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역에서 걸어서 약 150미터. 기자가 2024년 8월 14일 찍은 그 골목은 행인이 드물고, 셔터가 내려앉은 상가가 눈에 띄었다. 그로부터 다섯 달 뒤인 2025년 1월, 뉴스1은 부산 여러 기초지자체가 각자 돈을 들여 골목상권 살리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눈여겨볼 지점은 사업의 목표가 ‘매출 증대’가 아니라 ‘상권 자생’이라는 데 있다. 지원금을 뿌려 손님을 부르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상인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스스로 기획할 수 있게 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기사가 든 숫자부터 보자. 2023년 기준 부산에서 폐업한 자영업자(법인 포함)는 5만 6,148명으로, 전년보다 5,280명 늘었다. 폐업 사유는 사업 부진이 53.4%로 가장 많았다. 절반 이상이 ‘장사가 안 돼서’ 문을 닫은 것이다. 나머지 사유인 행정처분이나 양도, 합병은 1~2% 수준에 그쳤다.
부산에서 골목상권은 어떤 공간인가
부산은 대한민국 남동부에 있는 광역시로, 인구 규모가 국내 두 번째인 도시다. 시청은 연제구 연산동에 있고 행정구역은 15개 구와 1개 군으로 이루어진다. 부산항을 낀 해양 물류 도시라는 성격이 강하지만, 그 안의 주거지와 대학가, 시장 주변에는 생활밀착형 점포가 촘촘히 얽힌 골목 상권이 따로 존재한다.
기사에는 상권의 업종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통계가 없다. 어떤 업종이 늘고 무엇이 빠졌는지는 이 기사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폐업 사유에서 사업 부진이 압도적이라는 점은, 업종 교체보다는 수요 자체가 줄어든 국면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물론 개별 상권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다.
부산 서면 일대의 골목 점포 풍경. 이 기사가 다룬 지원사업의 대상은 특정 상권이 아니라 부산 여러 구의 골목상권 전반이다 — Mstyslav Chernov/Unframe,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금정구의 처방 — 골목형 상점가라는 틀
금정구는 2024년 5월 통과된 ‘부산시 금정구 골목형 상점가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사업을 계획 중이다. 대상은 2,000제곱미터 이내 면적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가 30개 이상 밀집한 구역이다. 상인들은 이곳을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 신청할 수 있고, 지정된 상권의 상인 단체가 공동마케팅이나 공동상품·디자인 개발 계획서를 구청에 내면 비용을 지원받는다.
그런데 사업은 2024년 12월 시작됐는데도 본격적으로 굴러가지 못했다. 이유가 흥미롭다. 상인단체가 구성된 상권이 비교적 적었기 때문이다. 2개 상권이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금을 주겠다고 해도 받을 조직이 없으면 사업이 멈춘다는 뜻이고, 이는 골목상권 문제의 핵심이 돈이 아니라 조직화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진구와 연제구 — 공동체에 돈을 주는 방식
부산진구는 2025년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2025년 골목상권 공동체 지원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상은 관내 골목상권에서 영업하는 30인 이상 소상공인 공동체다. 공개모집 후 필요하면 심사를 거쳐 선정된 2개 공동체에 홍보, 환경개선, 사업비로 쓸 수 있는 예산 각 2,000만 원을 지원한다. 심사 항목은 사업 계획과 이해도, 지역 적합성, 창의성, 참여도다.
연제구는 사업비 1,500만 원을 투입해 ‘골목상권 공동체 역량강화사업’을 준비했고, 3월에 참여 상권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참여 조건은 상인회 조직이 있고 30개 이상 개별 업체가 있는 상권이다. 선정되면 공동 마케팅 같은 골목별 기획 사업에 쓸 예산을 받는다.
왜 구청이 나서는가 — 절차와 거리의 문제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도 비슷한 사업을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그 사업들의 절차가 비교적 까다롭고, 골목 상권에는 상인회가 없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더 가까운 곳에 있는 구청이 자생을 돕겠다는 것이다. 결국 구청 단위 사업은 ‘더 많은 돈’이 아니라 ‘더 낮은 진입장벽’이라는 차별점을 가진다.
왜 그런 변화가 필요했을까. 기사가 직접 제시하는 요인은 경기 침체다. 2023년 부산 폐업 자영업자가 전년보다 5,280명 늘었다는 사실이 그 배경이다. 임대료, 유동인구, 업종 포화 같은 요인은 이 기사에서 수치로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폐업 사유의 53.4%가 사업 부진이라는 점에서, 매출 부진이 가장 직접적인 압력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이해해야 읽히는 부분
한국 상가 임대차에는 일반 주거 임대에 없는 개념들이 있다. 먼저 권리금이다. 장사가 되는 자리의 점포를 넘겨받을 때, 시설과 영업권, 단골에 대한 대가로 새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상권이 꺾이면 이 권리금이 가장 먼저 녹는다.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임차인의 몫이 된다.
보증금과 월세는 임대차의 기본 축이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장사가 안 되는 달에도 월세는 나가므로, 매출이 줄면 수익보다 먼저 임대료 부담이 압박으로 작용한다. 공실률은 상가 전체 호실 중 비어 있는 비율이다. 공실률이 오른다는 것은 새로 들어올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임대인이 월세를 낮추거나 조건을 완화할 압력을 받는다.
이 구조에서 골목상권 지원사업의 2,000만 원, 1,500만 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한 점포의 권리금이나 연간 임대료에 견주면 작은 금액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사업들의 목표가 매출이 아니라 공동마케팅, 공동상품 개발, 환경개선에 맞춰져 있는 것은 나름의 논리다. 개별 점포의 고정비를 대신 갚아주는 것이 아니라, 상권 전체의 유입을 늘려 매출 쪽을 건드리겠다는 발상이다.
통념과 다른 지점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조직이 없다
‘골목상권이 죽었다’는 말은 흔히 점포 수의 감소로 증명된다. 그런데 이 기사가 드러내는 것은 조금 다른 그림이다. 금정구 사업이 시작되고 두 달 가까이 지나도 상인단체가 있는 상권이 적어 본격화되지 못했다는 대목은, 지원의 병목이 돈이 아니라 사람의 조직에 있음을 보여준다.
업종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이 기사에 없다. 폐업 사유에서 사업 부진이 53.4%라는 숫자는 수요 감소 쪽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그 수요 감소가 상권 전체의 소멸인지, 특정 업종과 입지의 쇠퇴인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기사가 제시하는 것은 구 단위의 대응이지, 상권의 사망 선고가 아니다.
다른 지역과의 비교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사에는 다른 도시나 다른 국가의 골목상권 사례, 또는 부산 내에서 대조되는 상권의 수치가 담겨 있지 않다. 다만 기사에 등장하는 부산시·부산경제진흥원의 공모사업과 구청 자체 사업 사이의 대비는, 같은 목적을 가진 사업이 절차의 무게에 따라 다른 층위로 나뉜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료의 한계
이 기사는 지자체 사업의 계획과 예산을 전하는 보도다. 취재의 중심이 구청 관계자와 사업 내용에 맞춰져 있어, 사업을 받는 상인 쪽의 목소리나 실제 매출 변화는 담기지 않았다. 폐업 통계 역시 국세청과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것이지, 기자가 상권을 직접 조사한 수치는 아니다. 지자체가 자기 사업을 홍보하는 관점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독자에게
여러분이 사는 동네 골목에도 상인회가 있는가. 있다면 그 조직은 무엇을 하고 있고, 없다면 왜 없을까. 지원금이 먼저일까, 사람이 먼저일까. 다음에 동네를 걸을 때 한 번쯤 세어보면 좋겠다.
참고 자료
부산 기초지자체들, '상권 자생' 목표로 골목상권 활성화 추진 — 뉴스1, 2025년 1월 28일
https://www.news1.kr/local/busan-gyeongnam/5672762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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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3 06:31
금정구 얘기에서 사업 시작 두 달 만에 참여 준비 상권이 2개뿐이었다는 대목이 제일 오래 남네요. 지원금은 있는데 받을 조직이 없어서 멈췄다니, 상인회 하나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회의와 눈치가 필요한 걸까요? 그런데 연제구나 부산진구처럼 30개 업체 모여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을 두면, 이미 조직 있는 동네만 계속 받아가는 구조가 되지는 않을까요? 결국은 지원금이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도 모이는 사람들이 돈을 받는 쪽 아닐까요? -
빗방울
2026.11.03 07:19
옛날 시장엔 통장님이라는 직함이 참 무거웠지요. 허허, 요즘은 그 통장님 한 분 세우는 일이 제일 어렵다니 세월 참~ 2,000만 원 예산이 아깝다기보다, 상인회 있는 동네만 골라 돈이 가는 구조라면 이미 조직된 곳만 또 지원받는 셈이 아니겠습니까. 지원금보다 사람 먼저라는 말씀, 한 30년 전 상인들 얘기 같아서 웃픈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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