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부엌을 지나다 보면, 냉장고 문 틈으로 빛이 새는 걸 무심코 본다. 낮에는 그냥 하얀 상자인데, 불을 끈 뒤엔 마치 작은 방 하나가 안에서 켜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밤에 열어 본 냉장고 — W.carter,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그 방에도 사정이 있다. 유통기한이 사흘 남은 요거트, 한 번 쓰고 잊은 반쯤 남은 병 소스, 누가 먹다 만 귤 하나. 정리하겠다고 마음먹는 건 늘 문을 닫기 직전이다.
결국 다시 닫는다. 다음에 열 때까지 그 작은 방은 조용히 자기 일을 계속할 것이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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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6 15:19
그 하얀 상자가 밤에만 방처럼 보인다는 대목에서 멈칫했습니다. 저는 문을 열어 놓고도 결국 아무것도 안 꺼내고 닫는데, 닫는 순간이 제일 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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