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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의 골목만 매출이 버틴 이유 — 서울 골목상권 1천9곳의 지도가 그린 선

빗방울 2026.11.07 12:44 9분 읽기 조회 14 · 추천 2

2021년 3월 18일, 서울시가 한 장의 그래픽을 공개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 정책연구센터와 함께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년 3개월치 서울 골목상권 1천9곳의 신한카드 매출을 지역별로 나눈 결과였다. 헤드라인 숫자는 두 개다. 총매출 19.6% 감소, 점포당 매출 13.8% 감소. 같은 기간, 같은 도시 안에서.

그런데 그 그래픽이 실제로 보여준 것은 "서울 상권이 망했다"가 아니었다. 지도 위에서 상권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매출이 유지되거나 오른 곳은 41.3%, 줄어든 곳은 58.7%. 그리고 그 분포가 뜻밖의 선을 그렸다.

갈라진 지도 — 도심 인근은 외식업, 외곽 주거지는 소매업

매출이 늘어난 41.3%의 골목상권은 금천, 은평, 동대문, 양천 등 서울 외곽의 주거지·생활권에 몰려 있었다. 반대로 급감한 58.7%는 마포, 용산, 종로, 광진, 중구 등 도심이거나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같은 시기, 같은 방역 수칙 아래에서 한쪽은 명맥을 이어갔고 한쪽은 절반 가까이 무너졌다.

업종을 붙이면 구도가 더 또렷해진다. 매출이 유지된 지역의 주된 업종은 소매업(중고가구·조명·식자재 등)으로 비중 41.5%, 매출이 줄어든 지역은 외식업 비중 65.3%였다. 즉 이 지도는 "어느 동네가 살아남았나"라기보다 "무엇을 파는 가게가 남았나"를 찍은 사진에 가깝다.

왜 외식업이 도심에서 먼저 무너졌나

여기서 흔한 오해를 걷어내야 한다. 흔히 "도심 상권은 유동인구가 많으니 강하다"고 믿지만, 코로나 첫해의 숫자는 정반대 증거를 냈다. 도심 인근 상권의 매출 기반은 그 동네 주민이 아니라 직장인의 점심, 약속, 유흥, 통학이었다. 2020년에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이 바로 그 종류의 이동이었다. 재택근무로 점심 수요가 증발하고, 회식이 사라지고,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도심 외식업은 매출의 절대량부터 무너졌다.

반면 주거지·생활권의 소매업은 수요의 성격이 달랐다. 가구, 조명, 식자재, 생활용품은 "밖에 나가서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필요한 것"이다. 사람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수요가 유지되거나 미세하게 늘었다. 매출이 버틴 41.3%는 동네가 튼튼해서가 아니라, 그 동네 가게들이 파는 물건이 사람들의 이동에 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요인은 비용 구조다. 외식업은 점포 면적당 필요한 매출이 소매업보다 크고, 인건비와 식자재비가 매출에 비례해 움직인다. 매출이 30% 빠지면 이익은 그보다 훨씬 가파르게 빠진다. 같은 충격에도 업종에 따라 타격의 깊이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종 구성이 말해주는 것 — 팔던 것을 못 팔게 되면

이 데이터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화는 업종 비중 자체다. 매출이 줄어든 상권의 외식업 비중이 65.3%라는 것은, 그 골목이 원래 "먹으러 가는 골목"이었고 그 비중이 높을수록 코로나 충격에 취약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소매업 중심 상권은 매출 감소 폭이 작았다. 업종이 미리 정해놓은 운명처럼 작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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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인쇄골목의 한 인쇄소 내부. 골목상권의 매출은 동네의 성쇠보다 그 골목이 취급하는 업종에 따라 갈렸다. — Aaaatu,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여기서 독자가 기억할 지점은 "외식업이 나빠지고 소매업이 좋아졌다"가 아니다. 한 상권의 업종 구성이 그 상권의 위기 대응력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한 업종에 60% 이상 쏠린 골목은 그 업종의 수요가 흔들리는 순간 함께 흔들린다. 원문이 제시한 수치만으로는 업종이 실제로 교체되었는지(폐업 후 다른 업종의 입점)까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그래픽은 "무엇이 남았나"를 보여줄 뿐 "무엇이 들어왔나"는 말하지 않는다.

반전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계약의 크기가 바뀌었다

매출 19.6% 감소라는 숫자를 "골목상권의 종말"로 읽으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이 그래픽의 원천인 신한카드 매출 데이터는 카드로 결제된 금액만 잡는다. 현금, 지역화폐, 배달플랫폼을 통한 결제, 온라인 주문은 이 숫자에 다른 방식으로 들어오거나 아예 빠진다. 2020년은 배달과 포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다. 점심 손님이 사라진 식당이 같은 동네 주민의 저녁 배달 주문으로 매출의 일부를 회복했다면, 그 가게의 "상권 매출"은 줄었지만 "사업 매출"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수 있다.

더 중요한 반전은 단위의 문제다. 총매출이 19.6% 줄었는데 점포당 매출은 13.8%만 줄었다. 두 숫자의 차이는 점포 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원문은 점포 수 변화를 별도로 제시하지 않지만, 두 수치의 관계는 산술적으로 그렇게 읽힌다). 즉 이 기간에 골목에서 문을 닫은 가게가 있었고, 남은 가게는 상대적으로 덜 아팠다. 상권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덜어낸 것"에 가깝다.

한국 상가 임대차 구조 — 권리금·보증금·월세·공실률

이 지도의 숫자를 실제 가게 주인의 언어로 번역하려면 한국 상가 임대차의 네 가지 개념을 알아야 한다. 첫째, 보증금은 계약 기간 동안 건물주가 맡아두는 목돈이다.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지만, 그동안은 가게 운영자금에서 빠져 있는 돈이다. 둘째,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매출이 0이어도 청구된다.

셋째,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이 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는 권리"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며 받는 돈이다. 시설과 영업 노하우, 단골, 상권의 입지 가치를 값으로 환산한 것이다. 장사가 잘 되는 골목일수록 권리금이 높고, 상권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도 권리금이다. 넷째, 공실률은 전체 점포 중 비어 있는 비율이다. 공실이 늘면 건물주는 월세를 낮추기보다 임차인을 고르는 데 시간을 쓰는 경향이 있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골목 전체의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긴다.

코로나 충격은 이 네 값에 서로 다른 속도로 도달했다. 매출은 몇 주 만에 빠졌지만, 월세 계약은 몇 년 단위다. 보증금과 권리금은 계약 갱신 시점에야 반영된다. 그래서 상권의 붕괴는 매출 그래프보다 항상 늦게, 그리고 더 오래 온다. 2021년 초의 이 지도는 그 지연의 시작점을 찍은 사진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 —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사 자체는 서울 밖의 상권이나 다른 도시와의 대조 수치를 담고 있지 않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두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방법론상 유의할 점은 있다. 이 분석은 신한카드 한 곳의 결제 데이터를 쓴다. 카드사별 가맹점 구성과 고객층이 다르므로, 다른 카드사 데이터나 국세청 신고 매출로 같은 기간을 다시 계산하면 지역별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매출 지도는 상권의 성격이 아니라 데이터 제공자의 고객 구성을 함께 반영한다.

이 사료의 한계 — 누가 이 지도를 만들었나

이번 숫자는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공개한 것이다. 서울시는 골목상권 정책의 주체이고, 재단은 소상공인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이들의 데이터가 반드시 편향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수치가 헤드라인으로 선택되는지는 해석의 문제다. "외곽 주거 상권은 매출이 유지됐다"는 결론은 지원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당화하는 데 쓰일 수 있고, 건물주 단체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해관계와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또 하나의 한계는 기간이다.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만 담는다. 코로나 이전의 정상년(2019년)과 첫 충격기(2020년)를 비교한 것이라, 이후의 회복이나 업종 교체는 이 지도에 없다. 이 그래픽을 "서울 상권의 현재"로 인용하면 3년 이상 된 사진을 현재로 착각하는 셈이다.

독자에게 — 당신 동네 골목은 어느 쪽이었나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골목을 떠올려보자. 그 골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업종의 손님은 "이 동네 주민"인가, "이 동네로 이동해 오는 사람"인가. 후자에 가까울수록 그 골목은 이동이 멈추는 순간 함께 멈춘다. 당신의 동네는 그때 어땠고,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

참고 자료

[그래픽] 서울 시내 골목상권 지역별 매출 현황 — 연합뉴스(장예진 기자), 2021년 3월 18일. 원문: v.daum.net/v/20210318111510575 (연합뉴스 기사 아카이브)
인포그래픽 수치 출처: 서울시·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 정책연구센터, 2019년 10월~2020년 12월 1천9곳 신한카드 매출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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