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금요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시장과 범계역 인근 골목형상점가의 상인회 사무실 앞에는 이날부터 사흘 동안 영수증을 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이 생긴다. 5만 원 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가져오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1만 원을 돌려받는 행사다. 영수증은 여러 장을 합산할 수 있고, 1인당 하루 한 번까지 참여할 수 있으며, 예산이 다 소진되면 사흘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마감된다.
주최는 한국마사회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다. 행사 이름은 ‘한국마사회와 함께하는 골목상권 상생 & 친환경 캠페인’. 한쪽에선 온누리상품권 환급, 다른 쪽에선 종이팩 10개나 페트병 5개, 폐건전지 10개를 가져오면 종량제 봉투와 장바구니를 주는 캠페인이 같이 돈다.
상권의 상태를 말해주는 숫자 — 5만 원과 1만 원
이 행사의 진짜 정보는 행사 내용이 아니라 두 숫자다. 조건이 ‘5만 원 이상’이라는 점이 먼저 눈에 걸린다. 5,000원이나 1만 원이 아니다. 사흘 동안 시장에서 쓸 만한 물건을 사는 기준선을 5만 원에 두었다는 것은, 주최 측이 상정한 장바구니의 크기가 그 정도라는 뜻이다.
환급률은 20%다. 2만 원을 아껴주는 쿠폰이 아니라, 5만 원을 먼저 쓰게 만드는 1만 원이다. 소비 촉진 정책에서 이 구조는 흔하다. 할인은 손님의 지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장치로 쓰인다. 문제는 증폭된 지출이 예산이 끊긴 다음 주에도 이어지느냐다.
안양 범계역 7번 출구. 역 주변 상권은 지하철 이용객의 동선에 매출이 묶이는 대표적인 역세권형 골목상권이다 — Minseong Ki,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안양중앙시장과 범계역 — 성격이 다른 두 상권이 한 행사에 묶인 이유
기사가 행사장으로 지목한 두 곳은 같은 도시 안에 있지만 상권의 성격이 다르다. 안양중앙시장은 전통시장이다. 상인과 점포가 오래 자리를 지키고, 고정된 상설 점포와 노점이 뒤섞인 골목 구조가 남아 있는 유형이다. 반면 범계역 인근은 ‘골목형상점가’로 불린다. 이 명칭은 소상공인 지원 제도에서 쓰이는 분류다. 전통시장처럼 등록된 시장은 아니지만, 일정 수 이상의 소상공인 점포가 밀집한 구역을 지자체가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해 온누리상품권 가맹 등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두 곳을 한 행사로 묶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통시장은 제도 안에 있고, 골목형상점가는 제도 경계에 걸쳐 있다. 같은 예산으로 두 유형을 동시에 다루는 실험이라는 성격이 있다.
범계역은 안양의 중심 상권 중 하나로, 지하철 4호선이 지나는 환승 거점이다. 역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대형 상업시설, 그리고 그 뒤편 골목의 소규모 점포들이 겹쳐 있다. 역세권 상권의 특징은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과, 그 유동인구가 대부분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통행량이 매출로 바뀌려면 사람을 세워야 하고, 사람을 세우려면 목적이 있어야 한다.
왜 지금 이런 행사인가 — 온라인 소비와 경기 둔화라는 두 개의 압력
기사가 직접 제시한 원인은 두 가지다. 온라인 소비 증가와 경기 둔화다. 이 두 가지는 골목상권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온라인 소비는 방문 자체를 줄인다. 생필품과 잡화는 배송으로 해결되고, 그만큼 골목 상점의 ‘일상 구매’가 빠져나간다. 반대로 경기 둔화는 방문했을 때의 결제 금액을 줄인다. 두 압력이 겹치면 가게는 손님이 줄고 객단가도 줄어드는 이중 타격을 받는다.
이 구조에서 쿠폰은 어느 쪽을 겨냥하는가. 5만 원 이상 조건은 객단가 쪽을 겨냥한다. 손님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이미 온 손님에게 더 쓰게 하는 편이 예산 대비 효과를 계산하기 쉽기 때문이다.
상권 지원금이 매출로 바뀌는 경로 — 그리고 새는 곳
온누리상품권 환급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급 방식에 있다. 현금을 나눠주면 그 돈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지만, 상품권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 기사도 이 점을 짚는다. 지급된 상품권이 다시 지역 상권에서 쓰이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기대다.
다만 회로에는 마찰이 있다. 모바일 상품권으로 받은 돈은 그 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가맹점에서 통용되기 때문에, 지급받은 사람이 다른 지역에서 쓰면 지역 내 재순환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 효과의 크기는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조기 마감이다. ‘예산 소진 시 조기 마감’이라는 조건은 행사를 사흘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한정 수량 배포로 만든다. 정보를 늦게 접한 사람은 오지 않게 되고, 첫날 오전에 몰리는 대기 행렬이 생기기 쉽다.
업종 구성은 어떻게 바뀌었나 — 확인되지 않은 부분
상권 해설에서 통상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떤 업종이 늘고 무엇이 빠졌나’다. 닭강정집이 늘었는지, 철물점이 빠졌는지, 커피 전문점이 몇 개로 불었는지. 이번 기사의 원문에는 두 상권의 업종 구성 수치나 점포 수 변화가 담겨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글에서 업종 변화를 특정할 수 없다. 확인되지 않은 수치를 넣는 대신, 이것이 이 기사의 한계라고 적어두는 편이 정직하다.
“상권이 죽었다”가 아니라 “누가 걸어 들어오는가”의 문제
흔한 통념은 골목상권의 쇠퇴를 ‘수요의 소멸’로 읽는 것이다. 사람들이 시장에 가지 않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범계역 같은 역세권 상권을 보면 그림이 다르다. 사람은 여전히 지나다닌다. 다만 그 사람이 무언가를 사러 왔는지, 환승하러 왔는지가 매출을 가른다.
이 관점에서 보면 5만 원 환급 행사는 수요를 새로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이미 흐르는 사람에게 정지 이유를 주는 장치다. 쿠폰이 하는 일은 ‘여기서 멈춰서 5만 원을 쓰면 1만 원을 돌려준다’는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다. 통념과 다른 지점은 여기다. 상권이 쇠한 것이 아니라, 상권이 손님의 동선에서 목적지로 승격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이 해석에도 반론은 있다. 목적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매번 1만 원씩이라면, 그 지출이 끝난 뒤 목적이 남아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원금이 사라진 다음 주에 같은 사람이 다시 오는지 확인한 자료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한국 상가 임대의 구조 — 권리금, 보증금, 월세, 공실률
골목상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임대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상가 임대차에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돈이 오간다.
보증금은 계약을 위해 맡기는 돈으로,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다. 월세는 매달 내는 사용료다. 보증금을 크게 올리고 월세를 낮추는 방식과 그 반대의 방식이 모두 쓰인다.
권리금은 한국 상가 임대차에서 특히 눈에 띄는 항목이다. 기존 임차인이 가진 영업상의 이점, 즉 단골, 시설 투자, 상권 내 평판 같은 것을 새 임차인에게 넘기고 받는 대가다. 권리금은 건물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 사이에서 거래된다. 그래서 사업을 접을 때 회수 가능한 자산처럼 취급되기도 하고, 반대로 임대차 계약이 갱신되지 않으면 휴지조각이 되기도 한다.
임대차 계약 갱신과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는 제도가 상가건물 임대차 관련 법령에 마련되어 있지만, 분쟁은 여전히 많다. 권리금을 둘러싼 다툼은 계약서 몇 줄로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공실률은 빈 점포의 비율이다. 상권이 건강한지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지만, 골목상권 단위의 공실률은 전국 통계처럼 정기적으로 공표되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 이번 행사의 두 상권 역시 구체적 공실률이나 임대료 수준은 원문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다른 지역과의 비교 — 원문에 없다는 말의 의미
이 기사는 안양의 두 상권을 다루면서 다른 도시의 유사 사례나 대조 사례를 제시하지 않는다. 비교 자료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같은 제도, 즉 온누리상품권 환급이라는 수단을 쓰는 사례는 다른 지역에도 존재한다는 점은 이 글에서 추정하지 않고 원문 범위 안에서만 언급해 둔다.
사료의 한계 — 이 기사는 누구의 목소리로 쓰였나
이 기사는 한국마사회의 행사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인용된 목소리는 한국마사회 관계자 한 사람이고, 상인이나 이용객의 증언은 없다.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문장도 평가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글의 수치는 행사 조건에 관한 것이지, 행사가 실제로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흘간의 매출 증가율, 방문객 수, 재방문율, 참여 상인 수는 어느 것도 원문에 없다. 이 글을 읽을 때 이 구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독자에게
5만 원을 쓰면 1만 원이 돌아오는 사흘 동안, 그 돈이 어디로 갔을까. 예산이 소진되어 쿠폰이 끊긴 다음 주에도 같은 골목에 같은 사람이 다시 걸어 들어올까. 당신 동네 상권에서 마지막으로 ‘사러 갈 이유’가 생긴 것이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면, 이 행사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 “한국마사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맞손 ‘전통시장·골목상권 살리기 나선다’” — Queen 이코노미퀸, 유인근 기자, 2026년 11월 6일
· 원문: http://www.quee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5937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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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6 18:39
5만 원 이상 조건이 5,000원이 아닌 게 진짜 포인트지 ㅋ😅 이미 온 사람한테 지출을 키우는 쪽이고, 상품권도 전국 가맹점에서 써서 그 동네로 다 안 돌아온다는 거 👍
모든 이야기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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