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COMMUNITY모든 이야기

부산 16.0%·제주 5.2% — 같은 지원금이 상권마다 다른 숫자가 된 이유

빗방울 2026.11.06 22:31 9분 읽기 조회 21 · 추천 2

2026년 5월 18일부터 6월 8일까지, 중소벤처기업부는 국세청 홈택스 데이터 제공에 동의한 소상공인 16만 개 사업체의 매출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결과는 전국 골목상권 매출 10.6% 증가였다. 그런데 같은 돈이 뿌려진 17개 시·도 안에서 숫자는 이렇게 갈렸다. 부산 16.0%, 경남 14.7%, 대구 14.0%, 인천 13.8%, 서울 7.3%, 경기 9.0%, 그리고 제주 5.2%. 1등과 17등의 차이는 10.8%포인트다.

전통시장 단위에서는 격차가 더 크다. 부산 동구 수정전통시장 123.7%, 강원 동쪽바다중앙시장 114.8%, 경남 삼천포중앙시장 114.0% — 같은 3주 동안 매출이 두 배 넘게 뛴 곳과,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 지역이 한 정책 안에 함께 들어 있다.

같은 3주, 갈린 숫자

이 숫자를 읽는 첫 번째 방법은 “돈이 잘 풀린 순서”로 보는 것, 곧 정책 집행의 성적표로 읽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돈이 쓸 곳이 있는 순서”로 보는 것이다. 전자는 지원금이 잘 도착했느냐를 묻고, 후자는 도착한 돈이 어디에 머무를 수 있느냐를 묻는다. 지역 간 격차를 설명하는 데 쓰이는 것은 대개 후자다.

그 이유는 이 지원금의 설계에 있다. 연 매출 30억 원 이하 가게에서만 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카드로 결제하고 그 가게의 POS에 찍혀야 데이터에도 남는다. 즉 이 정책은 “소비를 늘리는 정책”이기 이전에 “소비의 낙폭을 정해진 가게 안으로 되돌리는 정책”이었다.

부산의 3주 — 해양도시의 상권 구조

부산은 대한민국 남동부에 있는 광역시로, 인구 규모가 서울에 이어 두 번째이며 영남권의 중심 도시다. 부산항을 축을 삼아 해상 무역과 물류가 발달했고, 시청은 연제구 연산동에 있다. 그런데 물류도시의 상권은 관광도시의 상권과 다르게 생긴다. 항만 배후의 원도심(중구·동구·서구)에는 수십 년 된 시장과 골목 상점가가 밀집해 있고, 그 상점가의 매출은 거주민의 일상 소비와 인근 사업체의 점심 수요에 크게 기대어 왔다.

busan.jpg
부산의 시장 골목 풍경 — Sergiy Galyonki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런 구조는 지역화폐나 소비지원금 같은 “동네 안에서만 쓰는 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서울처럼 유동인구가 많고 대형 프랜차이즈가 격자로 깔린 상권은, 소비자가 지원금을 들고 와도 그 돈이 다른 동네의 가맹본부로 빠져나가는 경로가 짧다. 반면 원도심 골목은 그 경로가 길고, 소비가 한 바퀴 도는 거리가 짧다.

수정전통시장이 123.7%라는 숫자를 낸 것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모수가 작은 시장이 3주 동안 두 배 넘게 뛰었다는 것은, 평소 이 시장의 매출 바닥이 낮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증가율은 “회복의 크기”가 아니라 “바닥에서의 거리”를 보여주는 지표다.

제주 5.2% — 섬의 상권은 왜 둔했나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쪽은 제주다. 17개 시·도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제주를 “상권이 약한 곳”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 3주 동안의 비교에서는 그랬다. 원문이 제시한 수치는 5.2% 하나뿐이고, 그 이하의 원인 분석은 담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섬 지역 상권이 이런 유형의 지원금에 둔하게 반응하는 요인으로는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지원 대상으로 등록된 사업체의 구성이 다르다. 둘째, 계절 수요의 비중이 크다. 셋째, 비교 대상이 된 전년 동기 수준 자체가 낮지 않았을 수 있다. 어느 쪽이 실제 원인인지는 이 기사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

업종 구성 — 소매가 끌고, 여가가 뒤처졌다

업종별로는 소매업이 16.4%, 교육서비스업이 11.2%로 전체 평균(10.6%)을 웃돌았다. 반면 예술·스포츠·여가업은 4.6% 증가에 그쳤다.

이 배열은 지원금이 무엇을 사는 돈인지를 보여준다. 소매업이 16.4%라는 것은 사람들이 지원금을 받자마자 장바구니로 바꿨다는 뜻이다. 교육서비스업 11.2%는 학원 월납 같은 정기 결제가 지원금으로 돌려 쓰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대로 여가업 4.6%는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지출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다. 이 자료는 업종별 매출의 증감률이지, 업종 구성 자체가 바뀌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폐업으로 빠졌는지는 원문에 없다. “상권의 업종이 재편됐다”는 해석은 이 기사만으로는 뒷받침되지 않는다.

반전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계약의 단위가 바뀌었다

10.6%라는 숫자를 두고 “상권이 살아났다”고 말하는 것과 “정부가 3주 동안 매출을 앞당겨 당겼다”고 말하는 것은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정반대 결론이다. 중기부의 문장은 전자다.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표현은 이 3주가 회복의 시작이라는 낙관을 담고 있다.

반대편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이렇다. 지원금이 사라진 뒤에도 그 증가분이 유지됐는가? 이 기사에는 그 이후의 데이터가 없다. 2차 지원의 사용 기한이 8월 31일로 정해져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6월의 상승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앞당겨 쓴 소비”였을 수 있다. 기사만으로 판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리고 더 조용한 반전이 하나 있다. 이 정책의 문턱이 “연 매출 30억 원 이하”라는 것은, 큰 가게와 작은 가게를 갈라 소비를 작은 쪽으로 유도한 것이기도 하다.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상권 안의 가게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일이었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 — 숫자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

같은 3주에 지역마다 숫자가 다르게 찍힌 배경에는 한국 상가 임대차 시장의 구조가 있다.

권리금은 상가를 빌릴 때 임대인이나 기존 임차인에게 주는 돈이다. 위치·단골·시설·영업 허가 등 “그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값”으로 불린다. 수억 원대까지 가기도 하며, 반납할 때 회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권리금이 비싼 상권일수록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더 커다란 자본을 들고 와야 하므로, 업종은 자연히 자본이 두꺼운 쪽으로 좁아진다.

보증금은 계약의 담보로 맡기는 돈이다.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공실률은 해당 상권에서 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이다. 공실률이 높아도 임대료가 바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임대인이 “빈 채로 버티는 비용”과 “임대료를 낮추는 손실”을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한 번 낮춘 임대료는 시세의 기준선이 되고, 그 기준선은 잘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 구조는 매출 10.6% 같은 단기 지표와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매출이 3주 만에 16% 뛰어도 임대료는 3년 단위 계약으로 천천히 따라온다. 그래서 “매출은 늘었는데 월세도 늘었다”가 되고, 결국 남는 것은 상인의 몫이 아니라 건물의 몫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다른 사례와 비교할 때

이 기사가 제시한 비교는 17개 시·도 내부의 비교가 전부다. 부산 16.0%와 제주 5.2%의 10.8%포인트 차이 외에, 다른 국가나 다른 유형의 소비지원 정책과 비교한 자료는 원문에 담겨 있지 않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부산이 잘했다”거나 “제주가 실패했다”는 판단은 이 자료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비교 가능한 것은 같은 정책·같은 기간·같은 측정 방식 안에서의 상대적 위치뿐이다.

사료의 한계

이 숫자는 정부가 민간 데이터 기업의 매출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분석 대상이 “홈택스 데이터 제공에 동의한 사업체”라는 점은 표본 편향의 가능성을 남긴다. 매출관리 서비스를 쓰고 세무 데이터 연동에 동의한 사업체는, 그렇지 않은 사업체보다 규모가 크거나 관리가 잘 되는 쪽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수치를 발표한 주체는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정부 부처다. 부처가 발표한 증가율은 정책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반대로 비판적 시각은 “일시적 소비 이동”이라고 재해석한다. 두 해석 모두 이 기사 안에서는 검증되지 않는다. 매출관리 서비스 회사 입장에서도 이 데이터의 존재 증명은 마케팅이 된다.

따라서 10.6%는 “그 3주 동안 그 표본에서 그렇게 관측됐다”는 사실로만 읽어야 하고, 그것이 “골목상권이 회복됐다”는 일반 명제로 번역되지는 않는다.

독자에게

같은 6조 원대의 돈이 부산에서는 16%, 제주에서는 5.2%로 나타났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동네의 가게들이 그 지원금을 받고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가? 매출이 늘었는데 월세 인상으로 사라졌다면, 그 숫자는 정책의 성공인가?

참고 자료

· “고유가 피해지원금, 골목상권 매출 끌어올렸다” — 중소기업신문(데이터솜 보도), 2026년 6월 28일. 원문

·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골목상권 매출 10.6% 늘었다” — 중앙일보, 2026년 6월 28일. 원문

모든 이야기2173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

글쓰기
총 2173개의 이야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