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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가 3.6% 떨어진 영국 상가, 세금 계산서가 먼저 바뀐 거리 — Savills Q4 2024

빗방울 2026.11.05 09:26 12분 읽기 조회 18 · 추천 2

2024년 11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은 기준금리를 5.0%에서 4.75%로 내렸다. 시장은 이미 그렇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실제로 물가상승률은 2022년 10월 11.1%까지 치솟았던 정점에서 2024년 12월 2.5%까지 내려와 있었다. 임대료를 계산하는 사람들에게 이 숫자는 곧 '돈값'이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영란은행은 추가 인하를 하지 않고 4.75%에서 멈췄다. 10월부터 12월까지 영국 경제가 성장률 0%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세빌스(Savills)가 2025년 2월 17일 내놓은 「Spotlight: Shopping Centre and High Street – Q4 2024」는 이 두 숫자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다. 결론부터 말하면, 2024년 마지막 분기에 영국 상가의 명목 임대료는 3.6% 하락했고 실질 임대료는 3.8% 하락했다. 세빌스가 자체 거래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 있는 하락이었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는 이 하락을 '상권의 몰락'이 아니라 비용 계산서가 바뀐 뒤 임차인이 잠시 멈춰 선 장면으로 읽는다.

공실 17.2%와 13.8% — 나란한 두 숫자가 말하는 것

보고서가 제시한 2024년 4분기 영국 쇼핑센터 공실률은 17.2%, 하이스트리트(High Street, 영국 도시의 중심 상업 거리) 공실률은 13.8%였다. 두 자산군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세빌스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공간을 내놓는 임차인과 새로 들어오려는 임차인의 수가 비슷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수치는 각각 0.5%포인트, 0.2%포인트 하락했다.

발길도 비슷했다. 2024년 4분기 하이스트리트 방문객은 전년 대비 0.3% 늘었고, 쇼핑센터는 0.9% 줄었다.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이 정체가 의미를 갖는 것은, 같은 분기에 영국 정부가 대규모 예산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세빌스는 이를 '또 하나의 충격 이벤트에도 자리를 지켰다'는 내구성의 증거로 읽는다.

영국의 상가 임대 제도 — 리스홀드와 프리홀드

영국 상가를 이해하려면 소유 구조부터 봐야 한다. 영국 부동산은 크게 프리홀드(freehold, 토지와 건물을 영구히 소유하는 권리)와 리스홀드(leasehold, 건물을 일정 기간 빌려 쓰는 권리)로 나뉜다. 상가의 경우 임차 소매업자는 보통 5년에서 15년, 길게는 25년짜리 리스홀드 계약으로 들어온다. 계약 기간 중 임대료는 '업워드 온리(upward only)' 조항으로 오르기만 하도록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 조항은 2022년부터 잉글랜드·웨일스의 신규 상업 리스에서 금지되었다.

한국과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은 권리금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장사가 되는 자리의 영업권·시설·단골을 다음 임차인에게 팔아 '권리금'을 받지만, 영국 상가에는 그 관행이 법적으로 자리 잡지 않았다. 대신 '프리미엄(premium)'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입지에 웃돈이 붙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예외적이고, 세입자가 나갈 때 설비를 원상복구(디레트리어스, dilapidations)하는 비용이 오히려 나가는 돈이다. 한국의 전세보증금처럼 목돈을 맡기고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도 일반적이지 않다. 다만 이 보고서는 임대차 계약 구조 자체를 다루지 않으므로, 위 내용은 영국 상업 임대의 일반적 배경이며 이 기사에서 확인되는 내용은 아니다.

업종 구성 — 식료품은 웃고, 패션은 갈렸다

보고서가 인용한 BDO 하이스트리트 세일즈 트래커에 따르면, 2024년 12월 재량소비 품목 매출은 전년 마이너스 기저 대비 7.7% 늘었다.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크리스마스 이브가 온라인과 매장 양쪽을 끌었다. 그러나 '골든 쿼터'로 불리는 4분기 전체로 보면 기존점(라이크포라이크) 매출 성장은 2.0%에 그쳤다. 하이스트리트 점포는 같은 기간 0.1% 증가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눈에 띄는 첫 주와 마지막 주를 빼면 오히려 3.91% 감소했고, 세빌스는 악천후와 광범위한 홍수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 주에 온라인 매출은 20.7% 늘었다.

개별 대형 유통업체들의 숫자는 더 선명하다. 마크스앤스펜서(M&S)는 12월 28일까지 13주 동안 영국·아일랜드 총매출이 전년 대비 5.9% 늘었으나, 매장 내 판매는 1.5% 줄었다. 넥스트(Next)는 9주간 정가 판매가 6.0% 증가해 연간 세전이익 가이던스를 500만 파운드 올려 10억 1,000만 파운드로 잡았지만, 역시 매장 판매는 2.1% 감소했다. 두 회사 모두 온라인과 매장의 온도차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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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주 톤브리지 하이스트리트의 상가 — N Chadwick, CC BY-SA 2.0 (Geograph Britain and Ireland / Wikimedia Commons)

2025년 4월에 바뀐 것 — 세금과 인건비의 청구서

임대료 하락의 진짜 원인은 2024년 10월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가 발표한 예산안이었다. 2025년 4월부터 소매·외식·여가 업종의 지방세 감면율이 기존 75%에서 40%로 줄어, 이 항목의 부담이 사실상 두 배 가까이 된다. 고용주 국민보험료율은 1.2%포인트 오르고, 납부 의무가 시작되는 임금 기준선은 연 9,100파운드에서 5,000파운드로 내려간다. 전국생활임금은 6.7% 올라 시간당 12.21파운드, 18~20세 최저임금은 16.3% 올라 10파운드가 된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넥스트는 6,700만 파운드의 추가 인건비 중 1,300만 파운드를 상쇄하려고 기존점 상품 가격을 1% 올리겠다고 밝혔고, 2,300만 파운드의 운영비 절감도 계획했다. 영국소매협회(BRC)가 주요 유통업체 재무책임자 52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국민보험료 인상에 대응해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세빌스는 이 계산서가 임차인에게 '숨을 고르게' 만든 것이 4분기 임대료 하락이라고 진단한다.

반전 — 폐업은 늘지 않았다, 자리만 옮겨 다녔다

통념은 이렇게 말한다. 비용이 오르면 가게가 문을 닫는다. 그런데 세빌스가 인용한 유통연구센터(Centre for Retail Research) 집계에 따르면, 2024년에 부도로 영향을 받은 점포는 886개였다. 이는 지난 5년간 매년 이어진 수치보다 훨씬 적고, 장기 평균인 연 약 2,500개를 크게 밑돈다. 보고서는 지금 시장이 '광범위한 재무적 압박'이 아니라 '통상적인 교체(churn)'를 겪고 있다고 쓴다.

가장 좋은 예가 화장품·건강 상품이다. 글로벌데이터 조사에서 2024년 크리스마스에 이 범주에서 구매한 소비자는 36.9%로, 2023년보다 1.1%포인트 늘었다. 슈퍼드러그는 매출이 6.6% 늘었고 기존점 매출은 5.1% 증가해, 전년의 7.1% 성장 위에 다시 쌓았다. 부츠는 2024년 11월 30일 마감 분기에 소매 부문 매출이 8.1% 늘었고, 블랙프라이데이 주간에는 20% 뛰었다. 의류가 빠지고 뷰티가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대 사례도 같은 보고서 안에 있다. 프라이마크(Primark)는 영국·아일랜드 매출이 4% 줄었고, 2025년 1월 4일로 끝난 16주간 기존점 매출은 6.4% 감소했다. 세빌스는 이를 물가 부담에 밀려 '가격 대비 가치'가 좋은 곳으로 소비자가 옮겨간 결과로 해석한다. 같은 거리에서 한 브랜드는 8% 웃고 다른 브랜드는 6% 울었다.

손님은 어디서 왔나 — 사무실과 35세 이하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발길의 재구성이다. MRI 소프트웨어와 리테일 이코노믹스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10~11월에 영국 인구의 88%가 리테일 목적지에 다녀왔다. 세빌스는 이를 ‘2024년 5월 이후 86.1% 증가’라고 적었는데, 백분율 단위가 맞지 않는 서술이라 그대로 옮기되 해석은 보류한다. 조사는 또한 사무직 근로자의 31%가 하이스트리트 매출에 핵심 역할을 하고, 점심시간에 방문이 정점을 찍으며, 33%는 평일 오후 5시 이후에 방문한다고 밝혔다. 35세 이하가 한 달 평균 9.5회 방문해 55세 이상의 두 배였다.

재택근무가 도심 상권을 비웠다는 것이 지난 몇 년의 정설이었다면, 이 보고서는 사무실로 돌아온 사람이 점심과 퇴근 후 소비로 상권을 다시 채우고 있다는 반대 방향의 근거를 제시한다. 체험형 매장의 증가가 이 흐름을 거들었다.

투자 쪽도 비슷한 결론이다. 쇼핑센터 투자 규모는 2024년 20억 파운드, 48건이었다. 25년 장기 평균인 연 34억 파운드·71건에 못 미치지만, 2005년 정점이 89억 파운드·155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다른 시대의 기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 8년 평균이 13억 파운드·47건이었다는 점이다. 즉 2024년의 20억 파운드는 2017년 이후 최대치이며, 2023년 12억 파운드에서 크게 늘었다.

100m 파운드가 넘는 대형 거래는 7건으로 15억 파운드, 2019년 이후 100m 이상 거래 17건 중 41%가 2024년에 몰렸다. 그중 6건이 지분 일부 인수였고, 순초기수익률은 8.3~9.25%였다. 하이스트리트 점포 투자는 2023년 대비 5.7% 감소한 18억 파운드였으나, 4분기만 보면 3억 6,540만 파운드로 전 분기 대비 32.4%, 전년 동기 대비 80% 늘었다.

한국과 견주고, 이 자료의 한계를 짚는다

한국에서 유사한 처지에 놓인 곳은 서울 대학가나 지방 구도심의 상가 골목이다. 공통점은 둘 다 인건비와 고정비 상승에 먼저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 더 중요하다. 첫째, 한국은 보증금·권리금·월세가 3층 구조로 얽혀 임대료가 '숫자 하나'로 내려가지 않는다. 영국은 임대료 자체가 시장 가격으로 움직여 3.6% 하락이 곧 계약에 반영된다. 둘째, 한국은 매장을 옮길 때 상권과 인연을 끊기 어렵지만, 영국은 리스 만료 시점에 기업이 도시를 통째로 바꾸는 이동이 훨씬 자유롭다. 셋째, 세빌스 같은 데이터 집계로 분기 단위 임대료 지수가 산출되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개별 상인 단위로 흩어진 국내 자영업 임대 시장은 비교 자체의 해상도가 다르다.

자료의 한계. 이 보고서는 세빌스라는 부동산 중개·자문 회사가 자기 거래 장부를 근거로 쓴 글이다. '임대료가 3.6% 하락했다'는 문장은 그들 거래에서 성사된 계약의 평균이며, 보고서 스스로 ‘거래 장부가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고 인정한다. 즉 잘 되는 곳의 임대료를 더 많이 표본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주 목적 자체가 투자 수요를 만드는 것이므로, '투자 매력이 있다'는 판단은 이해관계가 걸린 진술로 읽어야 한다. 인용된 BDO, ONS, GfK, 글로벌데이터, MRI의 수치는 각 기관의 조사이며, 원자료를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동네에서 단골이었던 가게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약국이나 화장품 매장이 들어온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때 우리는 '상권이 죽었다'고 말하지만, 세빌스의 데이터는 '같은 자리에서 다른 장사가 더 잘 된다'고 말합니다. 임대료가 내려가지 않는 한국의 상가에서, 과연 무엇을 바꿔야 이 교체가 덜 아플까요?

참고 자료

· 세빌스(Savills), 「Spotlight: Shopping Centre and High Street – Q4 2024」, 2025년 2월 17일. https://www.savills.co.uk/research_articles/229130/373231-0/spotlight--shopping-centre-and-high-street---q4-2024

· 이미지: Tonbridge High Street, Kent(2011년경) — N Chadwick, CC BY-SA 2.0, via Geograph Britain and Ireland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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