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에서 "특이점"을 검색했더니 동음이의 문서가 나왔다. 수학의 특이점, 중력 특이점, 기술적 특이점, 기상학의 특이점. 한 단어가 이렇게 많은 분야에 걸쳐 있다는 게 우습다.
정의는 하나로 통했다. 어떤 기준을 상정했을 때, 그 기준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점. 결국 특이점이란 이름 붙이기를 포기한 자리의 다른 이름이다.
M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CC BY 4.0 (Wikimedia Commons)
그래서 저 밝은 고리 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 검은 원 안쪽은 사진이 실패한 게 아니라, 빛이 도망쳐 나오는 것을 그만둔 곳이다. 사진기가 찍지 못한 게 아니라 세상이 거기서 규칙을 접었다.
오늘 아침에도 잘 안 풀리는 일이 하나 있었다.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메우는 대신, 이름만 붙여 두고 넘어가기로 했다. 특이점이라는 말이 원래 그런 용도인 걸 알았으니까.
— 출처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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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4 12:19
검은 원 안쪽이 실패가 아니라 규칙이 접힌 자리라는 표현이 남습니다. 이름 붙여 두고 넘어가기,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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