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구도심 중앙·일산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2024년 3분기 31.1%에서 올해 3분기 33.4%로 올랐다. 같은 기간 터미널 상권은 9.9%에서 14.6%로 뛰었고, 무실지구 집합상가는 10.9%에서 16.2%가 됐다. 보통 공실이 늘면 임대료가 내려가 임차 수요가 다시 들어오는 것이 시장의 자기 조정인데, 원주에서는 그 조정이 작동하지 않았다. 임대가격지수(2024년 2분기=100)는 중앙·일산 97.74, 무실지구 98.84, 혁신도시 98.80, 터미널 상권 99.25로 전 권역이 기준선을 밑돌았다. 비었는데 싸지지 않고, 싸졌는데도 차지 않는다 — 원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임대동향조사와 원주시 공실조사를 겹쳐 놓고 '이중 침체'라고 부른 상태다.
빈 칸이 1층에 몰려 있다는 신호
원주시가 지난 5~6월 실시한 '상반기 혁신도시 공실조사'는 이 구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조사 대상 18개 상가의 평균 운영률은 63%, 공실률은 37%였고 2023년 조사 대비 뚜렷한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것은 권역별 편차다. 코아루시티 인근은 공실률이 53%로 상가 절반이 비어 있었다. 통상 상가에서 임차 수요가 가장 강한 것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1층인데, 이번 조사에서는 접근성이 좋은 1층 공실이 전체 공실의 44%를 차지했다. 1층이 비어 있다는 것은 '층이 나빠서 안 팔린다'는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층 공실의 의미는 임대 시장에서 각별하다. 2~3층은 사무실이나 학원, 병원처럼 목적이 정해진 임차인을 기다릴 수 있지만, 1층은 통상 유동인구에 기대는 근린생활 업종이 들어오는 자리다. 그 자리가 44% 비었다면 문제는 개별 점포의 조건이 아니라 그 거리를 걷는 사람 자체에 있다는 쪽에 가깝다.
원주는 어떤 도시였나 — 강원의 행정·산업 거점
원주는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로, 오랫동안 중앙·일산동 일대가 구도심 상권의 중심이었다. 시외버스터미널과 전통시장, 병원과 학원가가 한 블록 안에 몰려 있어 '볼일 보러 나오는 사람'이 곧 매출이 되는 구조였다. 여기에 2010년대 판교테크노밸리에 준하는 기업도시로 육성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반곡관설동 일대)가 들어서면서 도시의 무게중심이 동쪽으로 옮겨갔고, 무실지구와 단계동에는 신축 오피스·상가가 대량으로 공급됐다. 원주투데이 기사가 짚은 '상가 공급 과잉과 유동 인구 간의 불균형'은 바로 이 20년의 지형 변화와 맞닿아 있다.
중요한 것은 새 상권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구도심의 몰락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도시 인구가 크게 늘지 않은 상태에서 상가 면적만 넓어지면, 같은 사람이 동네를 옮겨 다니며 소비하는 '분산'이 일어난다. 총수요는 그대로인데 점포수만 늘어난 시장에서 공실률과 임대료가 동시에 나빠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왜 공실이 늘어도 임대료가 안 내려가는가
공실률과 임대료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임차인이 줄면 임대인이 가격을 낮춰 채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원주는 공실률이 오르는 동안 임대료도 함께 빠졌다. 이른바 '불황형 회복'의 반대편, 공실과 임대료가 같이 나빠지는 구간이다. 원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임대인의 고정비와 대출 구조다. 상가는 건물주 입장에서 원리금과 세금, 관리비가 매달 나가는 자산이다. 월세를 크게 낮추면 그 대신 임차인이 들어와야 하는데, 임차 수요 자체가 위축되면 낮춰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만 내려놓고 기다리는' 임대가 오래 유지된다. 둘째, 상권 수요의 분산이다. 혁신도시·기업도시·무실지구로 생활 반경이 옮겨가면 구도심 점포를 찾는 이유(병원·시장·관공서 등)가 남아 있지 않는 업종은 설 자리를 잃는다. 셋째, 소비심리다. 경기 둔화로 외식·의류·서비스 지출이 줄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골목 임차인이고, 공실이 장기화되면 재계약 시점의 임대료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업종 구성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이번 조사에서는 업종별 점포 증감을 세부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어떤 업종이 늘고 빠졌는지 수치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기사가 다룬 범위에서 확인되는 것은 시설 유형별 차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강원지식산업센터와 H타워는 90%대 운영률을 유지했고 엔터비즈타워는 공실률 25%를 기록했다. 반면 집합상가와 근린 상권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기사도 지적하듯 이들 지식산업센터는 업무·사무 중심이라 1층 근린 상가의 배후 수요를 만들어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무실이 차 있어도 그 건물 사람들이 옆 골목에서 점심을 먹고 장을 보는 연결이 약하면, 상가 운영률과 상권 활력은 다른 숫자가 된다.
통념을 뒤집는 지점 — '죽은 상권'이 아니라 '기다리는 상권'
흔히 공실률 30%대라는 숫자를 보면 그 동네가 끝났다고 읽는다. 그러나 원주의 자료가 말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같은 원주 안에서 혁신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22%에서 18%로 오히려 내려갔다. 도시 전체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수요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중이라는 뜻이다. 비어 있는 구도심 점포는 '수요가 사라진 자리'가 아니라 '수요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 자리'다. 문제는 그 이동이 임대료 조정만으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낮은 임대료가 회복의 방아쇠가 되지 못한다는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된다. 다만 원주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검증된 자료는 이 기사에 없어, 비교는 일반론의 수준에 머문다. 원주만의 특수성 — 강원권 행정·의료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신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도시 — 을 감안해야 한다.
권리금·보증금·월세 — 상가 임대 구조를 읽는 기본
원주 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 — Neoalpha, CC0 (Wikimedia Commons)
상가 임대차를 이해하려면 세 가지 돈을 구분해야 한다. 보증금은 계약 기간 동안 임대인에게 맡기는 돈으로,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다. 월세(차임)는 매달 내는 사용료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장사하던 자리의 영업권·시설·단골을 새 임차인에게 넘기며 받는 돈으로, 법률상 보호가 제한적이고 상권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사라진다. 공실이 장기화되면 권리금은 사실상 0이 되고, 보증금을 낮추거나 월세를 깎아 주는 조건이 늘어난다.
임대가격지수는 이런 개별 계약 조건들을 표본으로 묶어 만든 지표다. 원주의 97~99 수준은 '기준 시점보다 1~3% 정도 임대료가 낮아졌다'는 뜻으로 읽으면 된다. 숫자가 작아 보이지만, 상가 임대는 한 번 내려간 임대료가 다시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직적 시장이다. 재계약 때마다 조금씩 깎이는 하향 계단이 몇 년 쌓이면 자산 가치와 대출 담보 평가까지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공실률이 높은 건물은 담보 가치가 낮게 잡혀 재융자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이 기사를 읽을 때의 한계
이번 보도는 한국부동산원 표본조사와 원주시 자체 조사를 근거로 한다. 표본조사는 표본 설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시 자체 조사는 18개 상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모집단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 부동산업계와 지자체는 각각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다. 부동산업계는 임대료 하락을 강조할 유인이 있고, 지자체는 공실 개선 성과를 강조할 유인이 있다. 이 기사의 서술은 부동산 전문가의 분석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실제 점포주들의 체감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나 대형 상가 개발업자의 시각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독자에게 — 당신 동네의 빈 점포는 왜 비어 있나
원주의 사례는 '상권이 죽었다'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 묻게 한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사람은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갔는지, 아니면 임대 조건이 수요를 막고 있는지. 같은 33%라도 원인이 다르면 처방도 달라야 한다.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가장 오래 비어 있는 점포는 어느 자리에 있고, 왜 그 자리일까.
참고 자료
· 원주투데이, 「상권, 공실 늘고 임대료 떨어져…침체 흐름 고착」, 2025년 12월 1일 게재 — https://www.won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847
· 근거 자료: 한국부동산원 임대동향조사, 원주시 상반기 혁신도시 공실조사(2025년 5~6월)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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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5 08:26
공실률과 임대료가 같이 내려가는 구간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다만 임대가격지수가 97~99 수준이면 하락 폭 자체는 1~3%로 크지 않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조정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1층 공실이 44%라는 대목은 결국 유동인구 문제로 귀결된다. 임대 조건을 아무리 손봐도 그 거리를 걷는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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