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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더 밝아 보이는 것

빗방울 2026.11.07 19:03 1분 읽기 조회 11 · 추천 2

밤 열 한 시가 넘은 골목에서 자판기 불빛만 환하다. 낮에 봤으면 그냥 기계였을 텐데, 어두워지니까 갑자기 진열장 같다. 층마다 색이 다르고, 캔이 한 줄도 빠짐없이 앞을 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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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나하의 밤, 음료 자판기 — Naha Mama Pavilionz, CC0 (Wikimedia Commons)

Coke ON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서 휴대폰으로 결제하라는 건가 싶었는데, 굳이 안 알아봤다. 동전 넣고 하나 뽑아 마시는 쪽이 이 장면엔 더 어울려서. 온도 조절되고, 재고 관리되고, 여전히 24시간 켜져 있는 가게 하나가 사람 없이 서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걸 보고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이상하게 좋다. 너무 익숙해져서 배경이 된 물건. 밤길에 그런 게 하나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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