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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5일 오전 9시 8분(UTC), 인도 남동부 해안. 안드라프라데시 주 스리하리코타의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 제1발사대에서, 높이 44미터의 극궤도 위성 발사체 PSLV-XL이 첫 불꽃을 내뿜었다. 발사체에 실린 것은 무게 1,337킬로그램의 상자 모양 탐사선 하나, 망갈리안(Mangalyaan), 공식 이름은 화성 궤도선 임무(Mars Orbiter Mission·MOM)였다. 발사 예정일은 원래 10월 28일이었다. 태평양의 악천후 때문에 추적용 선박이 제 위치에 도착하지 못하면서 일주일 미뤄진 날이었다. 그리고 이날 지구를 떠난 탐사선은 298일 뒤인 2014년 9월 24일, 화성을 도는 궤도에 들어갔다.

이 사건이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는 값이 아니라 성공의 조건이었다. 망갈리안은 화성 궤도에 도달한 네 번째 우주기관의 첫 시도였고, 그중 처음으로 자국 기술만으로 성공한 사례였다. 아래에서는 그날의 장면에서 시작해, 왜 이 임무가 그렇게 설계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성공 뒤에 어떤 논쟁이 남았는지를 짚어 본다. 값을 결정한 것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이미 떠난 로켓과 남은 시간이라는 조건이었다.

발사일에 정해져 있던 단 하나의 선택: GSLV가 아니라 PSLV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이 발사체가 애초에 화성을 향해 설계된 로켓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록에 따르면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원래 더 강력한 정지궤도위성발사체(GSLV)로 망갈리안을 쏘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로켓은 2010년에 두 차례 연속 실패했고, 핵심인 극저온 엔진에도 문제가 남아 있었다. 새 로켓을 기다리면 임무는 최소 3년, 사실상 한두 번의 발사 기회를 통째로 날리는 일이었다. 화성으로 가는 효율적인 호만 전이 궤도는 26개월마다 한 번씩 열린다. 이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2016년, 그다음은 2018년이었다.

그래서 ISRO는 더 약한 PSLV를 택했다. 정공법은 포기하고 우회로를 만든 것이다. PSLV는 탐사선을 화성으로 곧장 보낼 힘이 없었기 때문에, 2013년 11월 5일 9시 50분(UTC)에 망갈리안을 지구를 도는 매우 찌그러진 타원 궤도에 올려놓았다. 근지점 264.1킬로미터, 원지점 23,903.6킬로미터, 궤도 경사각 19.20도였다. 태양전지판 세 장과 안테나가 이때 펼쳐졌다. 발사 그 자체는 '도착'이 아니라 '첫 삽'이었다.

지구 궤도에서 일곱 번의 점화: 오버트 효과로 연료를 아끼는 방법

망갈리안 궤도선 상상도 — 화성 궤도에 들어간 뒤의 모습. Nesnad,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지구 궤도에 남은 탐사선은 스스로 엔진을 태워 궤도를 조금씩 부풀렸다. 2013년 11월 6일, 7일, 8일, 10일, 12일, 16일의 점화가 이어졌다. 440뉴턴의 액체엔진을 416초, 570.6초, 707초씩 분사하면서 원지점은 28,825킬로미터, 40,186킬로미터, 71,636킬로미터로 차례로 높아졌다. 원지점이 높아질수록 근지점 근처에서 점화할 때 더 적은 연료로 더 큰 속도 변화를 얻는다. 궤도가 크게 찌그러질수록 근지점에서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인데, 이를 오버트 효과라고 부른다. 로켓의 힘이 모자랄 때 중력을 거꾸로 이용하는 셈이다.

네 번째 점화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2013년 11월 10일 20시 36분(UTC)에 시작된 분사는 계획한 초속 135미터 대신 초속 35미터의 속도 변화만 냈다. 엔진 연료 밸브의 여자 코일(전자석으로 밸브를 여닫는 장치)을 주 계통과 예비 계통에 동시에 통전하며 중복성을 시험하던 중이었고, 두 코일이 함께 작동하자 연료 흐름이 멈춰 버린 것이다. 원지점은 계획한 10만 킬로미터에 못 미친 78,276킬로미터에 머물렀다. 담당 팀은 11월 12일에 보정 점화를 한 차례 더 해 원지점을 118,642킬로미터까지 끌어올렸고, 11월 15일 마지막 점화로 192,874킬로미터에 도달했다.

이 실패는 결과적으로 임무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망갈리안은 완벽하게 검증된 시스템이 아니라, 지구에서 고장을 일으키며 배운 것을 들고 떠났다. 이후 두 코일은 '동시에'가 아니라 '순차로'만 작동하도록 운용 규칙이 바뀌었다. 11월 30일 19시 19분(UTC)의 23분짜리 점화가 지구 궤도를 벗어나 화성을 향하는 궤도로의 전이를 완성했다. 이후 298일 동안 탐사선이 이동한 거리는 7억 8,000만 킬로미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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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갈리안 궤도선 상상도 — 화성 궤도에 들어간 뒤의 모습. Nesnad,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값이 아니라 설계: 4억 5,000만 루피라는 숫자의 정체

이 임무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숫자는 예산이다. 위키백과 기록에 따르면 2012년 8월 3일 만모한 싱 총리가 승인한 사업비는 약 4억 5,000만 루피(당시 환율로 7,300만 달러 규모)였고, 이는 화성 탐사 임무 중 가장 적은 비용이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 임무가 '킬로미터당 7루피'에 불과하다며, 아메드바드의 오토릭샤 요금 10루피와 영화 '그래비티'보다 싸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이 표현은 인도에서 대단한 자부심의 근거가 됐고, 동시에 비판의 표적이 됐다.

비용이 어떻게 이렇게 낮을 수 있었는지는 사실 공개된 설명이 비교적 소박하다. ISRO 수장이었던 K. 라다크리슈난은 모듈식 접근, 적은 지상시험, 그리고 연구자들의 하루 18~20시간 노동을 요인으로 꼽았다. BBC의 조너선 에이모스는 값싼 인건비, 국산 기술, 단순한 설계, 그리고 메이븐보다 훨씬 단순한 탑재체를 지목했다. 즉 이 낮은 예산은 신화적인 효율이 아니라,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상시험을 줄이고, 그만큼 위험을 설계에 남긴 선택의 결과였다. 위성 본체 설계가 달 궤도선의 것을 개조해 15개월 만에 완성됐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통념과 반전: '영웅 없는 우주개발'이라는 착시

망갈리안에 대한 흔한 서사는 '적은 돈으로 해낸 기적'이다. 그런데 이 서사에는 반전이 하나 숨어 있다. 이 임무는 처음부터 화성 궤도에 오래 머물며 많은 양의 과학 데이터를 쏟아 내기 위한 탐사가 아니었다. 공식 목표의 첫 번째는 기술 실증이었다. 행성 간 임무의 설계, 계획, 관리, 운용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었고, 행성 과학은 그다음이었다. 그래서 탑재체는 총 5종, 무게는 15킬로그램에 불과했다. 메이븐이 화성 대기와 우주 공간의 상호작용을 장기 관측하려고 훨씬 무거운 장비를 실은 것과는 애초에 겨루는 종목이 달랐다. 궤도 자체도 사정이 비슷하다. 망갈리안은 근지점 421.7킬로미터, 원지점이 약 77,000킬로미터에 이르는 매우 찌그러진 궤도를 돌았다. 화성에 가까이 붙는 시간이 짧다는 뜻이고, 그만큼 촬영 기회가 드물었다. 그런 궤도에서 행성 원반 전체를 한 장에 담는 사진이 나왔다는 점이 오히려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하나, 낮은 예산에는 노동의 값이 들어 있다. ISRO의 낮은 비용 구조는 인도에서 우주공학자와 기술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조건 위에 서 있다. '킬로미터당 7루피'라는 표현이 재미있게 통하는 이유는, 그 숫자가 효율의 증거인 동시에 누가 그 일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려 버리기 때문이다. 라다크리슈난이 스스로 밝힌 '하루 18~20시간 노동'이라는 문장은 이 임무의 자랑과 비용 구조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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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7일 망갈리안의 화성 색상 카메라(MCC)가 촬영한 화성 전면. 화성 궤도에서 행성 원반 전체를 담은 희귀한 이미지다. NASA/JPL-Caltech,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궤도에 들어가 하던 일: 대기부터 코로나까지

망갈리안은 화성 궤도 진입 후 실제로 관측을 수행했다. 2014년 12월, 화성 상층 대기 중성 성분 분석기(MENCA)는 화성 외기권의 아르곤-40 밀도 분포를 네 번의 궤도에서 측정했다. 고도 250킬로미터 부근에서 아르곤 수 밀도의 상한은 입방센티미터당 약 5×10⁵개였고, 이에 대응하는 외기권 온도는 섭씨 2도(275켈빈) 수준이었다. 그런데 두 궤도에서는 같은 고도 구간의 스케일 하이트가 크게 늘어 유효 온도가 섭씨 127도(400켈빈)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성 상층 대기에 초열적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신호였다.

임무 후반의 관측은 응용 범위를 넓혔다. 2015년 5~6월, 태양이 지구와 화성 사이에 놓이는 화성 합 동안 망갈리안이 보내는 S대역 전파가 태양 코로나를 통과했다. 이때의 전파 신호 변화를 분석해 코로나 대기의 난류 스펙트럼을 추정했고, 이것은 행성 탐사가 태양 연구에 기여한 사례로 남았다. 또 화성 색상 카메라(MCC)가 촬영한 마리너리스 협곡의 스테레오 영상과 화성 궤도 레이저 고도계 지형 자료를 겹쳐 대기의 광학 두께를 고도별로 계산했다. 붉은 채널에서는 협곡 바닥의 광학 두께가 약 1.7이었다가 위로 갈수록 1.0까지 줄어드는 경향이 잡혔다. 지형에 따라 줄지 않는 구간이 있었고, 연구진은 이를 산등성이 뒤편에 생기는 파상운(리 웨이브 구름)의 흔적으로 해석했다.

경쟁하는 해석: 성공이냐, 발표의 성공이냐

2016년 5월 17일 망갈리안의 화성 색상 카메라(MCC)가 촬영한 화성 전면. 화성 궤도에서 행성 원반 전체를 담은 희귀한 이미지다. NASA/JPL-Caltech,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망갈리안을 놓고 벌어진 논쟁은 두 갈래였다. 한쪽은 '첫 시도 성공'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소련, 미국, 유럽항공우주국(ESA)에 이어 네 번째로 화성 궤도에 도달한 국가가 인도가 됐고, 자국 기술로 만든 추진 시스템으로 성공을 거둔 첫 국가 기관이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처음 시도해 성공한 사례는 2003년 ESA가 소유즈/프레갓 로켓으로 마스 익스프레스를 보낸 경우가 있었고, 인도는 그 뒤를 잇는 두 번째였다. 인도는 아울러 화성 궤도에 도달한 첫 아시아 국가가 됐다.

다른 쪽은 성과를 과대평가하지 말자는 지적이다. 행성 과학계 일각에서는 15킬로그램짜리 탑재체와 6개월 설계 수명을 전제로 한 임무와, 화성 대기 연구를 목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들인 임무를 같은 줄에 세우는 것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실제로 망갈리안의 가장 널리 인용되는 성과는 과학적 발견보다 '저비용 행성 간 임무의 가능성'과 '인도 우주산업의 능력 증명'에 가깝다. 이 지적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지적은 '실패한 임무'라는 뜻이 아니라 '설계 목표가 달랐다'는 뜻이다. 이 두 해석은 서로를 반박하지 않고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일 점이 있다. 2016년 11월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호는 망갈리안이 촬영한 화성 사진을 표지로 썼다. '화성: 붉은 행성을 향한 경쟁'이라는 기사의 표지였다. 망갈리안의 그림은 인도 2,000루피 지폐 뒷면에도 실렸다. 탐사선이 보낸 사진이 한 국가의 상징이 된 것이다. 반대로 2022년 4월, 예정된 수명의 일곱 배가 넘게 활동한 탐사선은 설계하지 않은 7시간짜리 식(蝕)을 견디지 못하고 통신이 끊겼다. 10월 3일 ISRO는 복구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화성 탐사는 늘 이렇게 두 개의 문장으로 끝난다. 도달했고, 결국 침묵했다.

남은 기록과 해석의 경계

망갈리안에 관해 흔히 반복되는 이야기 중에는 근거가 희박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가 NASA의 추적 지원 덕분에 성공했다'는 식의 단순화는 사실을 왜곡한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진행 중이던 2013년 10월 5일, NASA는 심우주 통신망(DSN)으로 통신과 항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 지원은 인도 측 네트워크가 위성을 볼 수 없는 시간대의 위치 자료 보조에 가까웠고, 궤도 산출과 기동, 연료 관리의 주체는 벵갈루루의 ISRO 위성통제센터와 ISTRAC이었다. 협력과 대행은 다르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남겨 두어야 한다. ISRO는 통신 두절 시점에 전원이 꺼진 것인지, 자동 기동 중 지구를 향하던 안테나가 어긋난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2022년 9월 27일 8주년 기념 회의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자세 제어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논의됐다는 정도가 전해진다. 화성 궤도에 들어간 직후 남은 연료는 40킬로그램이었고, 원래는 6개월 임무에 필요한 20킬로그램보다 많았다. 그 연료로 8년 가까이 버틴 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탐사선의 수명이 설계를 어디까지 넘어섰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설계 수명 6개월의 탐사선이 7년 7개월 넘게 궤도를 돌며 980장이 넘는 화성 사진을 보냈고, 5년 시점에 2테라바이트의 영상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

2013년 11월 5일의 발사는 하나의 기술적 교훈을 남겼다. 강력한 로켓이 없을 때에도 궤도를 이용해 부족한 힘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패한 점화가 임무를 끝내는 대신 운용 규칙을 바꾸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인도를 넘어, 예산이 빠듯한 신흥 우주국들이 행성 간 임무를 설계할 때 참조하는 원칙이 됐다. 한국도 달 궤도선 다누리호를 독자 발사체 누리호가 아닌 다른 로켓으로 보내며 궤도 설계에서 비슷한 선택을 했다. 어느 나라든 '가지고 있는 로켓'과 '가고 싶은 곳' 사이를 설계로 메우는 일은 반복된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망갈리안의 성공은 저비용 우주개발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 비용은 어디까지가 효율이고 어디부터가 사람에게 전가된 비용이었을까. 우주 개발의 자부심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언제나 이 두 질문을 함께 들고 다녀야 한다. 여러분은 '킬로미터당 7루피'라는 문장을 들을 때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기술의 영리함인가, 그 기술을 떠받친 사람들의 시간인가.

참고 자료

· 위키백과 영문판, Mars Orbiter Mission
· 위키백과 영문판, Indian Space Research Organi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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