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시장 자유상가 일대의 올해 1~9월 카드 매출은 1,091억 8,100만 원이었다. 신한카드 집계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늘어난 숫자다. 그런데 이 증가분을 뜯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같은 기간 내국인 매출은 920억 1,400만 원에서 934억 2,300만 원으로 1.5% 늘어난 데 그쳤고, 외국인 매출은 95억 1,400만 원에서 157억 5,800만 원으로 65.6% 뛰었다. 전체 카드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4%에서 14.4%로 올라섰다. 5.3%포인트 차이다.
같은 흐름이 시장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 관광·소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골목상권의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3,08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5% 증가했다. 전통시장의 외국인 카드 소비액도 48.8% 늘었다. 11월 5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이 기사는 이 변화를 정책 홍보의 언어로 정리하고 있지만, 숫자 자체는 상권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꽤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명동과 강남으로 대표되던 외국인 소비의 좌표가 한 단계 안쪽으로, 골목과 아케이드 안으로 옮겨간 것이다.
남대문에서 무엇이 팔리고 있나
흥미로운 것은 남대문시장에서 최근 눈에 띄는 상품이 스카프, 때 타월, 목욕 바구니 같은 생활용품이라는 점이다. 기념품도 아니고 고가 화장품도 아니다. 생활잡화와 의류를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전통시장 특유의 쇼핑 경험이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분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입소문을 탄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이 대목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지형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명동의 화장품 매장과 강남의 백화점이 상징하던 소비는 "한국에서 무엇을 사면 되는지 이미 아는 사람"의 소비였다. 반면 남대문에서 팔리는 것은 한국인의 일상 자체다. 목욕하고 때를 미는 문화, 그에 딸린 도구를 사 가는 일은 상품 구매라기보다 체험의 구매에 가깝다. 단가가 낮은 대신 객단가가 아니라 방문 빈도와 체류 시간으로 매출을 만드는 구조다.
사람이 움직인 흔적은 결제 건수에 남는다
올해 1~8월 남대문 상권의 주말·공휴일 카드 결제 건수는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대 이하에서 44%, 30대에서 53% 증가했다. 지난해 외국인 하루 평균 유동 인구는 3만 132명으로 전년보다 9.9% 늘었다. 결제 금액보다 결제 건수가 먼저 움직인다는 것은 소액 결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신호다. 한 번에 큰돈을 쓰는 관광이 아니라, 여러 번 들르며 조금씩 사는 관광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설도 이에 맞춰 변했다. 서울시와 중구는 지난해 11월 남대문시장 중심가 135m 구간에 한옥 처마를 형상화한 디자인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비와 강한 햇볕을 피하면서 시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 지붕이다. 시장을 걷는 시간 자체를 늘리겠다는 발상이고, 시장을 주변 관광명소와 연결하는 남대문시장 일대 혁신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골목 풍경 — Adbar,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성수동: 두 배가 된 상권의 조건
성수동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올해 1~9월 성수 일대의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2,638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0.6% 늘었다. 서울시가 분석한 주요 관광지 10곳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남대문의 65.6%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이다.
기사는 그 배경으로 공공 기반과 민간 투자의 결합을 든다. 서울시는 2005년 서울숲을 열었고 2010년 성수IT 산업개발진흥지구를 지정했다. 이후 공장과 창고를 활용한 카페와 문화공간이 생겨났고, 패션·뷰티 매장과 팝업스토어가 잇따라 들어섰다. 올해 서울숲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는 180일간 1,400만 명이 방문했고, 박람회 기간 서울숲·성수동 일대 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늘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순서다. 성수는 상권이 먼저 생기고 사람이 온 것이 아니라, 공원과 산업지구라는 공공 시설이 먼저 깔리고 그 위에 민간의 상업 콘텐츠가 얹혔다. 10년이 넘는 준비 기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임대료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상권의 체력을 만들었다.
왜 하필 지금 골목인가
이유는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첫째, 기존 관광지의 수용력과 임대 구조다. 명동과 강남은 이미 임대료가 높은 지역이고, 그 임대료를 버티려면 객단가가 높은 업종이 들어와야 한다. 화장품과 명품, 대형 프랜차이즈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관광객이 늘어도 그 이익이 임대인과 대형 유통으로 흘러가기 쉬운 구조다.
둘째, 소비 패턴의 변화다. 기사가 전하는 남대문의 생활용품 인기는 SNS를 통한 입소문이 계기였다. 정보의 경로가 여행사 패키지나 가이드북에서 개인 계정으로 옮겨가면, 사람들이 찾는 장소도 유명 상권에서 특정 골목으로 분산된다. 셋째, 정책의 방향이다. 서울시는 전통시장 쇼핑환경 개선과 야간경제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골목상권에 야간 먹거리와 문화·관광 자원을 결합한 서울 달빛야장을 현재 6곳에서 내년 10곳 추가, 2028년까지 25곳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책이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조심해서 봐야 한다. 외국인 소비가 먼저 늘었고, 정책이 그 흐름을 확인하고 뒤따라 확장한 것일 수도 있다. 기사 자체도 서울시 자료를 근거로 쓰였기 때문에, 인과의 방향을 이 기사만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업종은 무엇이 늘고 무엇이 빠졌나
원문이 제시하는 업종 관련 정보는 제한적이다. 남대문시장 자유상가 일대의 "관광 연관업종" 매출을 집계했다는 표현이 나오지만, 어떤 업종이 얼마나 늘었는지 업종별 분해는 제시되지 않는다. 성수동에 대해서도 카페·문화공간, 패션·뷰티 매장, 팝업스토어가 들어섰다는 서술이 있을 뿐 폐업한 업종에 대한 통계는 없다.
따라서 "어떤 업종이 빠졌는가"는 이 기사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 다만 생활용품이 인기를 얻는다는 서술과 결제 건수 증가가 금액 증가보다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겹쳐 보면, 고가 상품 중심의 구매에서 저가·다품목 구매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는 정도는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추론이며 원문의 명시적 결론은 아니다.
남대문시장 상점가의 오후 — Sgroey,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반전: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안쪽으로 밀려났다
서울 상권 담론에는 오랫동안 "명동은 죽었다", "골목상권은 무너졌다"는 서사가 따라붙었다. 그런데 이 기사의 숫자는 다른 그림을 그린다. 외국인 소비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골목상권에서 80.5%, 전통시장에서 48.8% 늘었다. 소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다.
이 재해석이 중요한 이유는 정책의 초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비가 줄었다면 유입을 늘리는 정책이 답이지만, 소비가 이동했다면 이동한 곳을 받아낼 수용력, 즉 위생·결제·언어·동선의 문제를 푸는 것이 답이 된다. 남대문시장의 아케이드는 정확히 후자에 해당한다. 비를 피하게 해 주는 지붕은 매출을 새로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이미 오는 사람이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장치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알아야 숫자가 읽힌다
이 기사의 매출 수치를 제대로 읽으려면 한국 상가 임대차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한국의 상가 계약은 보통 세 가지 돈으로 이루어진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 성격의 목돈이고, 월세는 매달 내는 사용료다. 여기에 권리금이 붙는다. 권리금은 상가의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쌓인 영업상의 이점, 곧 단골·입지·시설·인허가에 대한 대가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아니라 기존 임차인과 새 임차인 사이에 오가는 돈이다.
권리금은 상권이 잘될수록 뛰고, 상권이 꺾이면 가장 먼저 사라진다.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를 규정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실제 회수는 임대인의 협조에 기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공실률은 그 상권에서 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로, 임대료와 업종 구성이 맞물려 움직이는 결과값이다. 매출이 늘어도 임대료가 더 빨리 오르면 임차인의 몫은 줄어든다. 남대문의 외국인 매출 65.6% 증가가 골목 상인들의 소득 65.6% 증가를 뜻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원문에는 남대문·성수·종로3가 외에 다른 도시나 해외 상권과의 직접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사에 등장하는 비교는 서울시가 분석한 주요 관광지 10곳 내에서의 증가율 순위 정도다. 성수동이 100.6%로 가장 높고, 남대문시장 관광 연관업종이 7.5%라는 수치가 같은 기사 안에 나란히 놓여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같은 "외국인 소비 증가"라는 제목 아래에서도 집계 범위에 따라 7.5%와 65.6%가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읽을 때의 한계
이 기사는 서울시의 관광·소비 동향 자료와 신한카드 매출 집계를 근거로 삼고,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의 발언으로 마무리된다. 즉 자료의 생산자와 정책의 집행자가 같은 쪽에 있다. 외국인 소비 증가라는 사실 자체는 카드사 데이터로 뒷받침되지만, 그 증가가 지역 상인의 소득으로 이어졌는지, 임대료 상승이 얼마나 상쇄했는지는 다뤄지지 않는다. 정책 성과를 부각하려는 시각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읽어야 한다.
또한 카드 매출은 현금 결제와 간편결제 일부를 놓친다.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수단 구성이 내국인과 다르다면, 카드 매출 비중의 변화는 실제 소비 변화보다 과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독자에게 묻는다
골목상권의 외국인 매출이 두 배로 뛰는 동안, 그 골목의 임대료는 얼마나 올랐을까. 매출이 늘어난 자리에서 임차인이 실제로 남기는 몫은 늘었을까, 줄었을까. 그리고 우리가 "상권이 살아났다"고 말할 때, 우리가 확인한 것은 사람의 발길인지, 아니면 그 발길이 남긴 돈의 일부인지. 최근 동네 시장이나 골목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알려 주시면 좋겠다.
참고 자료
- 연합뉴스, 「외국인 발길, 명동 넘어 골목·시장으로…서울 상권지도 바뀐다」, 2026년 11월 5일. 파이낸셜뉴스 전재: https://www.fnnews.com/news/202611050556110725
- 기사 내 인용: 서울시 관광·소비 동향 자료, 신한카드 남대문시장 자유상가 일대 매출 집계(2026년 1~9월)
- 배경: 서울특별시 (위키백과) — https://ko.wikipedia.org/wiki/서울특별시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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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5 06:32
저도 남대문 시장에서 목욕 타월 더미를 고르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본 적이 있어요. 계산대 앞에서 한국어로 된 때미는 법 설명을 휴대폰으로 찍어 가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화장품 매장에서 큰 봉투를 들고 나오던 풍경과는 확실히 다른 결이었어요. 결제 건수가 금액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대목도 마음에 남네요. 그 골목에서 오래 장사하시는 분들이 체감하는 게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매출은 늘었는데 권리금과 임대료가 같이 올라가면 남는 건 그대로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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