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COMMUNITY모든 이야기

2026년 11월 6일 오전 9시, 전북 군산의 대상㈜ 공장에서 약 20톤의 사료첨가제 라이신이 컨테이너에 실렸다. 이번 첫 선적은 회사가 내년에 약 200만 달러, 1,200톤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힌 출발점이다. 숫자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 사건이 뜻하는 바는 물량이 아니라 문턱을 넘었다는 사실에 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사료 시장 중 하나이자, 동시에 등록 규제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나라다.

무엇을 바꾼 것인가 — 제품이 아니라 서류가 늦었다

라이신은 가축의 성장과 단백질 합성을 돕고 사료 효율을 높이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옥수수와 콩 위주의 사료에는 라이신이 부족해서, 축산업이 커진 나라일수록 첨가제 수요가 곧 사료비용에 직결된다. 그래서 브라질 같은 시장에서 이 품목은 제품력이 아니라 등록 승인이 관문이다. 브라질은 자국에 들어오는 동물용 제품의 제조시설과 제품을 자국 농축산부에 별도로 등록하게 한다. 시설 등록이 먼저 되지 않으면 제품 등록 자체가 들어갈 수 없다.

대상㈜은 이 현지 등록 절차에서 막혀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브라질 농축산부에 해외 제조시설 등록 서류를 직접 전달하고, 현지 인허가 담당 기관과 영상회의를 여는 방식으로 정부 간 협력(G2G, 정부와 정부가 직접 대응하는 채널)을 통해 지원했다. 그 결과 서류 제출 후 한 달 안에 한국 제조시설 등록이 승인됐고, 제품 등록 신청 뒤 2026년 10월 최종 승인이 나왔다. 바뀐 것은 회사의 기술이 아니라 통과 경로다.

왜 지금인가 — 6월에 만든 지원단이라는 장치

이번 성과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2026년 6월부터 「농산업 분야 글로벌 인허가 통합 민·관 합동 지원단」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기능은 단순하다. 해외 인허가와 비관세장벽(관세가 아닌 규제로 수입을 막는 조치)에서 막힌 기업의 애로를 부처가 직접 떠안고, 상대국 담당 부처와 실무 협의를 대신 뚫어주는 창구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시간이 걸리는 구간이 바로 이 상대국 담당자와의 접점이고, 여기서 정부가 대리인 역할을 한 셈이다. 만들어진 지 반년도 안 된 조직이 첫 가시적 결과를 냈다는 점도 이 보도자료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핵심 내용 — 숫자와 일정

  • 첫 선적: 2026년 11월 6일, 약 20톤. 군산 공장(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외항4길 57)에서 선적식 개최, 오전 9시~9시 30분.
  • 2027년 계획: 약 1,200톤, 약 200만 달러 규모 수출 예정.
  • 승인 경과: 제조시설 등록 서류 제출 후 한 달 내 승인 → 제품 등록 신청 → 2026년 10월 최종 승인.
  • 시장 규모의 근거: 브라질은 소고기 생산 세계 1위, 닭고기 생산 3위, 돼지고기 4위. 2025년 사육두수는 소 2억 3,400만 수, 돼지 4,400만 수, 닭류 16억 700만 수(브라질 통계청 IBGE).
  • 참석자: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 대상㈜ 안상훈 본부장, 한국동물약품협회 정병곤 회장 등 약 20명.

policy_156788199.jpg

2026년 11월 6일 배포된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화면 — 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 공공누리 정부 공공저작물

누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얻는 쪽은 분명하다. 대상㈜은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고, 이번 등록으로 확보한 시설 승인은 향후 다른 제품의 등록에도 재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국내 축산 농가는 직접적 수혜자는 아니다. 이 제품은 수출용이지 국내 사료 가격을 낮추는 조치가 아니다. 수출 실적이 쌓이면 국내 생산라인의 가동률과 고용이 늘어나는 간접 효과 정도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잃는 쪽은 브라질 현지 및 기존 글로벌 공급자다. 라이신 시장은 이미 몇몇 대형 공급자가 가격을 주도하는 구조여서, 신규 진입자는 물량이 아니라 가격으로 경쟁해야 한다. 또 하나는 관료적 이해관계다. 정부가 특정 기업의 인허가를 직접 뚫어준다는 것은, 같은 지원을 받지 못한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남긴다. 지원단이 어떤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고르는지는 이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통념과 다른 지점 — 규제는 벽이 아니라 절차였다

수출이 막히면 흔히 “비관세장벽”, 즉 상대국의 의도적 견제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은 견제가 아니라 절차의 병목이다. 서류를 제출한 뒤 한 달 만에 시설 등록이 승인됐다는 것은, 상대국이 거부하려 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창구로 서류가 들어가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업이 스스로 상대국 부처와 협의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사실상의 장벽이었다면, 해법은 통상 협상이 아니라 실무 창구를 여는 일이 된다. 이 보도자료가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 해석은 정부 발표에 기반한 것이며, 상대국의 입장은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반론과 한계 — 해결하지 못한 것

첫째, 20톤은 상징적 물량이다. 2027년 1,200톤도 브라질 전체 사료 시장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는 계획일 뿐 결과가 아니다. 둘째, 이번 승인은 한 제품, 한 시설에 대한 것이다. 다른 품목이나 다른 국가로 일반화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음. 셋째,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하락과 채산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관세나 물류비, 현지 유통망 확보 비용도 원문에 없다. 넷째, 지원단이 몇 개 기업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전체 실적 지표는 이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독자가 실제로 해야 할 일

농산업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확인할 것이 있다. 해외 인허가 단계에서 막혔을 때 농식품부의 「농산업 분야 글로벌 인허가 통합 민·관 합동 지원단」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의 창구는 보도자료에 적힌 담당 부서인 농산업혁신정책관 농산업수출진흥과(과장 남현중 044-201-2471, 담당 김양일 044-201-2475)다. 일반 소비자나 축산 농가가 이번 발표로 직접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국내 사료 가격이나 축산물 가격에 대한 조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료의 한계 — 이것은 정부의 입장이다

이 글의 근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한 건이다. 보도자료는 성과를 알리는 문서이므로, 잘된 부분이 앞에 오고 어려움은 뒤로 밀린다. 브라질 현지 유통업체나 경쟁 공급자의 시각, 실제 판매 단가와 마진, 등록 이후의 사후 규제 대응 부담은 이 자료에 담기지 않는다. 기업 대표의 발언 역시 정부 지원에 대한 감사 인사 형식이라, 지원이 없었을 경우의 대안을 판단할 근거로는 부족하다. 수출 성과의 크기를 가늠하려면 향후 실제 통관 실적과 매출 공시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참고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한-브라질 정부 간 협력 결실··· 국산 라이신(사료첨가제) 브라질 첫 수출 성사!」, 2026년 11월 6일 배포.
  • 정책브리핑(korea.kr) 원문: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88199
  • 브라질 사육두수 통계: 브라질 통계청(IBGE), 2025년 기준.

같은 절차의 병목이 다른 품목에서도 풀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번 한 건의 예외였을까요?

모든 이야기2107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

글쓰기
총 2107개의 이야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