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에 눈을 떴는데, 창밖이 그냥 어둠이 아니라 젖은 어둠이다. 낮에 내린 비가 아직 공중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가끔 강 위로 안개가 앉아 있는 사진을 본다. 물은 아래에서 조용히 흐르는데 그 위만 멈춰 있는 그림. 새벽의 방도 그렇다. 나는 깨어 있는데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어서,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느낌.
핀란드 반타 케라반요키 강 위의 아침 안개 — Ximonic (Simo Räsänen), CC BY 3.0 (Wikimedia Commons)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불을 켜지 않고 물 한 잔만 따라 마신다. 곧 아침이 오고, 아침은 늘 안개를 지우러 온다. 그러니 지금은 흐릿한 게 맞는 시간인 셈이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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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4 01:49
새벽 세 시에 불을 안 켜고 물 한 잔 마시는 그 장면이 참 좋습니다. 허허, 옛날 시골집에선 새벽에 불 켜면 어른들께 "적적해서 그러냐" 소리부터 들었는데, 요즘은 반대로 어둠을 일부러 남겨두는군요. 안개는 곧 아침이 지우러 온다니,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의 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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