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는 오는 27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전 직원이 양동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전통시장 장보기 날'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국별·동 생활권별로 일정을 나눠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사고, 개인 장바구니를 들고 간다. 구가 내세운 숫자는 177이다. 시장 안에서 '착한가게'로 등록된 점포 수다.
이 장면을 상권 분석의 언어로 바꾸면 숫자가 조금 다르게 읽힌다. 177개 점포에 대해 3주 동안 6번(수·금, 5~27일 기준)의 구매 일정이 편성된다. 공무원이라는, 정해진 급여일과 정해진 점심시간을 가진 고객이 시장 안 특정 인증 점포로만 유도된다는 뜻이다. 이 설계는 상권의 문제를 '수요 부족'으로 규정하고, 수요를 관청이 직접 만들어 보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양동시장의 문제는 정말 수요 부족일까.
지하철역 출구가 시장 입구인 곳
양동시장은 광주 도심 서구에 자리하고, 광주 도시철도 1호선 양동시장역이 시장 이름을 그대로 달고 있다. 역에서 나오면 콧대 높은 백화점이 아니라 비닐 천막과 좌판이 먼저 보이는, 이 도시에서 드물게 '역명이 곧 상권명'인 구조다. 통상 대형 유통이 역세권을 선점하고 전통시장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는 흐름과 정반대로, 양동시장은 유동인구의 관문 자체를 갖고 있다.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도시이자 전남권의 교육·의료·행정 수요를 모으던 중심지다. 2026년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서 행정 체계는 전라남도와 통합됐지만, 시장 바닥의 상권 성격은 행정구역 개편으로 바뀌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 행사를 공지한 기사들도 '광주 서구', '전남광주 서구'라는 두 이름을 섞어 쓴다. 행정은 하나가 됐고, 장보는 사람의 동선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라는 뜻이다.
왜 수요는 줄고, 왜 '인증 점포'가 필요해졌나
서구가 이 사업의 배경으로 든 문장은 두 가지다. '경기 침체'와 '소비 형태 변화'다. 이 두 요인은 작동 방식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지갑이 얇아지는 문제이고, 후자는 지갑은 그대로인데 돈이 다른 곳으로 가는 문제다. 전통시장 매출이 줄어드는 주된 원인은 후자 쪽인 경우가 많다. 장을 보는 주기는 길어지고, 한 번의 구매 단위는 커지고, 그 큰 단위를 감당하는 채널은 대형마트·온라인몰·쿠팡 같은 배송망으로 옮겨간다. 시장의 강점이었던 '오늘 저녁 반찬거리 소량 구매'가 바로 밀려난 영역이다.
여기에 골목상권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비용 구조가 겹친다. 전통시장 점포는 소유와 임대가 뒤섞여 있고, 재개발·정비 계획이 걸린 구역에서는 점포의 장래가 불확실해 설비 투자가 미뤄진다. 시장 '전체'를 브랜딩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점포마다 주인이 다르고 상인회의 권한도 제한적이어서, 공통의 고객 접점(인증·품질·결제)을 만들려면 행정이 개입해 점포를 하나씩 승인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착한가게 177개'는 그 방식의 산물이다.
양동시장역 3번 출구 앞 — 전통시장이 지하철역 출입구와 맞닿아 있는 광주 도심 상권. LE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업종은 무엇이 남고 무엇이 빠졌나
이 기사는 업종 구성의 변화를 수치로 제시하지 않는다.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기사에 드러난 운영 방식은 간접적으로 방향을 보여준다. 장보기 대상이 '식료품과 생활용품'으로 명시되고, 구매처가 '착한가게'라는 인증 점포로 한정된다. 식료품·생활용품을 파는 점포가 시장의 중심으로 남고, 그 외 업종(외식·서비스·수선 등)은 이 사업의 사정거리 밖에 있다는 뜻이다.
양동시장역 3번 출구 앞 — 전통시장이 지하철역 출입구와 맞닿아 있는 광주 도심 상권. LERK,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구분은 상권 해석에서 중요하다. 전통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보는 곳'에서 '먹고 걸어다니는 곳'으로 성격이 이동해 왔다. 식료품 매대는 줄고 즉석식품·분식·카페가 늘어나는 흐름이 그것이다. 행정 지원이 식료품 점포 중심으로 설계되면, 실제로 손님을 끌어오는 외식 업종은 지원 대상에서 빠지고 인증 점포만 남는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실제 트래픽과 지원의 초점이 어긋날 수 있다.
반전 — '죽은 상권'이 아니라 '회계가 다른 상권'
흔한 진단은 '양동시장은 죽었다'이다. 그러나 기사에 등장하는 사실들은 다른 그림을 만든다. 시장은 2025년 5월 '광주 1호 착한시장·착한거리' 선포식의 무대가 됐고, 2026년 11월에는 구 전체의 장보기 캠페인 무대가 됐다. 지자체가 상징적 장소로 계속 선택한다는 것은, 이 시장이 '상권으로서의 최소 기능'은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다.
바뀐 것은 고객의 종류다. 개인 소비자가 줄어든 자리에 공공기관의 구매력이 들어온다. 문제는 이 구매력이 '매출'은 되지만 '상권'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관청의 장보기는 예산 집행이지 시장에 대한 선호가 아니다. 캠페인이 끝나면 그 구매력도 함께 사라진다. 반전은 여기서 나온다.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상권의 매출 구조가 '민간 소비'에서 '공적 구매'로 일부 대체된 것이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알아야 보이는 것
전통시장 점포의 비용은 월세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선 권리금이 있다. 장사가 잘 되는 자리의 영업권·시설·단골을 사고파는 돈으로, 보증금과 별도로 오간다. 권리금은 매출이 좋을수록 올라가고, 매출이 꺾이면 가장 먼저 얼어붙는다. 시장에서 '가게가 안 나간다'는 말은 임대료를 못 낸다는 뜻보다,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해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다는 뜻인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보증금과 월세다. 전통시장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가 많아 계약갱신요구권과 월세 인상 상한 등 보호 장치가 있지만, 실제 계약은 구두·관행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공실률이다. 상권의 건강을 재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지만, 전통시장은 점포 소유 구조가 복잡해 공실 통계 자체가 잘 잡히지 않는다. 빈 점포가 '비어 있다'가 아니라 '주인이 안 급하다'로 남아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이 세 가지를 모르면, 시장의 어려움은 '장사가 안 돼서'라는 한 줄로 축소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전국 지자체가 비슷한 처방을 써 왔다. 공무원·공공기관의 전통시장 장보기, 온누리상품권 발행, 착한가게 인증이 대표적이다. 비교하자면,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전통시장 지원은 매출 보전보다 시설 현대화와 관광 상품화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고, 소도시는 인구 자체가 줄어 수요 창출형 사업의 효과가 짧게 끝나는 경향이 있다. 양동시장 사례는 그 중간에 있다. 도심 역세권이라는 입지와 공공 구매라는 처방이 결합된 형태다. 다만 이 기사에는 다른 시장과의 직접적인 비교 수치가 담겨 있지 않아, 구체적 우열은 비교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사를 읽을 때의 유의점
이 보도는 서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 기사에는 구청장의 발언과 사업 계획만 담겨 있고, 상인 쪽의 목소리나 행사 전후 매출 변화 수치는 등장하지 않는다. 177개 착한가게라는 숫자도 '현재 운영 중'이라는 현재형으로만 제시되며, 이 점포들의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시각, 상인회의 시각, 그리고 시장을 찾는 소비자의 시각이 각각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한다.
독자에게
당신이 사는 동네의 전통시장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나. 관청의 구매력으로 버티는 시장과, 주민의 일상 동선으로 버티는 시장은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5년 뒤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당신은 어느 쪽 시장을 원하는가.
참고 자료
전남광주 서구, 전 직원 양동전통시장 장보기…지역경제 활성화 — 전국매일신문, 2026년 11월 5일
https://www.jeonma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8903
전남광주 서구, 양동전통시장서 '전 직원 장보기'…골목상권 활력 충전 — 더페어, 2026년 11월 5일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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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6 02:41
양동시장역 3번 출구 앞에 시장이 붙어 있다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다. 유동인구의 관문을 이미 갖고 있는데도 수요 부족이라는 처방이 나온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실제 문제는 동선을 매출로 옮기는 접점이 약하다는 쪽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3주 짜리 캠페인으로는 그 접점이 바뀌기 어렵다.
모든 이야기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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