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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상가 10곳 중 3곳이 비었다 — 충청권 임대료가 가장 크게 빠진 도시의 구조

빗방울 2026.11.01 12:25 8분 읽기 조회 44 · 추천 3

세종 중대형 상가 10곳 중 3곳이 비어 있다. 2026년 3분기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서 세종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0.1%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 기준 전국 평균은 14.7%이니 두 배가 넘는다. 일반상가 공실률 22.8%, 1층 공실률 10.4%도 모두 전국 1위다. 임대가격지수는 전분기보다 0.28% 내려 17개 시도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고, 충남이 0.22% 하락으로 뒤를 이었다. 전국 지수가 0.02% 빠진 것과 비교하면 세종의 하락은 한 자릿수를 아득히 넘는 규모다.

숫자가 말하는 세종: 유형·상권별로 모두 최악

세종의 부진은 한 군데에 머물지 않는다. 유형별로 소규모 상가는 -0.41%, 집합 상가는 -0.32%로 두 항목 모두 전국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상권별로는 나성·한솔동이 0.42%, 조치원이 0.27%, 정부청사 상권이 0.22% 떨어졌다. 도시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미끄러지고 있다는 뜻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수익률이다. 세종의 집합 상가 투자수익률은 -0.13%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다. 건물을 가진 사람이 임대료를 받아도 자산가치 하락분을 메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반면 같은 충청권이라도 대전은 상가 임대가격지수가 0.07% 하락에 그쳤고, 1층 공실률은 5.0%로 제주·서울 다음으로 낮았다. 충남은 중대형 상가 투자수익률이 0.76%로 서울·경기 다음으로 높았지만,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0.71%로 전국 최저였고 자본수익률은 -1.28%까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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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한누리대로의 저녁 풍경. 정부청사와 나성·한솔동 생활권을 잇는 이 도로 양옆에 세종의 주요 상가가 몰려 있다 — Narubar, CC BY 4.0 (Wikimedia Commons)

세종이라는 도시는 어떤 곳인가

세종은 계획도시다. 정부세종청사가 들어서며 형성된 나성동·한솔동 일대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한 오피스·상업 수요를 전제로 설계됐고, 원도심인 조치원은 경부선 철도역을 낀 기존 시가지다. 이번 기사에서 지적된 세 개 상권은 정확히 그 두 성격을 나눠 보여준다. 나성·한솔동은 새로 만든 중심지, 조치원은 옛 중심지, 정부청사 상권은 청사 배후 수요다.

계획도시의 상가는 처음부터 점포 수가 설계된 수량으로 공급된다. 상권의 손님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점포가 먼저 채워지기 때문에, 인구가 정체되거나 흐름이 바뀌면 공실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서울처럼 오래된 상권이 서서히 비는 것과 다른 방식의 침체다.

왜 지금 임대료가 내려갔나

부동산원이 제시한 원인은 명확하다. 상권이 위축되며 공실이 길어지자, 임대인이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임대료를 낮췄다는 것이다. 임대료 하락은 상권 침체의 결과이자 동시에 임대인이 택한 대응이다. 빈 점포를 오래 두면 재산세와 관리비, 수선비는 계속 나가지만 임대수입은 0이 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깎아 채우는 편이 버티는 편보다 나을 수 있다.

충남의 경우는 원인이 조금 다르다. 오피스 투자수익률 -0.71%의 배경에는 자본수익률 -1.28%가 있다. 임대료 수입이 아니라 건물값 자체가 떨어진 것이다. 임대료는 버티는데 자산가치가 빠지면 수익률이 무너지고, 수익률이 무너지면 신규 투자가 끊긴다. 임대료 지수의 하락폭과 투자수익률의 하락은 같은 방향의 신호이지만 속도가 다르다.

업종 구성에서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

이번 기사는 업종별 점포 수 증감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는 원문에 근거가 없다. 여기서 추정을 붙이면 기사가 하지 않은 말을 기사에 얹는 셈이 된다. 확인된 것은 임대료와 공실률, 투자수익률이라는 세 가지 지표의 방향뿐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공실률이 두 배로 뛰는 상권에서는 마진이 얇고 회전이 느린 업종부터 자리를 비운다. 문제는 그 자리를 누가 채우느냐인데, 세종처럼 배후 수요가 특정 집단에 집중된 도시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업종이 들어오기 어렵다. 그 판단은 업종별 자료가 공개된 뒤에 해야 한다.

통념과 다른 지점: 1층 공실은 전국 최악, 그러나 절대 수치는 낮다

세종의 1층 공실률 10.4%는 전국 최고다. 그런데 전국 1층 공실률이 6.9% 수준임을 감안하면, 10.4%는 "거리가 텅 비었다"기보다 "열 곳 중 한 곳이 비었다"는 뜻이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 30.1%와 1층 10.4%의 간격이 이 상권의 실제 모습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

1층은 지나가는 사람을 고객으로 바꿀 수 있는 자리이고, 2층 이상은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자리다. 세종의 문제는 1층과 위층의 격차가 크다는 데 있다. 사람이 지나가는 길은 살아 있고, 사람이 올라가지 않는 층이 비어 있는 것이다. 서울 명동처럼 임대료가 오르는 상권과 달리, 세종은 위층에서 시작된 공실이 1층까지 번지는 국면인지, 아니면 위층만의 문제인지를 다음 분기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 권리금·보증금·월세

한국의 상가 임대차는 보통 세 가지 돈으로 이루어진다. 보증금은 계약이 끝날 때 돌려받는 담보금, 월세는 매달 내는 사용료,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장사하던 자리의 영업적 가치를 새 임차인에게서 받는 돈이다. 권리금은 건물주가 아니라 이전 임차인에게 가며, 법으로 정해진 산식이 없다.

이 구조는 침체의 순서를 만든다. 상권이 꺾이면 먼저 권리금이 사라진다. 새 임차인이 "돈을 주고 들어갈 만한 자리"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월세가 조정되고, 마지막으로 보증금이 내려간다. 부동산원의 임대료 지수는 이 과정의 가운데 단계를 잡아낸다. 통계가 발표될 때쯤이면 현장에서는 이미 권리금이 붕괴된 뒤일 수 있다.

공실률 통계에는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부동산원은 이번 조사부터 오피스 표본을 전면 개편하고 신규 상권 17곳을 추가했으며, 공실률은 일정 비율 이상 임대 중인 건물을 대상으로 산출해 실제 체감 공실률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의 30.1%는 그 기준으로 계산된 값이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종과 같은 조건의 다른 계획도시—행정중심 신도시나 신도시 상가—의 수치를 이번 원문에서 직접 대조할 수 없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조사 안에서 확인되는 대조는 대전(1층 공실 5.0%)과 충북(중대형 공실 19.9%, 일반상가 17.7%) 정도다. 같은 충청권 안에서도 1층 공실률이 두 배 차이 난다는 사실이, 세종의 수치가 지역 전체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는 한국부동산원 조사를 인용한 지방지 보도 한 건이다. 부동산원 조사는 정부 산하 기관의 표본 조사로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표본 개편과 상권 추가가 있었던 분기라 이전 분기와의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기사는 상권 위축의 원인을 부동산원의 해석으로 전하고 있는데, 임대료를 낮춘 것이 임대인의 선택이라는 해석은 임대인 개개인의 사정을 담지 못한다. 지자체는 상권 침체를 정책 실패로 읽히지 않게 서술할 유인이 있고, 부동산업계는 회복의 신호를 강조할 유인이 있다.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무엇을 재고 무엇을 재지 않았는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세종의 상가 30.1%가 비었다는 숫자를 볼 때, 우리는 점포가 몇 개 비었는지를 세고 있는가, 아니면 그 거리를 걷는 사람이 왜 줄었는지를 보고 있는가. 계획도시의 상권은 인구를 전제로 설계된다. 그 전제가 흔들릴 때 바뀌어야 하는 것은 임대료일까, 아니면 이 거리의 용도 자체일까.

참고 자료

김형중, 「충청권 상가 임대료 '찬바람'」, 금강일보, 2026.10.29. https://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90044

원문에 인용된 한국부동산원 「2026년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2026.10.29. 발표)를 기사 기술을 통해 확인했다. 본문의 모든 수치는 위 기사에 실린 값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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