이 글에서는 단정하지 않는다.

회의장 밖에도 갈등이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G20 회원국이 아니지만 최근 회의들에는 초청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청되지 않았다. 미국 측은 '정식 회원국만 참여시키기로 한 의도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G20 창립 회원국이자 유일한 아프리카 회원국인데 명단에 없었다. 남아공은 트럼프 행정부와 여러 갈등을 겪고 있고, 지난해 남아공이 G20 의장국이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루비오 장관은 남아공 주최 회의들을 피했다. 남아공 외교부 대변인 핀딜레 쿠네네는 '우리의 불참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반전 — 가장 강경한 비판은 '러시아가 없는' 의제에서 나왔다

통념과 다른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이 회의의 공식 의제는 우크라이나가 아니었다. 회의는 이틀 일정으로 지정학, 에너지, 경제 성장을 다루는 세션으로 짜여 있었다. 둘째, 그중 '지정학' 세션의 무대가 된 것은 러시아를 배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자리였다. 라브로프는 회의에 있었고, 비판은 그의 앞에서 나왔다. 즉 이번 사진 취소는 러시아를 밀어내는 장면이 아니라, 러시아를 마주 앉힌 상태에서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장면이었다.

또 하나, 폴란드다. 폴란드는 G20 비회원국이지만 이번 회의에 첫 게스트로 참석했다. 시코르스키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전쟁이 진행 중이고 그 전쟁의 당사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공동 입장을 합의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미국의 지지로 정식 가입을 추진 중이고, 러시아는 여기에 반대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외무장관 회의가 공동 성명(joint communique)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0월 31일(토) 회의가 마무리되면 결과가 드러난다.

한국과의 연결 — 연료와 공급망, 그리고 '정상화'의 온도차

한국에 직접적 외교 당사자로 얽힌 사안은 아니다. 한국은 G20 회원국이고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를 비판하는 진영에 서 있지만, 이번 사진 취소의 당사자는 아니다.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나 간접 경로는 분명히 있다. 첫째는 정유·연료 가격이다. 미국이 러시아산 디젤 수입으로 방향을 틀면 국제 정제마진과 아시아 디젤 시장의 수급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은 정유 제품을 대규모로 수출하는 나라이고, 동시에 원유와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제조업 기반을 가졌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면 국제 유가의 하방 압력과 제재 회피 물량의 유통 경로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 둘째는 제재 이행의 일관성이다. 동맹국이 대러 제재의 예외를 만들기 시작하면, 한국 기업이 지켜야 할 제재 준수 기준선이 흔들린다. 셋째는 방공·안보 공급망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패트리엇 판매를 승인한 사실은 같은 무기 체계를 쓰는 한국의 조달·생산 일정과도 맞물린다.

외교적으로는 G20의 성격 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의장국이 의제와 초청 명단을 사실상 결정하고, 공동 성명 없이 회의가 끝나는 일이 반복되면 G20은 합의체에서 '각자 입장을 확인하는 무대'로 성격이 바뀐다. 한국처럼 다자 규범과 수출 주도 경제에 의존하는 나라에는 이 변화가 불리하다. 11월 정상회의에서 같은 균열이 재연되는지가 관찰 지점이다.

반론 — 사진 하나로 과대 해석한 것 아닌가

이 사안을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첫째, 가족사진 취소는 의례의 문제일 뿐 실질 협상의 진전과는 무관하다는 반론이다. 실제로 참석자들은 폐회 전까지 이견을 좁히려 노력하기로 합의했고, 다음 달 플로리다 정상회의를 성공시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해졌다. 둘째, 미국의 대러 접근을 '정상화'로 규정하는 것은 과장이라는 반론이다. 제재 유예와 연료 거래는 단기 물가 목적의 제한적 조치이고, 같은 주에 이뤄진 패트리엇 판매 승인은 대러 압박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비판의 강도가 사진 취소라는 상징적 조치에 몰린 것은 유럽 내부의 정치적 필요와도 맞물린다. 상징적 거부는 비용이 적고 효과는 크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 견해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 G20의 실질 기능이 이미 약해졌다면, 사진 취소는 기능 약화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뿐이다.

사료의 한계 — 보도 시점에 확정되지 않은 것들

주의할 점을 정리한다. 첫째, 사진 취소의 직접적 경위는 미국 측 공식 발표와 익명 참석자 증언이 섞여 있다. '3분의 1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수치는 보도된 추정이며, 국가별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둘째, 러시아의 공식 반응은 이번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셋째, 미국의 러시아산 디젤 수입 거래의 규모·조건·발효 여부는 별도의 원문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넷째, 공동 성명 불발은 참석자들의 전망이며, 결과는 10월 31일 회의 종료 후에야 확정된다. 당사자 발표와 제3자 확인을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독자에게 — 사진을 거부하는 것이 외교인가, 외교를 포기하는 것인가

정상화를 거부하는 가장 값싼 방법은 사진에 서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서지 않는 것만으로는 전쟁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G20처럼 적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 자리에서 '정상성'의 경계는 어디에 그어야 할까. 사진에서 빠지는 것이 원칙의 표현이라면, 같은 테이블에서 무기를 사고파는 것은 무엇인가.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현실적인 외교라고 보는가.

참고 자료

The Guardian, 'US cancels G20 ‘family photo’ after Australia, UK and others refuse to appear with Russia', 2026-10-31 —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6/oct/31/us-cancels-g20-family-photo-after-australia-uk-and-others-refuse-to-appear-with-russia

BBC News, 'G20 ‘family photo’ cancelled after protests over presence of Russian minister' — https://www.bbc.com/news/articles/cmd6dp2y576do

이미지: 'Secretary Rubio Participates in G20 Foreign Ministers’ Meeting Session II' (미국 국무부 촬영,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ecretary_Rubio_Participates_in_G20_Foreign_Ministers%27_Meeting_Session_II_(556092038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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