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방 안, 책상 위 스탠드를 켜고 한 시간쯤 앉아 있으면 갓 위를 손등으로 스쳐 볼 때쯤 묘하게 미지근하다. 같은 밝기를 내는 옛 백열 전구만큼 뜨겁지는 않은데, 손을 대면 분명히 따뜻하다. 12와트짜리 LED 전구 하나가 밝기는 100와트 백열등을 대신하는 시대인데, 그 LED는 왜 열을 내는 걸까.
LED는 원래 "차가운 빛"으로 불렸다
LED를 처음 만져 본 사람들이 흔히 하는 설명은 "백열등은 필라멘트를 빨갛게 달구니 뜨겁고, LED는 달구지 않고 빛을 내니 차갑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절반만 맞다. LED 내부의 반도체 결정은 실제로 손끝에 들어올 만큼 뜨거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결정은 빛이 될 수 없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열로 바꿔서, 자기 바로 뒤의 금속판을 뜨겁게 만든다.
즉 질문은 "왜 뜨거운가"가 아니라 "왜 뜨거운 부분이 앞이 아니라 뒤에 있는가"로 바뀐다. 이 구분을 놓치면 램프를 잘못 고르고, 잘못 설치하고, 수명이 왜 반년 만에 끝났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열 계산: 빛이 아니면 전부 열이다
LED는 전기를 받아 빛으로 바꾼다. 이때 바꾼 비율을 발광효율(빛에너지 ÷ 넣어 준 전기에너지)이라고 부른다. 시중의 일반 조명용 LED는 이 비율이 대략 10~30퍼센트 수준이고, 좋은 제품도 많아야 30~50퍼센트 안팎으로 이야기된다. 나머지 90~50퍼센트는 어디로 갈까. 빛으로 나가지 못했으니 열, 또는 결정 내부에서 소모된 손실이다.
12와트 LED 전구를 예로 들면, 발광효율이 25퍼센트일 때 빛으로 나가는 에너지는 3와트이고 나머지 9와트는 열로 배출되어야 한다. 9와트짜리 작은 히터가 전구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손에 닿는 앞면이 미지근한 이유는 그 9와트가 대부분 뒤쪽 금속 기판과 방열판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고, 만질 수 있는 유리 돔은 열의 경로에서 비켜 서 있기 때문이다.
백열등과 열이 나는 위치가 다르다
백열등은 필라멘트가 약 2,700~3,000K까지 가열되어 빛을 낸다. 그 온도는 필연이고, 이때 전기의 90퍼센트 이상이 열로 나간다. 그러나 그 열은 전구 전체가 뜨겁게 달궈지는 방식으로 퍼지고, 일부는 빛 자체(적외선)로 피사체에 닿는다. 백열등 앞에 서면 얼굴이 따뜻해지는 건 빛나는 필라멘트의 복사열이 직접 피부에 닿기 때문이다.
거리 조명용 LED 등기구의 뒷면. 방열핀이 촘촘히 세워진 이 알루미늄 덩어리가 LED가 만든 열을 대기로 넘긴다 — Retired electrician, CC0 (Wikimedia Commons)
LED는 반대다. 빛은 결정에서 앞으로 나가지만 열은 결정 뒤의 금속 패키지로만 빠진다. 앞을 밝히는 물체가 뒤에서 뜨거운, 구조적으로 분리된 물체라는 뜻이다. 그래서 LED 램프를 손으로 만질 때 앞면이 시원하게 느껴져도, 같은 램프의 방열판은 60~80도까지 오를 수 있다. 뜨거운 곳을 만지지 말라는 경고가 램프 앞면에 붙는 경우가 적은 이유다.
왜 빛을 다 못 만드는가: 구조의 한계
LED의 발광 원리는 전자가 반도체의 에너지 장벽(밴드갭)을 넘어 떨어질 때 그 차이만큼의 에너지를 빛으로 내놓는 것이다. 이 에너지는 결정의 물질이 정한다. 흔한 GaN(질화갈륨) 계열 청색 LED는 밴드갭이 약 3.4전자볼트이고, 그 빛의 파장은 450나노미터 안팎의 청색이다. 여기에 황색 형광체를 입혀 백색으로 만든다.
고출력 LED 칩 하나를 올린 스타형 기판. 노란 사각형이 형광체를 덮은 발광면이고, 그 아래 금속 기판과 뒤쪽 방열판이 열을 밀어낸다 — Lucasbosch,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과정에서 손실이 생긴다. 청색 빛이 형광체를 흥분시켜 황색 빛으로 다시 나올 때, 들어온 에너지의 일부가 형광체의 열 진동으로 빠져나간다. 형광체 변환에서 발생하는 이 손실을 대략 20~30퍼센트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위에 전기가 빛이 되는 과정 자체의 효율 한계, 그리고 고출력에서 생기는 비복사 재결합(빛이 되지 못하고 열이 되는 전자·정공의 재결합)이 겹친다. 결국 ‘빛’이라 불리는 출구에서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전체의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열이 쌓이면 수명이 급감한다
여기서 LED의 약점이 드러난다. LED는 다른 광원보다 열에 훨씬 예민하다. 반도체 결정의 접합부 온도가 25도 오르면 광 출력이 줄어들고, 수명도 크게 짧아진다. 제조사들은 백색 LED의 수명을 열적 조건에 따라 계산하는데, 접합부 온도가 몇 도만 더 올라가도 명목 수명이 크게 깎인다.
그래서 방열판이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다. 알루미늄 방열핀은 표면적을 넓혀 공기가 열을 빼앗아 가게 하고, 열이 잘 전도되는 TIM(열 인터페이스 재료)이 LED 패키지와 방열판 사이라는 좁은 틈을 메운다. 이 두 단계가 없으면 결정의 열이 갇혀 접합부 온도가 올라가고, 밝기는 떨어지고 색은 변하며, 결국 어느 날 조용히 꺼진다.
이 설명이 틀리는 경우
모든 LED가 항상 뜨겁다고 말하면 틀린다. 손전등 같은 저출력 제품이나 몇 밀리와트 수준의 표시등은 열을 낼 여유조차 없을 만큼 전력을 적게 쓰고, 방열판 없이도 살아남는다. 또 같은 12와트라 하더라도 발광효율과 방열 설계에 따라 실제 몸체 온도가 크게 다르다. 반대로 백열등이 "항상 뜨겁다"도 부분적으로만 맞는데, 밝기를 아주 낮추면 그리 뜨겁지 않다.
또 한 가지, 발광효율의 숫자는 측정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실온에서 측정한 최고값과 실제 램프를 오랜 시간 켜 두었을 때의 값은 같지 않다. 따라서 "LED는 전기의 25퍼센트만 빛이 된다"는 문장은 특정 조건에서의 대략값으로 읽어야 하고, 절대적인 법칙처럼 인용해서는 안 된다.
생활에 적용되는 판단
첫째, LED 전구를 교체할 때 램프 갓이 밀폐형이라면 방열을 생각해야 한다. 통풍이 안 되는 등기구에 고출력 LED를 넣으면 뜨거운 공기가 갇혀 수명이 줄어든다. 제품 상자에 적힌 사용 조건을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둘째, LED로 방을 밝게 만들면 난방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다. 같은 밝기에서 전기를 덜 쓰므로, 겨울에 방이 덜 따뜻해지는 것은 전구의 결함이 아니라 열이 적게 난다는 정상적인 결과다. 여름에는 반대로 이득이다.
셋째, 뜨거운 금속 부품은 앞면이 아니라 등기구 뒤통수라는 점을 기억하면 안전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천장에 붙은 LED 등기구를 만질 때 손이 닿는 쪽, 그리고 교체 직후의 방열판은 충분히 식힌 뒤 다루는 것이 좋다.
독자에게
여러분 집에서 유난히 빨리 죽은 LED 전구가 있다면, 그 등기구의 통풍이 어땠는지 한번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밝게 빛나는 물체의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그 구조를 알면 전구를 고르는 눈도 조금 달라집니다.
참고 자료
- US DOE, LED Lighting (발광효율 및 백열등 대비 소비전력 설명)
- US DOE SSL Program, Lifetime and Reliability of LED Lighting (접합부 온도와 수명 관계)
- Schubert, E. F., Light-Emitting Diod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밴드갭과 발광 원리)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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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6 10:43
밀폐형 갓 이야기가 특히 와 닿는다. 예전에 화장실에 넣은 LED가 반년 만에 죽어서 전구를 의심했는데, 등기구가 통풍을 막고 있었으니 접합부 온도부터 올라간 셈이다. 같은 12와트라도 어디에 넣느냐가 수명을 가른다는 점이 흥미롭다. 방열판이 60~80도까지 오른다는 대목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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