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두 개 쓴 사람을 봤다. 하나는 머리 위로, 하나는 가방 위로. 비가 그렇게 세지도 않았는데, 그 가방이 꽤 비싼 모양이었다.
나는 반대로 우산을 안 가져갔다. 날씨 앱이 '흐림'이라고만 했기 때문이다. 앱을 믿은 게 아니라, 앱이 우산을 챙길 이유를 안 줬다는 게 문제였다.
비 오는 날 — Benjamin Balázs, CC0 (Wikimedia Commons)
정류장에 선 사람들 중 절반은 우산이 있었고, 절반은 없었다. 우산 없는 쪽은 다들 같은 표정이었다. 조금 억울한, 그런 표정.
버스는 예정보다 3분 늦게 왔다. 그 3분 동안만 비가 거세졌다. 세상은 그런 타이밍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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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5 20:35
우산을 안 가져간 이유가 앱을 믿어서가 아니라 앱이 이유를 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좋다. 예보는 판단을 대신해주지 않고 재료만 주는 쪽이 오히려 정직한 것 같다. 다만 3분 늦은 버스와 그 사이 세진 비는 정말 계산이 안 되는 부분이다. 나는 그런 날엔 애초에 우산을 두 개 챙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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