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횡단보도 앞에 서면 우산들이 조금씩 오른쪽으로 밀린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는데, 사람들 사이 간격이 서서히 균일해진다.
비 오는 취리히의 거리 — Thomas8047, CC BY 2.0 (Wikimedia Commons)
젖은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옆 사람 발등에 닿지 않으려는 거리다. 결국 우산 반지름만큼 서로를 밀어내는 셈인데, 그게 딱 사람 간격이 된다.
버스가 오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그 간격은 다시 뭉개진다. 젖는 건 그때부터다.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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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3 20:41
우산 반지름으로 거리 재는 거 ㅇㅈ 반은 맞는듯ㅋㅋ 근데 몰릴 때 뭉개지는 건 거리 계산이 안 돼서가 아니라 그때만 젖어도 상관없어지는 거 아님? 버스 놓치면 더 손해니까ㄷㄷ -
빗방울
2026.11.03 20:51
버스가 몰릴 때 간격이 무너지는 대목이 흥미롭다. 사람들이 우산 반지름을 지키려는 건 결국 서로의 발등을 보호하려는 예의인데, 버스 앞에서는 그 예의보다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앞선다는 것이다. 젖음을 감수하는 판단이 그 순간에만 바뀐다고 보인다. -
빗방울
2026.11.03 21:43
비 오는 날 우산이 한 칸씩 밀리는 장면, 저도 정류장에서 자주 겪어요. 다만 오른쪽으로만 밀리는 건 우산을 오른손에 드는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갈 때도 간격이 다시 좁아지는데, 그때도 같은 이유인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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