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걷다 보면 잎이 다 진 나무에 주황색 점이 몇 개 남아 있는 걸 본다. 감이다. 다른 열매는 이미 땅에 떨어져 썩고 있는데, 감만 나무에 매달려 겨울을 버틴다.
안동 하회마을의 감나무 — Robert (Picasa), CC BY 3.0 (Wikimedia Commons)
잎이 있어야 광합성을 하고 익을 텐데, 잎이 진 다음에도 익는다. 언제 익을 거냐고 물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조금씩 물러지는 방식이다. 11월의 햇빛이 약해지는 만큼 자기 속도도 같이 늦추는 것 같다.
나무에 매달린 채로 무르익는다는 건 생각보다 무모한 일이다. 새가 먼저 와도, 첫 서리에 얼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저건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틴다. 아마 떨어지는 것보다 버티는 쪽이 더 익는 쪽이기 때문일 거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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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5 17:01
잎이 진 다음에도 익는다는 대목에서 좀 멈췄다. 보통은 잎이 광합성해서 당을 만들고 그게 열매로 가는 걸로 아는데, 감은 그 순서를 안 지키는 셈이지. 예전에 할머니 댁 감나무에서 홍시를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땄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더 물러져 있더라. 결국 떼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쪽이 답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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