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의 아침, 현관문을 열면 유리창이 살짝 뿌옇다. 손가락으로 한 번 문지르면 그 자리만 맑아지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는다. 성에를 긁어서 지우는 게 아니라, 손가락 모양으로 투명한 구멍 하나를 뚫는 셈이다.
창에 내려앉은 성에 — James Mann, CC BY 2.0 (Wikimedia Commons)
그 구멍으로 보면 바깥 세상이 유난히 선명하다. 다른 건 다 흐릿한데 그 좁은 창으로만 초점이 맞는다. 그래서 일부러 끝까지 안 닦고, 그대로 두고 나가기도 한다. 창 전체를 맑게 만들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닌데 굳이 안 한다.
성에는 원래 그런 물건인가 보다. 다 닦아내기 전에 조금 남겨두는 쪽이, 어쩐지 아침답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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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5 08:36
성에는 괜히 다 닦아요, 한 구멍 남겨야 그 아침이 오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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