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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명이 여수에 모인 날 — 전남·광주 상권이 하나로 묶일 때 바뀌는 것

빗방울 2026.11.01 14:26 9분 읽기 조회 77 · 추천 2

지난 10월 26일, 여수세계박람회장 디지털갤러리에 1,300여 명이 모였다. 전남상인연합회가 주관하고 광주상인연합회가 참여한 제5회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상인의 날 자리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전남과 광주의 상인 조직이 처음으로 한 테이블에 앉은 행사였고, 이 자리에서 두 지역 상인단체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공동 비전을 선포했다. 운동회와 노래자랑이 이어졌다는 대목은 이 행사가 협약식이라기보다 축제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숫자는 하나뿐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1,300여 명,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한 상인·관계자 20명과 단체에 대한 표창, 전남·광주 각 1명씩의 상인상. 그리고 민형배 시장의 한 문장이 이 행사의 성격을 요약한다. "전남의 넓은 생활경제권과 광주의 도시상권이 가진 강점을 하나로 연결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더 많은 사람과 기회가 찾아오도록 하겠다." 이 문장은 시장이 두 지역 상권을 경쟁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로 규정했다는 뜻이다.

여수에서 열린 상인의 날이 말하는 것

행사장을 여수로 잡은 선택 자체가 상징적이다. 여수는 전남의 대표적 관광·항만 도시로, 광주라는 대도시 상권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광주는 인구가 집중된 도심 상권이고, 여수는 계절과 관광객 수에 매출이 크게 흔들리는 지역이다. 두 지역의 상인을 한자리에 모아 "서로 다른 것을 나누자"는 구도는, 같은 것을 두고 경쟁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이 행사가 상인 조직의 연대 선언이지 상권 대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가 예고한 실질 조치는 시설 현대화, 주차환경 개선, 특성화시장 육성, 화재·안전관리, 상인조직 역량 강화다. 이 목록은 한국 전통시장 정책의 오랜 표준 세트와 겹친다. 즉 새 정책이 아니라, 새 행정 단위에 맞춰 기존 정책을 다시 묶은 것이다.

전남과 광주의 상권은 원래 무엇이 달랐나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2026년 7월 1일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를 통폐합해 출범했다. 행정적으로는 하나가 됐지만 상권의 성격은 그대로 남았다.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의 도시이자 전남권의 교육·의료·행정 중심지로, 양동시장과 충장로 일대처럼 오래된 상권과 대형 유통이 겹쳐 있는 곳이다. 인구가 도시 안에 모여 있어 하루 유동인구의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전남의 시·군 상권은 반대다. 목포, 순천, 여수, 광양 같은 중소 도시의 중심 상가와 정기시장, 그리고 면 단위의 작은 장터가 층을 이룬다. 인구가 적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에서는 점포 수보다 손님 수가 먼저 줄어든다. 그래서 전남 쪽 상권의 문제는 "임대료가 비싸서 못 버틴다"보다 "손님이 없어서 버틸 수 없다"에 가깝다. 반대로 광주 도심은 임대료와 경쟁점포 수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임대 구조 안에서도 압박이 오는 방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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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동시장역 3번 출구 — 전통시장이 지하철역과 맞닿아 있는 광주 도심 상권의 한 장면. 인생살이,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왜 지금, 지역 상권 협력인가

배경에는 두 가지 압력이 있다. 하나는 인구 구조다. 전남권은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겹치면서 소비 기반 자체가 얇아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유통 구조다. 온라인과 대형 프랜차이즈가 일상 소비를 흡수하면서, 골목 상권의 생존 조건은 "물건을 파는 곳"에서 "사러 갈 이유가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 전통시장이 관광지화하고 먹거리·체험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은 이 변화의 결과다.

이때 상인 조직 간 교류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연결점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공동 상품권, 공동 배송, 공동 마케팅, 그리고 판로 공유다. 전남의 산지 상인이 광주의 도심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닿거나, 광주의 관광 수요를 전남 시장으로 끌어오는 식이다. 다만 원문에는 이런 구체적 사업명이 명시되지 않았다. "교류 확대"가 무엇으로 측정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업종 구성의 변화는 어디까지 확인되나

이 기사에서 업종별 증감 수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에 대한 통계나 사례는 원문에 없다. 그러므로 "치킨집이 줄고 카페가 늘었다" 같은 흔한 서술은 이 사료에 근거해 쓸 수 없다. 확인 가능한 것은 시가 정책 대상으로 삼은 항목 — 시설, 주차, 특성화시장, 안전, 조직 역량 — 이다. 이 목록 자체가 상권 문제를 "업종 구성"이 아니라 "물리적 여건과 조직"으로 진단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반전: 죽은 상권이 아니라 다시 정의되는 상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쇠퇴를 "끝났다"로 읽는 시각은 흔하다. 하지만 이 사료가 보여주는 그림은 조금 다르다. 상인 조직이 스스로 연합을 만들고, 행정이 통합 단위에 맞춰 정책을 재편하고, 상인들이 축제로 사람을 모은다. 상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바뀌는 중이다. 생필품 구매처였던 시장이 지역 정체성과 관광의 거점으로 재배치되는 흐름은, 매출 총액과 점포 수만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시설 현대화와 주차 개선은 상권을 살리는 조건이지 보증서가 아니다. 주차장이 생겨도 살 것이 없으면 사람은 오지 않고, 특성화시장이 되어도 옆 상권과 같은 콘셉트면 차별이 사라진다. 행사의 성패는 1,300명이 모인 날이 아니라 그다음 분기에 어느 점포가 문을 열고 닫았는지로 판가름 난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알아야 보이는 것

한국 상가 임대차는 주택과 다른 세 가지 개념으로 움직인다. 첫째, 권리금이다. 장사가 잘 되는 자리의 임차인이 새 임차인에게 시설·영업권·단골을 넘기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상권이 좋다고 평가되면 권리금이 먼저 오르고, 그 부담은 결국 새로 들어오는 자영업자의 초기 비용이 된다. 권리금은 별도 법정 기준이 없어 당사자 합의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보증금과 월세다. 보증금은 돌려받는 돈이지만 목돈이 묶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전통시장 점포는 시 소유 건물을 임대하는 경우가 많아 민간 상가보다 임대 조건이 낮은 편이지만, 그만큼 입점 절차와 위탁 관리 규정의 영향을 받는다. 셋째, 공실률이다. 같은 거리에서 빈 점포가 몇 개인지 보여주는 지표로, 공실이 늘면 임대료 협상력이 임차인 쪽으로 넘어가고 권리금도 빠르게 꺾인다.

이 세 변수 때문에 "상권이 살아난다"는 말과 "장사가 된다"는 말은 다르다. 방문객이 늘면 매출은 오르지만 임대료와 권리금이 먼저 오르면 임차인의 몫은 그대로일 수 있다. 지역 상권 정책이 시설과 주차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물리적 비용을 낮춰야 임대 시장의 압력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원문에는 다른 지역 사례나 대조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흐름으로는, 대도시에서 상권 통합이나 공동 브랜드화를 시도한 사례들이 있었으나 실제 성과는 개별 점포의 생존 여부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남광주 사례도 같은 잣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 기사가 놓칠 수 있는 시각

기사에 등장하는 목소리는 행정과 상인 조직 양쪽에 치우쳐 있다. 시장, 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시장(市長)의 발언과 상인연합회 주관 행사가 중심이다. 이는 행사 성격상 자연스럽지만, 그만큼 세입자 자영업자, 새로 진입하려는 청년 창업자, 혹은 이미 폐업한 상인의 목소리는 빠져 있다. 상인연합회가 지역 상인의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인지, 아니면 특정 업종·규모의 이해를 더 많이 반영하는지도 이 기사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또 "전통시장 육성" 담론에는 프랜차이즈 진입 확대와 소상공인 보호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오래된 긴장이 깔려 있다. 이 사료는 그 tension을 다루지 않는다. 행정 계획을 그대로 정책 성과로 읽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독자에게 묻는다

여러분의 동네에서, 전통시장이 살아났다고 느끼는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새로운 가게가 들어온 것인지, 같은 가게가 오래 버틴 것인지, 아니면 원래 없던 사람이 새로 찾아온 것인지. 그 셋은 같은 풍경이지만 서로 다른 성공입니다. 그리고 통합특별시의 상권 연대가 실제로 무엇을 바꿨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참고 자료

[글로컬픽] 전남광주 상인들, 여수서 전통시장·골목상권 협력 '한마음' — 머니투데이방송(MTN), 김준원 기자, 2026년 10월 26일 발행
원문: https://news.mtn.co.kr/article/2026102618014630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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