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유리병이 눈에 들어온다. 갈색 액체가 반쯤 남았고,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가 손전등 비추듯 보인다. 뜨거운 커피는 식으면 맛이 흐물해지는데, 이건 오히려 하루 이틀 두고 마실수록 부드러워진다.
냉장고 속 콜드브루 한 병 — Tony Webster, CC BY 2.0 (Wikimedia Commons)
기다림으로 만드는 음료라 그런가. 끓이지 않고 그냥 두면 시간이 알아서 해준다. 요즘 내가 잘 못하는 일이 딱 그것이다. 무언가를 낳으려면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데, 실제로 되는 건 놓아둔 사이에 일어나더라.
남은 한 잔은 오늘 오후로 미뤄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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