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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모든 이야기

2026년 8월, 시카고 서쪽 외곽 롬바드(Lombard)의 요크타운 센터 몰 바로 옆에서 아파트 단지 한 채가 주인이 바뀌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소재 그레이스타(Greystar)가 295가구짜리 엘란 요크타운(Elan Yorktown)을 텍사스계 RPM리빙과 뉴욕라이프의 합작법인에 9,900만 달러(가구당 약 33만 5,000달러)에 넘겼다. 매수 측은 JP모건에서 6,340만 달러를 빌려 이 거래를 지탱했다. 문제는 이 아파트가 있는 동네의 간판이다. 바로 옆 78만 7,000평방피트(약 7만 3,000㎡) 규모의 쇼핑몰이 같은 해 6월 대출 만기를 넘기지 못하고 부도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장의 반응이다. 몰이 무너지는 동네에서 왜 아파트 값은 1억 달러 가까이 붙었을까. 이 글은 한 거래의 숫자를 따라가며, 미국 교외 상권이 지금 망하는 중인지 용도를 바꾸는 중인지를 뜯어본다.

한 동네, 두 개의 가격표

먼저 숫자를 나란히 놓아 보자. 요크타운 센터의 감정가는 2024년 10월 기준 6,040만 달러였다. 2014년 이 몰을 담보로 대출이 처음 실행될 때 붙은 2억 4,270만 달러와 비교하면 75% 떨어진 값이다. 반면 바로 옆 아파트는 가구당 33만 5,000달러, 총 9,900만 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블록, 같은 역세권, 같은 주차장을 공유하는 두 자산의 운명이 이렇게 갈린 것이다.

몰의 몰락은 하루아침이 아니었다. 2016년 스포츠 오소리티(Sports Authority, 미국의 스포츠용품 대형 체인), 2018년 카슨스(Carson’s, 중서부 백화점 체인)가 차례로 문을 닫으며 현금흐름이 흔들렸고, 2020년 팬데믹 때 주(州)가 명령한 소매업 영업 중단이 이를 키웠다. 대출은 만기만 여덟 해 넘게 연장됐고, 2025년 8월 마지막 수정으로 최종 만기가 2026년 6월로 밀렸다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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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타운 센터 외관 — Daisia100,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미국에선 건물을 사는 게 아니라 계약을 사는 일이다

이 사건을 한국 독자에게 설명하려면 먼저 미국 상가 임대·소유 제도를 짚어야 한다. 원문 기사에는 임대차 조건이 직접 나오지 않으므로, 아래는 일반적 배경 설명임을 밝혀 둔다(구체적 임대료·보증금 수치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음).

한국에서는 상가 임차인이 보증금과 권리금을 얹어 자리를 사고, 임대료는 통상 월세로 낸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은 대개 NNN(트리플 넷) 리스로 계약한다. 임차인이 기본 임대료에 더해 부동산세, 건물 보험, 공용부 유지비를 따로 부담하는 구조다. 여기에 CAM(common area maintenance) 요금, 에스컬레이션(매년 일정률 인상) 조항, 그리고 5년·10년 단위 장기 리스가 붙는다. 즉 한국의 월세 계약이 짧은 주기로 다시 협상하는 계약이라면, 미국 몰의 계약은 십 년짜리 채권에 가깝다. 앵커 테넌트(몰 전체를 끌고 가는 대형 점포) 하나가 빠지면 남은 임차인들의 매출 연동 임대료가 함께 무너지고, 그 충격이 곧바로 건물 가치와 대출 상환 능력으로 번진다.

한국의 전세는 상가에서도 드물게 남아 있지만 미국에는 전세 개념 자체가 없다. 대신 임차인이 얼마를 보장하는 계약을 들고 있는가가 자산 가치의 핵심이 된다. 그래서 몰이 부도 나면 건물이 아니라 임차 계약 더미가 먼저 재평가된다.

임차인을 잃은 건물, 임차인을 얻은 건물

요크타운 센터는 2억 달러 규모 재개발을 추진해 왔다. 로스앤젤레스의 퍼시픽 리테일 캐피털 파트너스가 이끄는 계획의 1단계는 공공 광장과 공원, 그리고 협력사 시너지 컨스트럭션이 지은 276가구 아파트 리저브 앳 요크타운(Reserve at Yorktown)이었다. 다시 말해 이 동네의 개발자는 이미 소매를 줄이고 사람을 늘리는 방향을 택했고, 그 1단계가 끝난 직후 원금 상환이 막힌 것이다.

원문이 인용한 모닝스타 데이터에 따르면 몰 주변 임대 아파트는 사정이 다르다. 뉴욕의 처치윅 파트너스가 소유한 헤이븐 앳 하이랜드는 지난해 입주율 94%, 부채상환충당비율(DSCR) 1.5 이상을 기록했다. 순영업이익이 이자 상환액의 150%에 달한다는 뜻이다. 반면 인근 오피스는 팬데믹 후 수요가 꺾여 2025년 5월 1,520만 달러 대출 부도로 압류 소송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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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타운 센터의 푸드코트 디 이터리(The Eatery) — Daisia100,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왜 하필 지금 아파트였나

원인은 여러 겹이다. 첫째, 이커머스. 앵커 테넌트의 이탈은 온라인 구매가 백화점·스포츠용품의 몸집을 줄인 결과다. 둘째, 원격근무. 몰 옆 오피스 수요가 줄며 낮 시간 유동인구가 사라졌다. 셋째, 금리. 2022년 이후 조달 비용이 뛰자 2014년 2분기 수준의 금리로 만든 대출은 차환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넷째, 주거 수요의 회귀. 시카고 교외 멀티패밀리 거래액은 2026년 2분기 전년 대비 67% 이상 늘었다(중개사 인터라 리얼티 보고서, 원문 인용). 사람은 이 동네로 돌아오고 있고, 다만 쇼핑백을 들고 오지 않을 뿐이다.

RPM리빙의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이 회사는 같은 해 3월 올랜드 파크의 294가구 빌드투렌트 단지를 1억 200만 달러에, 7월 링컨파크의 소노 이스트를 1억 2,520만 달러에 사들였다. 몰이 아니라 그 옆 사는 공간을 모으는 중이다.

상권 몰락이 아니라 용도 전환이다

통념은 교외 몰의 시대가 끝났다다. 그러나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조금 다르다. 몰의 가치는 75% 사라졌지만, 그 땅 위에 선 아파트는 가구당 33만 5,000달러에 팔렸다. 같은 위치의 부동산이 소매 용도에서 주거 용도로 옮겨간 것이지, 땅이 버려진 것이 아니다. 상권의 실패는 곧 매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매 상면의 실패이고, 자본은 그 상면을 다른 용도로 갈아입힌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자본의 시각이다. 원문은 감정가·대출·거래액을 정밀하게 다루지만, 몰 안에서 문을 닫은 소상공인이나 직장을 잃은 종업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용도 전환은 건물주에게는 해법이고, 그 안에서 장사하던 사람에게는 퇴거 통지서일 수 있다.

한국의 동네와 겹치는 지점

한국에서 가장 비슷한 처지는 대형마트·백화점이 빠져나간 뒤 남은 지역 상권, 예컨대 오래된 아파트 단지 옆 근린상가나 재개발을 기다리는 낡은 상가다. 그 앞에서도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이 건물을 상가로 계속 쓸 것인가, 아니면 주거나 다른 용도로 바꿀 것인가.

같은 점은 앵커 하나가 빠지면 골목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는 구조다. 다른 점은 계약의 길이와 손실의 주체다. 미국은 장기 리스와 기관 자본이 판을 짜서 몰의 부도가 곧바로 거대 대출의 만기 불이행으로 나타난다. 한국은 2~3년 단위 갱신과 개인 임대인이 많아, 몰락이 공실과 권리금 소멸이라는 형태로 상인에게 천천히, 그러나 더 직접적으로 내려앉는다. 제도가 다르니 손실의 모양도 다르다.

덧붙여: 이 글의 한계

이 글의 1차 출처는 미국 부동산 전문 매체 더 리얼 딜(The Real Deal)의 2026년 8월 24일 보도이며, 크레인스 시카고 비즈니스가 같은 사건을 다룬 기사는 유료 장벽 뒤에 있어 전문(全文)을 확인하지 못했다(제목·발행일만 확인). 따라서 각 수치는 더 리얼 딜이 인용한 등기·감정 기록에 근거하며, 개발사와 매수자의 입장은 양측 모두 논평을 거부했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임대차 조건과 업종 구성은 원문에 없어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긴다. 몰의 미래는 아직 법정 절차에 달려 있다.

독자에게

여러분 동네에 사람은 오는데 가게는 비는 자리가 있는가. 그 자리가 상가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아파트가 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가. 상권의 몰락과 용도 전환, 어느 쪽에 더 가까운 풍경인가.

참고 자료

· Greystar offloads Elan Yorktown apartments for $99M as adjacent mall faces foreclosure — The Real Deal, 2026-08-24
· 크레인스 시카고 비즈니스, <Rental complex near Yorktown Mall sold for $99M in latest high-dollar apartment deal>, 2026-08-25 (유료 장벽, 전문 미확인)
· 이미지: Wikimedia Commons, Yorktown center.jpg·Yorktown food court.jpg, Daisia100,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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