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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곳이 제자리인 2월 — 제주 전통시장 620억 원이 네 곳에 몰린 이유

빗방울 2026.11.06 16:26 9분 읽기 조회 20 · 추천 2

2026년 2월, 제주도의 한 장부에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월 매출이 32억3,000만 원으로 찍혔다. 같은 달 동문재래시장은 28억9,000만 원, 동문수산시장은 10억6,000만 원. 이 세 곳만 전년 같은 달보다 두 자릿수로 뛰었다. 나머지는 어땠을까. 제주도가 집계한 전통시장·상점가 34곳 가운데 매출 증가율이 0~2%에 머문 곳이 17곳, 오히려 줄어든 곳이 13곳이었다. 네 곳만 웃고 서른 곳이 제자리였던 2월이다.

한 장의 표에서 갈린 34개 상권

제주의소리가 전한 제주도 '2월 제주경제브리프'의 숫자를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이렇다. 전통시장·상점가 전체 매출은 620억 원으로 지난해 2월보다 8.7%(49억 원) 늘었다. 그 49억 원의 대부분은 상위 몇 곳에서 나왔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35.9%, 동문수산시장이 38.5%, 동문재래시장이 24.7% 증가분을 만들었다. 그 뒤로 칠성로상점가(7.33%), 모슬포중앙시장(57.4%), 동문공설시장(59.8%), 제주시민속오일시장(24.6%)이 붙었지만 절대 금액은 1억~4억 원대다. 증가율 50%를 넘긴 시장이 1억 남짓 늘어난 것과, 32억 원을 더 번 시장이 같은 표에 앉아 있는 셈이다.

이 표를 '제주 상권이 살아났다'로 읽으면 절반은 틀린다. 전체 매출이 전월(1월)과 비교하면 10.2% 줄었기 때문이다. 2월의 증가는 전년 동월 대비로만 성립하는 숫자이고, 그 증가의 재료도 상권의 체력이 아니라 정책이었다.

왜 2월이었나 — 탐나는전 20%라는 부스터

기사는 매출 증가의 원인을 명확히 짚는다. 제주도가 2월 한 달 동안 지역화폐 탐나는전의 적립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20%로 확대한 것이다. 적립률이 10%였던 시기와 비교해 2월의 탐나는전 일평균 사용액은 173.4% 늘었다. 2월 한 달 탐나는전 총사용액은 948억 원이었고, 그중 71.5%가 연 매출 5억 원 이하 소상공인 가게에서 쓰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71.5%라는 비율이다. 적립률을 두 배로 올리자 소비가 '골목'로 흘러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용처는 여전히 결제 단말이 있는 가게, 즉 카드·QR 결제가 익숙하고 매출 신고가 가능한 점포다. 시장 노점과 소규모 상점이 그대로 포함되기 어려운 구조에서, 정책 자금은 결제 인프라를 갖춘 쪽에 먼저 닿는다. '소상공인 71.5%'는 골목 전체의 71.5%가 아니라, 시스템에 잡히는 골목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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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문시장 입구. 대형 관광 시장은 매출 증가의 대부분을 흡수했다 — Grapesurgeon,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동문과 매일올레 — 관광 동선이 지나가는 곳

이번에 크게 늘어난 곳은 모두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시장이다. 제주시 원도심의 동문재래시장과 그 옆 동문수산시장, 서귀포의 매일올레시장은 제주를 찾은 여행객의 코스에 이미 올라 있는 이름이다. 동문시장은 제주 원도심에서 가장 오래된 상설시장 중 하나로, 수산·청과·건어물과 함께 먹거리 골목, 야시장이 붙어 있다. 매일올레시장은 서귀포 시내 이중섭거리와 가까워 숙소와 관광지 사이의 동선에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관광지형 시장의 매출은 그 시장 안의 상인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항공편 수, 숙박 점유율, 관광지 입장객, 셔틀 노선이 먼저 움직이고 매출이 따라온다. 반대로 관광 동선에서 한 블록만 벗어난 골목 상점가는 같은 도시, 같은 손님 풀을 두고도 증가분을 나눠 받지 못한다. 34곳 중 30곳이 제자리였던 이유를 이 구조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표의 모양은 '상권 격차'이기 이전에 '동선 격차'다.

상권이 죽었다가 아니라, 사람이 한 줄로 서 있다

흔한 해석은 '제주 골목상권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사가 보여주는 것은 폐업의 물결이 아니라 소비의 집중이다. 전체 매출은 늘었고, 증가분이 몇 곳에 몰렸다. 즉 시장의 파이는 커졌는데 분배 구조가 좁아진 상태다. 이때 가게 주인에게 닥치는 문제는 손님이 아예 없다는 것보다, 성수기와 비수기, 관광 시즌과 비시즌의 진폭이 커지는 것이다. 매출이 3배 뛰는 달과 바닥을 치는 달이 번갈아 오면, 인건비와 임대료는 평균이 아니라 최악의 달을 기준으로 압박해 온다.

제주도도 이 구조를 인정한다. 기사에서 제주도는 '관광객 이동 동선이 핵심 상권에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관광지 생활상권 간 연계 동선을 만들고, 착한가격업소·제주백년가게를 관광 동선에 포함시키고, 탐나는전 스탬프 투어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외곽·골목상권으로 소비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정책의 목표가 '매출 증대'가 아니라 '동선 분산'이라는 점이 이 기사의 핵심이다.

권리금·보증금·월세 — 한국 상가 임대 구조의 문법

이 표를 읽으려면 한국 상가 임대차의 세 가지 숫자를 알아야 한다. 첫째, 보증금. 임차인이 계약 때 맡기는 목돈으로,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다. 둘째, 월세. 매달 내는 임대료다. 셋째, 권리금. 점포의 영업권·시설·단골에 대한 대가로 새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따로 주는 돈이다. 권리금은 건물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나가는 사람에게 가는 돈이라, 상권이 뜨거울 때는 계약서에 잘 드러나지 않는 '두 번째 보증금'처럼 작동한다.

여기에 공실률이 붙는다. 상권이 식으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권리금이고, 그다음이 월세 협상력이다. 반대로 상권이 과열되면 임대료가 먼저 오르고,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기존 업종이 밀려난다. 제주처럼 계절 변동이 큰 곳에서는 연 매출의 절반이 몇 달에 몰리는데, 월세는 12개월 균등하게 나간다. 이 시간 불일치가 상인의 실제 부담을 만든다. 기사에는 이번 상권들의 임대료·공실률 수치가 담겨 있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구조적 설명까지만 두겠다.

업종은 어디로 움직였나 — 고용 표가 말해주는 것

기사 끝에는 상권 표와는 다른 각도의 숫자가 붙는다. 같은 2월 제주 고용시장에서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이 1,680명,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이 1,078명 늘었다. 반면 도매·소매업은 1,154명, 건설업은 517명 줄었다. 기업 수는 9만4,928개로, 73개가 새로 생기고 415개가 문을 닫았다.

이 대비는 상권 구성의 변화를 시사한다. 물건을 파는 일(도·소매)은 줄고, 사람을 돌보거나 시간을 채워주는 일(보건·복지·여가)은 늘었다. 관광지 시장이 먹거리와 체험으로 채워지는 흐름, 골목 가게가 카페·체험·돌봄 수요로 재편되는 흐름과 방향이 같다. 다만 이것은 제주 전체 고용 통계이고, 기사가 특정 상권의 업종 변화를 직접 집계한 것은 아니다. 어떤 가게가 늘고 어떤 가게가 빠졌는지에 대한 상권 단위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사에는 다른 지역의 전통시장 매출 표나 지역화폐 적립률 비교가 실려 있지 않다. 따라서 '제주가 특별히 쏠림이 심하다'거나 '다른 지역은 고르게 나눴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지역화폐 적립률을 20%까지 올린 사례 자체가 상시 제도가 아니라 한 달짜리 실험이라는 점도, 다른 지역과의 조건을 맞추기 어렵게 만든다. 비교가 필요하다면 같은 기간 전국 시장 매출 표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사료의 한계 — 누구의 숫자인가

이 글의 모든 수치는 제주도가 발표한 '2월 제주경제브리프'와 그것을 보도한 제주의소리 기사에 근거한다. 제주도가 집계한 매출은 카드·현금영수증 등 잡히는 결제 기준일 가능성이 높고, 현금 거래 비중이 큰 노점·전통 상점은 과소 집계될 수 있다. 또 이 브리프는 지역화폐 정책의 성과를 보고하는 문서이기도 하므로, 2월 매출 증가가 정책 효과로 서술되는 방향으로 해석이 기울 수 있다. 반대로 상인 단체의 체감과는 어긋날 수 있다. 이 글은 어느 쪽도 확정된 사실로 두지 않고, 표에 적힌 숫자와 그 숫자가 나온 조건을 함께 읽으려 했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 동네 시장은 작년 2월보다 매출이 늘었을까, 줄었을까. 늘었다면 그 늘어난 돈은 같은 골목의 옆 가게에도 흘렀을까. 적립률 20%라는 한 달짜리 부스터가 끝난 3월의 표가 궁금하다. 소비를 골목으로 '옮기는' 정책과 골목이 스스로 손님을 '만드는' 힘, 우리는 어느 쪽을 키우고 있는 걸까.

참고 자료

· 제주의소리, 「제주 전통시장·골목상권 매출, 쏠림현상 심화」 (2026년 4월 20일)
· 원문: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501885
· 인용 수치 출처: 제주도 '2월 제주경제브리프' (기사 내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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