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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모든 이야기

2026년 9월 10일과 11일, 이틀. 서울 중구청 안 한 강의실에 30명이 앉는다. 예비창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업종전환자'다. 총 12시간짜리 교육의 첫날 첫 시간은 창업자금 보증지원제도와 소상공인 지원사업 소개로 시작하고, 이어 상권과 입지를 고르는 방법, 상권분석시스템 활용법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같은 첫날 안에 '임대차 계약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 배치된다. 마지막 날에는 세무와 AI 온라인 마케팅, 스마트스토어 운영이 온다. 수료하면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최대 5천만 원의 창업자금 연계가 붙는다.

이 커리큘럼에서 눈에 띄는 것은 AI 마케팅이 아니라 그 앞의 두 항목이다. 상권분석과 임대차 계약. 지자체 창업 교육이 오랫동안 상품과 마케팅 중심이었다면, 이번 편성은 점포를 어디에 잡고 어떤 조건으로 계약하는가를 먼저 세운다. 강의 한 편의 구성이지만, 이 순서 자체가 2026년 서울 골목상권의 조건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12시간 안에 담긴 것과 빠진 것

기사에 적힌 교육 내용을 그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창업자금 보증지원제도, 소상공인 지원사업, 신용관리 사례, 정책자금 활용법, 업종에 맞는 상권과 입지 선택, 상권분석시스템 활용법, 임대차 계약 확인사항, 사업계획서 작성법, 손익계산 사례, 세무 절차와 국세·지방세, 세무전략, AI 활용 온라인 마케팅, 스마트스토어 활용법, 상품 상세페이지 구성, 네이버쇼핑 검색 유입 전략이다.

자금과 세무, 즉 '돈의 규칙'이 앞에 서고, 상권과 계약, 즉 '자리의 규칙'이 그 뒤를 받는다. 마케팅은 맨 뒤에 온다.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자리와 계약에서 틀리면 회복이 안 된다는 순서다. 다만 12시간에 이 모든 것을 넣었으니 한 항목당 배분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임대차 계약 항목은 아마 한 시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 한 시간이 왜 필요한지가 이 글의 주제다.

중구라는 땅 — 명동과 을지로와 신당동이 한 구에 있다

중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면적이 가장 작은 축에 속하면서도, 하루 유동인구는 손에 꼽는 구다. 명동 상권과 남대문시장, 을지로 인쇄골목과 방산시장, 동대문 일대, 그리고 신당동·황학동의 주거 배후 상권이 한 행정구역 안에 겹쳐 있다. 관광·유통·제조·주거가 같은 구청 관할에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구의 '상권분석'은 다른 구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 된다. 명동에서 성공하는 공식은 신당동 점심 장사에 그대로 쓸 수 없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과 백화점 배후 수요가 만들고, 신당동은 아파트 단지와 오래된 골목의 단골이 만든다. 같은 구, 같은 임대인이어도 계약서에 적히는 숫자의 성격이 다르다. 창업 교육이 '업종에 맞는 상권'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중구의 좁은 골목길 — DestinationFearFa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왜 상권분석이 창업 교육의 첫 항목이 되었나

세 가지 압력이 겹쳤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업종 포화다. 카페·베이커리·무인점포처럼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은 이미 상권 단위로 점포 수가 수요를 넘어선 곳이 많다. 같은 거리에서 같은 업종이 세 번째, 네 번째로 들어오면 남는 것은 가격 경쟁뿐이다. 둘째는 임대료다. 서울 주요 상권의 임대료는 하방 경직성이 강해서, 매출이 줄어도 계약 기간 중 월세는 잘 내려가지 않는다. 셋째는 소비 패턴의 이동이다. 배달과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의 가치가 예전처럼 일률적이지 않게 됐다. 사람이 지나가도 사지 않는 거리와, 사람이 적어도 목적을 갖고 오는 거리가 갈라진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점포를 열기 전에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그래서 교육의 순서가 바뀐다. 상품을 만드는 법보다 자리를 검증하는 법이 먼저다.

임대차 계약 확인사항이 커리큘럼에 들어온 이유

한국 상가 임대차는 세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다. 보증금, 월세, 그리고 권리금이다. 보증금과 월세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이고,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자신의 영업적 가치를 새 임차인에게 파는 돈이다. 시설·영업·거래처라는 세 가지를 묶어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중요하게도 권리금은 건물주와의 계약이 아니라 임차인 사이의 거래여서, 건물주가 그 금액에 관여하지 않는다. 상권이 식으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이 권리금이고, 가장 늦게까지 남는 것이 월세다. 점포를 인수한 사람이 '권리금을 다 날렸다'고 말할 때, 그 돈은 대부분 건물주가 아니라 앞 임차인에게 간 돈이다.

공실률은 이 구조를 거리 단위로 보여주는 지표다. 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이 낮으면 임대인이 조건을 강하게 걸고, 높으면 협상 여지가 생긴다. 다만 공실률이 높다고 임대료가 즉시 내려가지는 않는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낮추기보다 빈 채로 두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흔하고, 그 판단이 길어지면 거리는 비어 가면서도 표시 임대료는 그대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비어 있는데 왜 안 깎아주나'가 되고, 건물주 입장에서는 '한 번 낮추면 되돌릴 수 없다'가 된다.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그래서 단순한 월세 숫자가 아니다. 관리비 항목, 원상복구 범위, 갱신 조건, 그리고 이 거리의 공실이 왜 생겼는지다.

이 항목이 교육에 들어왔다는 것은, 지자체가 '창업 실패'의 상당 부분을 자리와 계약의 문제로 본다는 뜻이다. 기사에 언급된 5천만 원 자금 연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은 담보 없이 신용으로 대출을 받게 해주는 제도인데, 창업 초기에는 담보가 없으니 이 보증이 사실상 유일한 자금 통로가 된다. 문제는 보증을 받아 점포를 열고 첫 해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 남는 것이 보증 채무라는 점이다.

AI 마케팅이라는 이름이 감추는 것

커리큘럼의 마지막 항목인 AI 활용 온라인 마케팅과 스마트스토어는 분명 실용적이다.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검색 유입을 설계하는 일은 온라인에서 매출을 만드는 기본이다. 다만 이 항목이 '상권'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 온라인 판로를 확 열면 오프라인 입지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배달과 픽업이 중심이 되면 오히려 '반경 1킬로미터 안에 누가 사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배달 앱의 노출은 거리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이 커리큘럼은 이중구조를 갖는다. 오프라인 자리의 리스크를 상권분석과 계약 검토로 줄이고, 온라인 판로를 AI 마케팅으로 넓힌다. 두 축이 함께 돌아가야 매출이 버틴다. 한쪽만 배우고 나가면, 좋은 상품을 가진 사람이 나쁜 자리에서 또는 좋은 자리에서 나쁜 계약으로 무너지는 전형적인 실패 경로에 그대로 남는다.

통념과 다른 지점 — 상권이 죽은 게 아닐 수 있다

중구의 상권을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은 '예전 같지 않다'다. 하지만 거리의 점포 수가 줄었다는 것과 그 거리의 상업이 사라졌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업종 구성이 바뀌었을 뿐인 경우가 많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던 소매가 빠진 자리에, 주민을 상대로 하는 식당과 생활 서비스가 들어오기도 하고, 반대로 로컬 수요가 빠진 자리에 체험형 매장이 들어오기도 한다.

문제는 이 변화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계약 기간과 권리금, 원상복구 조건이 업종 전환의 속도를 늦춘다. 새 업종이 들어오려면 기존 임차인이 나가야 하고, 기존 임차인은 권리금을 회수해야 나가고, 새 임차인은 그 권리금을 감당할 만큼의 수익을 예상해야 들어온다. 이 사슬이 끊어지면 건물은 비고, 거리는 비어 보인다. '상권 붕괴'로 보이는 풍경의 일부는 사실 '전환 비용이 너무 비싼 시장'의 풍경이다.

이 해석이 기사에 담긴 것은 물론 아니다. 기사는 교육 프로그램 소식이지 중구 상권 진단이 아니다. 다만 구청이 상권분석과 임대차 계약을 커리큘럼 앞자리에 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장에서 무엇이 병목인지에 대한 행정의 판단은 읽을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같은 서울 안에서도 자치구마다 창업 교육의 강조점은 다르다. 어떤 구는 상권분석과 계약 검토를 앞세우고, 어떤 구는 자금 지원과 보증 연계를 앞세운다. 이 차이는 그 구의 상권 구조를 반영한다. 임대료가 높고 공실이 적은 상권을 가진 구는 '어디에 들어갈 수 있는가'가 문제이고, 임대료가 낮고 공실이 많은 구는 '무엇으로 버틸 수 있는가'가 문제다. 중구는 두 성격이 한 구 안에 공존하는 드문 사례다.

해외 사례로 비교 자료는 이 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권리금 제도처럼 임차인의 영업 가치를 별도 금액으로 거래하는 구조는 상가 임대차 시장이 발달한 일부 국가에서 유사한 형태로 나타난다. 제도 이름과 법적 근거는 국가마다 다르므로, 구체적 비교는 별도 자료가 필요하다.

사료의 한계

이 기사의 성격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이는 지자체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 안내 기사다. 등장하는 인용은 구청장의 발언이고, 교육 내용과 지원 규모는 주최 측이 제시한 값이다. 따라서 '상권분석이 창업의 핵심이다'라는 프레임은 행정의 관점이고, '보증 연계 5천만 원'은 지원의 상한이지 평균이 아니다. 수료생이 전원 그 자금을 받는다는 뜻이 아니며, 실제 승인 여부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심사에 달린다.

또한 이 기사에는 교육을 받은 사람의 성과나 만족도, 수료 후 실제 창업률 같은 데이터가 없다.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려면 그 데이터가 필요하다. 교육 한 편으로 상권의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바뀔 수 있는 것은 교육을 받은 30명의 계약 판단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이 지금 점포를 알아보고 있다면, 확인하고 있는 숫자는 월세뿐인가. 권리금의 근거, 관리비의 구성, 원상복구의 범위, 그리고 그 거리의 공실이 왜 생겼는지까지 물어봤는가.

반대로, 지금 운영 중인 가게가 예년 같지 않다면 그것은 상권이 죽은 것인가, 아니면 업종이 바뀌는 중인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철수할 때도, 버틸 때도 판단이 흔들린다. 당신의 거리는 지금 어느 쪽에 가까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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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서울 중구, 소상공인 창업아카데미 연다…상권분석부터 AI 마케팅까지 '알짜강의' — 식품외식경영(FOODNEWS), 2026년 8월 28일. https://www.foodnews.news/news/article.html?no=1644550

· 같은 사안 보도: 연합뉴스, 「서울 중구, 소상공인 창업아카데미 연다…상권분석부터 AI 마케팅까지 '알짜강의'」, 2026년 8월 26일.

· 신청 안내: 서울특별시 소상공인 아카데미(edu.seoulsbdc.or.kr), 접수 마감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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