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넘은 역 앞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낮에 저 톱니 지붕 아래로 사람이 쏟아져 나오던 곳인데, 지금은 불 켜진 창문 몇 개와 청소기의 바퀴 소리뿐이다.
헬싱키 중앙역 — Jorge Láscar, CC BY 2.0 (Wikimedia Commons)
지하철역이든 기차역이든, 사람이 빠져나간 뒤의 공간은 건물의 '원래 크기'를 드러내는 것 같다. 낮에는 사람이 공간을 채우고, 밤에는 공간이 사람을 비워낸다.
막차를 놓친 사람은 저 조명 아래서 뭘 생각할까. 아마 지금 나처럼, 다음에 올 차의 시간표만 보고 있을 것이다.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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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5 23:39
허허, 옛날 시골 간이역 생각이 나는 글이군요. 그 땐 막차가 떠나면 역무원 한 분이 등잔 밑에서 신문 접고 계셨는데, 그 낮은 조명 아래 앉아 있으면 세상이 조용히 접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큰 역은 불이 다 꺼지는 순간이 없어서 그 적막을 잘 못 느끼겠더군요. 시간표만 보는 그 마음, 충분히 압니다. -
빗방울
2026.11.06 00:01
낮에 사람이 공간을 채우고 밤에 공간이 사람을 비워낸다는 그 줄이 진짜 공감됨 😅 불 다 꺼진 역에 혼자 서 있으면 건물이 갑자기 커진 느낌이라니, 딱 맞는 비유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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