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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 사이에 두 개의 무신사 — 대구 동성로에서 가게가 비는 방식이 바뀌었다

빗방울 2026.11.07 10:29 9분 읽기 조회 15 · 추천 2

대구 동성로에서 두 매장 사이의 거리는 200m가 채 되지 않는다. 2023년, 한 달 간격으로 무신사 스탠다드와 무신사 스토어 대구가 나란히 문을 열었다. 연합뉴스가 2025년 4월 28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그 뒤 이 거리의 패션 상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같은 기사에서 동성로상점가상인회 회장은 "지난해 50∼60평대의 나름 꽤 규모가 있는 의류상점 대여섯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한다.

이 장면을 단순히 '대형 매장이 골목 상점을 밀어냈다'로 읽으면 절반만 보인다. 기사가 실제로 포착한 것은 가게 수의 증감이 아니라, 같은 손님을 두고 같은 물건을 파는 두 종류의 점포가 한 거리에서 부딪힌 구조다. 그리고 그 충돌은 한 업종, 한 지역에서 끝나지 않는다.

동성로는 어떤 곳인가

동성로는 대구 중구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보행 거리로, 대구에서 가장 큰 번화가이자 '젊음의 거리'로 불려온 곳이다. 패션·화장품·식음료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큰 점포로 늘어선 대로와, 그 배후 골목의 작은 점포들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상권을 이룬다.

보행 거리의 특성상 임차인 구성이 유동인구에 극도로 민감하다. 사람이 많이 지나가는 자리일수록 임대료가 높고, 임대료가 높을수록 점포는 매출을 빨리 회수해야 한다. 옷가게가 많은 것은 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연령대와 소비 목적이 오랫동안 그쪽에 맞춰져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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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풍경 — Choi2451,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무신사와 다이소는 어떻게 커졌나

기사는 두 회사의 규모를 숫자로 제시한다. 무신사는 연결기준 매출 1조2천억원으로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넘었고 거래액은 4조5천억원에 달했다. 다이소는 같은 해 매출 3조9천689억원, 영업이익 3천711억원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14.7%, 영업이익이 41.8% 늘었다. 다이소 매출은 2015년 1조원, 2019년 2조원, 2023년 3조원을 넘어 지난해 4조원에 근접했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확장의 방향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서울 홍대점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24개 매장을 운영했고, 2023년 이후 부산과 대구로 영역을 넓혔다. 다이소는 2023년 기준 1천519개 매장을 운영하며 월평균 600개 이상의 신상품을 넣고 팔리지 않는 상품은 빼는 방식으로 품목을 계속 갈아 끼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지운 '옴니채널' 전략도 병행한다. 기사에 따르면 다이소 온라인몰의 월간 이용자 수는 405만명으로 역대 최대였고, 2022년 3월의 118만명과 비교해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왜 하필 이 거리에서 충돌했나

동성로의 옷가게들은 대부분 브랜드 없는 저렴한 의류, 이른바 '보세' 상품을 취급한다. 무신사가 대형 매장에서 품질과 스타일, 고객층이 겹치는 옷을 팔기 시작하자 기존 고객이 그쪽으로 옮겨 갔다는 것이 상인회의 설명이다. 상권이 쇠퇴해서 손님이 준 것이 아니라, 손님은 그 자리에 있는데 손님이 멈추는 가게가 바뀐 것이다.

기사가 든 또 다른 사례는 문구업이다. 29CM은 지난해 기준 비패션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했고, 문구류를 밀면서 69개 브랜드가 참여한 오프라인 문구 페어를 열었다. 다이소의 매장 확장으로 문구 상점 10곳 중 9곳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업계 통계도 기사에 나온다. 반려동물용품도 최근 영향권에 들어왔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자 다이소가 매장 안에 '펫존'을 만들었고, 한국펫산업연합회는 인근 펫숍 매출이 급감했다는 실태 점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여기서 드러나는 요인은 임대료가 아니라 품목의 겹침과 가격이다. 생활용품처럼 규격이 정해진 상품은 규모의 경제가 그대로 소비자가격 차이로 나타난다. 동네 가게가 같은 물건을 더 비싸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그 가게의 매출은 손님의 충성심이 아니라 가격표로 결정된다.

업종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나 — 비교는 여기까지다

기사가 명시적으로 확인해 주는 것은 줄어드는 쪽이다. 동성로의 중대형 의류상점, 문구점, 펫숍이 그 대상이다. 늘어나는 쪽은 기사 안에서 직접 확인되지 않는다. 무신사 매장과 다이소 매장 자체는 늘었고, 29CM이 품목을 넓혔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것이 동성로의 빈 점포를 어떤 업종이 채웠는지까지 말해 주지는 않는다.

대신 기사에는 두 가지 대조가 남는다.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으로 내려온 흐름(무신사 스탠다드 24개 매장, 29CM 5개 매장)과, 오프라인 점포망을 쌓은 회사가 온라인으로 올라온 흐름(다이소 온라인몰 월 405만명)이다. 방향은 반대지만 결과는 같다. 거리의 소매 업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 없이 하나의 가격 경쟁장이 되면, 동네 점포의 비교 대상은 옆 가게가 아니라 플랫폼의 검색 결과가 된다. 동성로와 직접 비교할 만한 다른 상권 사례는 이 기사에 나오지 않으므로,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어 둔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된 것처럼 쓰지 않는 것이 이 기사를 읽는 규칙이다. 기사가 제시한 것은 '무엇이 빠졌는가'에 대한 증언과 통계이고, '무엇이 들어왔는가'는 상권의 다음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반전 — 상권이 죽은 것인가, 계약의 단위가 바뀐 것인가

거리의 가게가 하나둘 비면 흔히 '상권이 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사가 그린 그림은 조금 다르다. 동성로의 유동인구는 여전히 대구 최대 수준이고, 대신 손님이 돈을 쓰는 지점이 개별 소규모 점포에서 대형 매장과 온라인으로 옮겨 갔다. 상권의 매출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매출이 흘러가는 통로가 바뀐 것이다.

이 차이는 임차인에게는 결정적이다. 손님이 남아 있는 거리라면 임대인은 임대료를 크게 낮출 이유가 없다. 반면 예비 임차인은 같은 자리에서 예전만큼 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두 계산이 어긋나는 동안 점포는 비어 있고, 공실은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격이 맞지 않아서' 생긴다.

그래서 기사 끝에 등장하는 처방도 규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무신사와 다이소 같은 전문점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매출은 물론 직영점 형태의 매장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이해관계가 분명한 쪽에서 나온 것이고,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 상가 임대차의 구조 — 보증금, 월세, 권리금

한국 상가 임대차는 보통 세 가지 숫자로 설명된다. 보증금은 계약이 끝날 때 돌려받는 목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새 임차인에게서 받는 돈으로, 그 자리의 장사가 만들어 놓은 영업 가치에 붙는 값이다. 기사에 권리금 수치가 나오지는 않지만, 이 구조를 알아야 앞의 장면이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가 보인다.

권리금은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숫자다. 가게를 넘길 때 '이 자리는 얼마짜리'라는 값이 붙지 않으면, 임차인은 다음 사람을 구하지 못한 채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만 남는다. 반대로 권리금이 남아 있는 거리라면 임대인은 임대료를 쉽게 내리지 않는다. 권리금이 높다는 것이 그 자리의 수익성을 보증하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공실률은 이 세 숫자가 맞물려 성사되지 않은 계약의 비율이다. 임대인이 원하는 월세와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매출 사이에 간격이 벌어질수록 공실률은 오르고, 그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한 지원금으로도 메워지지 않는다. 기사가 다룬 동성로의 변화는 이 구조 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료의 한계

이 기사는 유통업계와 상인단체의 해석을 축으로 삼는다. 폐업한 상점의 증언은 상인회 회장의 말로 전달되고, 문구점 매출 감소는 '업계 통계'로 소개되지만 그 통계의 출처와 조사 방식은 기사에 적혀 있지 않다. 반려동물용품 쪽 진단은 업종 단체의 우려에서 나온 것이고, 다이소 측의 반론이나 유통업계의 다른 시각은 본문에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지 않다.

또한 기사가 인용한 매출 수치는 회사 규모이고, 폐업 수치나 주변 상점의 매출 감소는 증언에 가깝다. 두 종류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인과로 읽으면 과대해석이 된다. 이 글도 그 한계 안에서 읽어야 한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사는 동네의 골목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가게가 비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사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판단했는지 한번 떠올려 보면 좋겠다. 그 판단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해법도 달라진다.

참고 자료

전성훈, 「무신사·다이소에 골목상권 직격탄…소상공인은 '벼랑 끝'」, 연합뉴스, 2025년 4월 28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0427031300030

이미지: 2016년 2월 대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 Choi2451,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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