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COMMUNITY모든 이야기

1,800평 논에 태양광 패널을 얹어도 농사를 계속 짓게 만드는 제도가 12월 17일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월 6일 충북 청주에서 「영농형태양광사업법」 시행을 앞두고 농업인·지방정부·전문가 220여 명이 참석한 ‘영농형태양광 상생한마당’을 열고, 발전사업자에게 사업부지 면적의 80% 이상을 실제 영농에 쓸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무엇이 바뀌는가: 밭 위의 발전사업에 농사 의무를 건다

그동안 농지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두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하나는 농지전용 허가를 받아 논밭을 없애고 짓는 일반 태양광이고, 다른 하나는 농사를 지으면서 패널 아래에서 발전도 하는 영농형이다. 전자는 농지를 잃는 방식이라 농업인 단체가 줄곧 반대해 왔다. 후자는 제도상 근거가 흩어져 있어 설치 기준도, 수익 배분 규칙도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법은 후자를 하나의 제도로 묶는 작업이다.

핵심은 ‘농업이 본업’이라는 점을 숫자로 못 박은 것이다. 발전사업자가 사업부지 면적의 80% 이상에서 실제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패널만 깔고 농사를 형식적으로 두는 이른바 ‘유령 영농’을 걸러내려는 장치로 읽힌다. 하위법령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와 방식, 그리고 주민참여협동조합·농업법인이 발전수익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도 구체화된다.

왜 지금인가: 에너지 전환과 농촌 소득의 교차점

배경은 두 갈래다. 첫째, 재생에너지 보급지가 마을과 농지로 내려오면서 농촌이 발전 사업의 무대가 됐다. 둘째, 농촌 인구가 줄고 농가 소득이 정체되면서 ‘농사만으로는 안 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정부는 이 둘을 맞물려 농사를 지키면서 소득을 얻는 경로를 공식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송미령 장관은 이날 “영농형태양광은 농업을 대신하는 발전사업이 아니라 농업을 지속하면서 농업인의 새로운 소득을 높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며 ‘농사를 지키는 에너지 전환’을 강조했다. 정부가 영농형태양광을 주제로 현장 농업인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비 설치 기준: 차광률 30% 미만, 높이 2.5m, 지주 간격 4m

농식품부는 설치 시 지켜야 할 물리적 기준도 공유했다. 차광률 30% 미만, 구조물 최저 높이 2.5m, 지주(기둥) 간 간격 4m다. 세 숫자는 각각 다른 것을 지킨다. 차광률은 작물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높이는 농기계가 지나다닐 공간을, 지주 간격은 트랙터와 콤바인의 회전 반경을 보장한다. 패널을 얹는 순간 농기계가 못 들어가면 영농 의무 80%는 지킬 수가 없으므로, 기준과 의무는 한 묶음이다.

현장 질의는 대부분 사업 준비와 추진 시 유의사항, 발전설비 설치기준에 몰렸다. 농식품부는 영농과 발전을 장기간 병행해야 하는 만큼 농업인의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하위규정이 마련되면 표준 매뉴얼과 교육·홍보를 통해 발전사업자·사업부지 자격 충족 여부, 허가 절차, 필요 서류 등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누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policy_156788268_s.jpg

「영농형태양광사업법」 시행을 앞두고 열린 상생한마당 관련 보도자료 화면 — 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

먼저 발전사업자다. 농지 위에 설비를 세울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열리지만, 면적의 80%를 농사에 쓰고 주민 환원 절차도 따라야 한다. 토지 임차료만 주고 패널만 깔던 방식은 법 테두리 안에서 유지되기 어렵다.

농업인은 새 소득원과 부담을 함께 얻는다. 패널 임대나 직접 사업으로 발전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농기계 동선과 작물 생육을 감당해야 하고 사업 기간 내내 농사를 병행해야 한다. 토지를 빌려주는 쪽과 직접 사업을 하는 쪽의 수익 차이도 앞으로 쟁점이 될 부분이다.

지방정부는 인허가와 주민 갈등 관리의 창구가 된다. 지역별로 사업 허가를 심사하면서 주민 의견 수렴을 떠안게 되고, 잘못 운영되면 주민 반발의 진앙이 된다. 마을 주민은 수익 환원과 경관 변화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보게 된다.

통념과 다른 지점: 목표는 발전량이 아니라 ‘농사의 지속’

태양광 정책을 떠올리면 보통 ‘몇 기가와트를 더 보급했나’가 기준이 된다. 이 법의 1차 지표는 다르다. 80%라는 숫자는 보급 목표가 아니라 농업 유지 의무이고, 설치 기준의 세 숫자도 발전 효율이 아니라 농기계와 작물을 위한 조건이다. 즉 영농형태양광의 성패는 전력 생산량이 아니라 “농사를 계속 지었는가”로 판정되는 구조다.

반론과 한계: 확인되지 않은 부분

이번 보도자료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지점이 여럿이다. 80% 의무를 어겼을 때의 제재 수준, 차광률 30%를 지키지 못한 설비의 처리 방식, 수익 환원의 구체적 비율은 하위법령으로 미뤄져 있다. 농산물 단가나 수확량이 패널 아래에서 얼마나 달라지는지에 대한 작목별 실증 수치도 이 자료에는 없다. 태양광 시설이 경관과 주민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 유지보수 비용 부담 주체도 확인되지 않았다.

80%라는 면적 기준이 실제 농사를 보증하는지도 검증 과제다. 면적은 지켜도 수확량이 크게 줄면 ‘농사를 지키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취지가 형식만 남는다.

독자가 실제로 해야 할 일

사업을 검토 중이라면 12월 17일 이후 공개될 하위법령과 표준 매뉴얼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발전사업자·사업부지 자격 충족 여부, 허가 절차와 서류는 매뉴얼이 나온 뒤에 확정된다. 자사 농지의 농기계 동선과 작목 특성을 기준으로 패널 설치 후 실제 영농이 가능한지 따져보는 것이 선행 조건이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구체화되면 마을 차원의 협의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는 농식품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다. 정부의 입장과 계획을 정리한 자료이므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농업인이나 지역 주민의 시각, 법 제정 과정에서 제기된 반대 논리는 담겨 있지 않다. 현장 행사에서 나온 질문도 정부가 요약한 형태로만 남아 있다.

참고 자료

농림축산식품부(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 농촌에너지정책과), 「농업과 에너지의 새로운 동행, ‘영농형태양광 상생한마당’ 열려」, 2026년 11월 6일. 정책브리핑 보도자료 원문: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88268

여러분은 논 위의 태양광을 어떻게 보시나요. 새 소득원으로 기대되나요, 아니면 농사를 밀어내는 또 하나의 사업이 될까요?

모든 이야기2288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

글쓰기
총 2288개의 이야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