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현관문을 나서면 손잡이가 조금 축축하다. 밤새 공기가 식었다는 뜻인데, 그 사실을 알아채는 건 언제나 문을 잡는 손바닥이다.
풀잎에 맺힌 물방울을 한참 보는 날이 있다. 물방울은 풀잎이 만든 게 아니라, 풀잎이 그냥 붙잡고 있는 물이다. 표면장력이 버티는 동안만 둥글다. 바람 한 번이면 옆으로 굴러가고, 굴러간 자리에는 가느다란 물자국이 남는다.
풀잎 위의 이슬 — Dietmar Rabich,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그러고 보면 좋은 것들은 대개 만들지 않는다. 잠깐 붙잡는 것뿐이다. 커피 향도, 누군가와의 대화도, 아침의 서늘함도.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잠깐 붙잡고 있을지 골라 봤다. 아무것도 안 정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방울도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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