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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약 5만 명. 참여업체 38곳의 합산 매출 1억 1천만 원. 지난 10월 24~25일 청계광장 일대에서 열린 '2026 서울마켓페어'를 두고 서울시가 29일 내놓은 숫자다. 업체 한 곳당 이틀 매출은 평균 290만 원 남짓, 하루로 나누면 145만 원 안팎이 된다. 대박도 파산도 아닌, 정확히 '며칠 잘 버틴' 숫자다. 그런데도 이 행사가 눈에 띄는 이유는 매출액이 아니라, 7년 만에 다시 열렸다는 사실과 이틀 만에 시장 하나 크기의 인구가 청계광장을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청계광장이라는 좌표

이 행사가 열린 자리는 우연이 아니다. 청계광장은 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종로·을지로의 오래된 도심 상권과 광화문 업무지구 사이에 끼어 있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 일대, 을지로의 인쇄·공구 골목, 종로의 귀금속 거리가 모두 도보권이나 짧은 지하철 이동거리 안에 있다. 서울시가 시내 전역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장소로 여기만 한 곳이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는 남대문시장과 백년시장 등 전통시장, 관악구 샤로수길과 동대문구 회기랑길 같은 골목상권에서 38개 업체가 나왔다. 떡볶이·닭꼬치·녹두전부터 수제쿠키, 특산물, 수공예품까지 각 상권을 대표하는 품목을 들고 나왔다.

낮에는 장터, 밤에는 야장

이번 행사의 콘셉트는 '낮에는 전통시장, 밤에는 야장'이었다. 낮에는 시장 상품 판매와 전통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돌렸고, 저녁에는 청계천변에서 먹거리 장터와 라이브 공연, DJ 공연을 열었다. 청계천변에는 160석 규모의 취식 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스탬프 투어에는 약 8천 명, 자개 그립톡과 K-푸드 열쇠고리 만들기 같은 체험 행사에는 3천 50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장 만족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5%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94.3%가 재방문 의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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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봄, 행사가 열린 청계광장과 청계천 시작 지점 — Jjw, CC BY 4.0 (Wikimedia Commons)

왜 하필 지금 전통시장인가

서울시가 7년 만에 이 행사를 되살린 배경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처한 구조적 압박이 있다. 오프라인 장보기의 주력 고객이었던 40~60대가 대형마트와 이커머스로 옮겨 가고, 배달 앱 중심의 소비가 골목 점포의 '주문 채널'을 바꿔 놓았다. 전통시장 점포는 면적이 작고 동선이 좁아 배달과 포장에 불리하고, 온라인 노출도 거의 없다. 결국 남는 카드는 '가서 겪는 경험'이다. 시장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맛, 구경, 사는 재미를 전면에 세우는 방식이다. 박경환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의 발언도 이 방향을 그대로 확인한다. "전통시장이 장을 보는 공간을 넘어 먹거리와 문화, 관광을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매출은 오르는데 점포는 비어 있는 이유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축제장의 매출과 상권의 매출은 같은 것이 아니다. 서울마켓페어는 상인들을 청계광장으로 '불러 모은' 행사다. 손님이 시장 골목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시장의 물건이 도심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실제로 기사에는 일부 업체가 이틀 연속 준비한 물량을 조기에 다 팔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해당 물량이 애초에 하루 장사 규모로 설계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문에는 업종 구성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변화나 상권 내 점포 수·공실률 수치가 담겨 있지 않다. 업종 구성의 변화는 이 기사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상가 임대 구조를 알아야 보이는 것

한국 상가 시장은 독특한 계약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 점포를 얻을 때 임차인은 보증금과 함께 '권리금'이라는 별도 목돈을 낸다. 권리금은 시설·비품 같은 유형 자산뿐 아니라, 그 자리의 단골과 위치가 만들어 놓은 무형의 영업 가치에 붙는 값이다. 문제는 이 권리금이 공식 계약서보다 구두 관행에 기대는 경우가 많아, 시장이 식으면 회수되지 않는 매몰비용으로 돌변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매달 나가는 월세와, 몇 년마다 갱신할 때마다 오르는 임대료가 얹힌다. 공실률은 이 구조의 체온계다. 빈 점포가 늘면 임대인은 월세를 낮추기보다 권리금이나 조건을 조정하며 버티고, 임차인은 손실을 안고 나온다. 축제 이틀의 매출로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 다만 '이 자리에서 돈이 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뿌리는 역할은 한다.

통념을 뒤집는 지점

'전통시장이 죽었다'는 말과 '전통시장은 살아 있다'는 말은 종종 같은 현상을 다르게 부른다. 폐업한 점포 수만 보면 후퇴이고, 청계광장에 몰린 5만 명과 조기 완판을 보면 부흥이다. 두 지표가 동시에 성립한다. 상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판매 채널과 고객 접점이 골목에서 광장으로, 매장에서 행사로 옮겨 가는 중이라고 읽는 편이 정확하다. 38개 업체라는 규모도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서울 전역의 수많은 시장과 골목상권 중 선별된 38곳이 대표로 나왔다는 것은, 이 행사가 상권 전체를 회복시키는 처방이 아니라 '우수 사례를 보여 주는 쇼케이스'라는 성격을 분명히 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유사 사례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야시장·상권 축제가 있으나, 이 기사에는 다른 지역과의 비교 자료나 대조 사례가 담겨 있지 않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청계광장이라는 위치를 감안하면, 이 행사는 골목 안에서 열리는 동네 축제와 달리 도심 광장의 유동인구를 빌려 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 숫자를 읽을 때의 한계

이번 기사의 출발점은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다. 방문객 수, 매출액, 만족도, 재방문 의향은 모두 주최 측이 집계·조사한 값이다. 만족도 90.5%는 축제 현장에서 응답한 사람들의 답이므로, 행사에 오지 않은 시민이나 행사장 밖 상권의 체감과는 다를 수 있다. 매출 1억 1천만 원 역시 참여업체의 전체 사업 매출이 아니라 행사 기간의 판매액이다. 부동산업계나 지자체의 시각이 담길 수 있는 지표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나

축제는 이틀이고, 점포는 365일이다. 행사가 끝난 다음 주 청계광장은 다시 통행로가 되고, 남대문시장의 점심시간 손님은 다시 평소의 속도로 돌아간다. 문제는 그 사이에 무엇이 남았느냐다. 새로 단골이 된 사람이 있는지, 참여 상인이 자기 가게로 손님을 데려갔는지, 아니면 광장에서의 이틀만 좋았는지. 정부와 지자체의 상권 지원이 늘 이런 질문에 부딪힌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5만 명이 지나갔다는 사실과 1억 1천만 원이 남았다는 사실 중, 상권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더 중요한 숫자는 어느 쪽일까. 그리고 다음 축제가 열릴 때, 이번에 물량이 조기에 동난 38개 업체 중 몇 곳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을까.

참고 자료

연합뉴스, 「청계광장 서울마켓페어에 5만명 몰려…참여업체 매출 1억1천만원」, 2026년 10월 29일. https://www.yna.co.kr/view/AKR20261029058000004

이미지: Jjw, CC BY 4.0, Wikimedia Commons — '20240413 Cheonggye Plaz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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