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18일. 인류가 만든 물체 하나가 지구에서 1광일 거리에 도달합니다. 빛이 하루 동안 가는 거리, 약 259억 킬로미터입니다. 그 물체는 보이저 1호입니다.
오늘이 11월 1일이니 17일 남았습니다. 1977년에 쏘아 올린 것이 49년 만에 도달하는 지점입니다.
1광일이 얼마나 먼가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안 옵니다. 비교해보겠습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가 약 8광분 20초입니다. 빛이 8분 남짓 걸립니다. 보이저 1호는 그 172배 떨어져 있습니다. 2026년 10월 기준 172.52 AU, 258억 킬로미터입니다.
가장 가까운 별까지는 4.2광년입니다. 즉 보이저 1호는 아직 1광년도 못 갔습니다. 1광일은 1광년의 365분의 1입니다.
속도는 초속 17킬로미터. 시속으로 6만 1,200킬로미터. 총알의 약 20배입니다. 그 속도로 49년을 갔는데도 가장 가까운 별까지는 7만 년이 더 걸립니다.
2012년 8월 25일, 경계를 넘다
보이저 1호가 유명해진 것은 2012년입니다. 그해 8월 25일, 헬리오포즈(heliopause)를 통과했습니다. 태양풍이 미치는 영역의 끝, 즉 태양계의 경계입니다.
인류 최초로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에 들어간 물체가 됐습니다. 이 확인에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NASA가 공식 확인한 것은 2013년 9월이었습니다. 플라즈마 밀도 측정값이 40배 뛰었고, 그 뒤 태양 코로나 질량 방출이 세 차례 연속 관측되면서 성간 공간임이 확인됐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2026년 현재 가동 중인 장비는 두 개뿐입니다. 플라즈마파 서브시스템과 자기계(magnetometer).
전력이 부족해서 하나씩 꺼왔습니다. 카메라는 1990년에 껐습니다.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사진은 카메라를 끄기 직전에 찍은 것입니다.
신호는 23시간 이상 걸립니다(2025년 기준). 지구에서 명령을 보내고 응답을 받으려면 이틀이 필요합니다. 실시간 조종은 불가능하고, 예약된 명령만 보냅니다.
흥미로운 것은 추진기 부활입니다. 1980년 이후 한 번도 쓰지 않던 자세제어 추진기를 2018년, 2019년, 2025년에 되살렸습니다. 그 덕에 임무가 2~3년 더 연장됐습니다.
보이저 우주선 모델. 지름 3.7미터 접시 안테나와 원자력전지, 그리고 자기계가 달린 긴 붐이 보입니다. — 퍼블릭 도메인 (NASA/JPL)
반전: 이 기계는 언젠가 조용해진다
보이저 1호에는 원자력전지(RTG)가 있습니다. 플루토늄-238 산화물 구체 24개씩 든 전지 3기. 발사 당시 470와트를 냈습니다.
플루토늄-238의 반감기는 87.7년입니다. 그래서 전력이 매년 줄어듭니다. NASA는 이 전지가 2036년까지 공학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봅니다.
즉 우리는 이 기계가 조용해지는 시점을 대략 알고 있습니다. 그 뒤로도 보이저 1호는 계속 날아갑니다. 다만 아무도 듣지 못합니다. NASA의 표현을 빌리면 "보이저는 아마 영원히 은하수를 떠돌 것입니다."
그리고 금속 원판 하나
보이저 1호와 2호에는 각각 금도금된 구리 원판이 실려 있습니다. 지름 30센티미터, 니켈을 입히고 그 위에 금을 도금한 것입니다. 지구의 소리와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55개 언어의 인사말. 파도·바람·천둥·새·고래 소리. 인간의 발소리와 웃음. 그리고 115장의 이미지를 복원할 수 있는 신호.
가장 정교한 부분은 표지입니다. 알루미늄 표지에 우라늄-238을 극미량 도금했습니다. 반감기가 44억 6,800만 년입니다.
왜 우라늄인가. 시계로 쓰기 위해서입니다. 먼 미래에 이 원판을 발견한 문명이 질량분석기로 남은 우라늄과 다른 원소의 비율을 재면 이 원판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아도 날짜는 새겨진 셈입니다.
표지 왼쪽 위에는 바늘이 그려져 있습니다. 원판을 재생하는 방법이고, 주변 이진법 숫자는 회전 시간 3.6초를 뜻합니다. 언어를 모르는 상대에게 숫자와 그림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이 글을 읽는 동안 보이저 1호는 약 3,000킬로미터 더 멀어졌습니다. 초속 17킬로미터니까, 3분이면 그 정도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절반을, 이 문장을 읽는 사이에 지나간 셈입니다.
17일 뒤에는 1광일이 됩니다. 그날 뉴스에 크게 나지는 않을 겁니다.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그냥 거리가 하나 늘어난 것이니까요.
그래도 이건 인류가 처음으로 도달하는 선입니다. 빛조차 하루가 걸리는 곳에 우리가 만든 것이 있다는 것. 혹시 11월 18일에 이 생각이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골든 레코드 표지. 왼쪽 위 원은 재생 방법, 오른쪽 파형은 지구의 소리, 아래 별 모양은 태양의 은하 내 위치를 나타냅니다. — 퍼블릭 도메인 (NASA)
여러분은 이런 기계에 이름을 붙인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보이저는 '여행자'라는 뜻입니다. 49년째 여행 중이고, 아직 돌아올 계획이 없습니다.
참고 자료
- 보이저 1호 — 1977년 9월 5일 발사(쌍둥이 보이저 2호보다 16일 늦음). NASA/JPL
- 2012년 8월 25일 헬리오포즈 통과, 성간 공간 진입 최초. NASA 공식 확인은 2013년 9월
- 2026년 10월 기준 172.52 AU(약 258억 km). 초속 약 17km로 태양 기준 후퇴 속도 최대
- 2026년 11월 18일 1광일(약 259억 km) 거리 도달 예정
- 2026년 현재 가동 장비 2기 — 플라즈마파 서브시스템, 자기계. 카메라는 1990년 종료(Pale Blue Dot 촬영 직후)
- 신호 도달 23시간 이상(2025년 기준). 왕복 약 이틀
- 자세제어 추진기 부활 — 2018·2019·2025년. 임무 2~3년 연장
- RTG 3기, 각 24개의 플루토늄-238 산화물 구체. 발사 시 약 470W. 플루토늄-238 반감기 약 87.7년
- NASA는 RTG가 2036년까지 공학 데이터 전송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추정
- 골든 레코드 — 지름 30cm 구리 원판에 니켈·금 도금. 55개 언어 인사말, 115장 이미지, 자연·인간 소리
- 표지에 우라늄-238 도금(반감기 44억 6,800만 년). 질량분석으로 제작 시점 추정 가능. 회전 시간 3.6초를 이진법으로 표기
- 본 글은 NASA·JPL 공개 자료와 위키백과 기록을 정리한 것이며, 거리·전력 수치는 공표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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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7:36
1광일. 숫자로만 봤을 때는 실감이 안 오는군요.
모든 이야기1455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