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5일, 홍콩 법정. 짙은 남색 긴팔 셔츠에 카키 바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조슈아 웡(30)이 피고석에 앉았다. 지난달 서른이 된 그는 이전 공개 석상보다 야윈 모습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방청석은 만원이었고, 자리를 잡으려고 몇 시간을 줄 선 홍콩 시민들 사이로 경찰이 삼엄하게 배치됐다. 판사가 선고 이유를 낭독하는 동안 그는 간간이 메모를 했다. 판결은 “외국 세력과의 결탁” 혐의로 징역 10년. 2020년 12월부터 이미 6년을 복역해 온 그에게, 2027년 1월이면 나올 수 있었던 몸에 다시 10년이 얹혔다. 선고 중 2개월 2일만 기존 형기와 동시 집행된다.
이 글은 이 선고를 하나의 판결문이 아니라, 홍콩에서 지금 무엇이 형사 사건이 되고 무엇이 되지 않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로 읽어 보려는 시도다. 웡은 국가보안법(NSL)으로 두 번 기소된 유일한 인물로 보도됐다. 그 사실 자체가 이 사건의 성격을 말해 준다.
왜 지금, 왜 하필 이 시점인가
국가보안법은 2019~2020년 반정부 시위 이후 2020년 홍콩에 도입됐다. BBC는 이 법으로 수백 명의 활동가와 평범한 시민이 체포됐다고 전한다. 검찰이 이번에 문제 삼은 행위는 2020년 7월부터 11월 말 사이, 즉 법이 막 시행되던 시기의 활동이다. 웡이 데모시스토를 함께 세운 네이선 로와 함께 외국 제재와 봉쇄를 로비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다. 흥미로운 것은 타이밍이다. 국제앰네스티의 세라 브룩스 부국장은 새 유죄 판결이 “이전 혐의로 석방될 수 있었던 시점에서 불과 몇 달 전에 잔인하게, 어쩌면 의도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판결이 처벌의 강도를 올린 것이 아니라, 석방 시계를 되감은 셈이다. 6년을 복역한 사람에게 10년을 더하는 방식은 ‘형량’보다 ‘잔여 시간’을 관리하는 도구에 가깝다.
서사 대결: 두 개의 같은 장면
같은 판결을 두 진영은 전혀 다른 문장으로 읽는다. 순서대로 놓으면 이렇다.
홍콩·중국 당국. 홍콩 행정장관 존 리는 웡과 로를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훼손한 주된 원인 제공자”라고 규정했다. 그들의 행위가 “국가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일반 시민의 복지와 사회 안정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의 법에 따른 국가안보 수호를 “확고히 지지”하며 “관련 당사자”들이 중국의 주권과 홍콩의 법 체계를 “진지하게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BBC는 당국이 법이 안정 유지를 위해 필요하고, 도시의 자치를 약화시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영국.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이 형량을 “국가보안법이 정치적 표현과 참여를 이유로 개인을 겨냥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명백한 사례”라고 했다. 이어 모든 부당한 기소의 즉각 중단과, 1984년 중영공동선언이 보장한 권리·자유의 이행을 요구했다. 에드 밀리번드 외무장관은 지난달 홍콩 보고서에서 웡 사건이 “국가안보 법제의 점점 넓어지는 적용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한다”고 썼다.
미국. 주홍콩 미국영사관은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웡은 2020년 12월부터 부당하게 구금돼 왔고, 이는 베이징이 홍콩에서 근본적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얼마나 특별한 수단을 쓸지 보여 준다”는 논리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일레인 피어슨 아시아 국장은 “근거 없는 혐의에 대한 가혹한 형량은 잔인하고 부당하다”며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젊은이는 어떤 활력 있는 사회에도 자산인데, 홍콩 정부는 그들을 감옥에 넣는다”고 했다. 그녀는 영향력 있는 지도자에게 혐의를 겹겹이 쌓아 국제적 반발을 줄이는 전술을 당국이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에 말했다.
2014년 우산 혁명 당시 홍콩 거리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조슈아 웡 — Seader,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통념을 뒤집는 지점
흔한 해석은 “홍콩에서 반대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BBC 취재가 전한 법정 풍경은 그와 다르다. 방청석을 채우려는 시민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섰고, 웡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억압이 끝까지 작동했다면 줄을 설 이유가 없다. 반대로, 수백 명이 체포된 뒤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법정 앞으로 모인다는 사실은 법이 두려움을 완전히 만들지는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웡의 친구 프랜시스 후이는 이 선고가 “홍콩 역사의 한 장을 다시 쓰고, 도시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한 세대의 기여를 지우려는 광범위한 정치적 탄압의 일부”라고 BBC에 말했다. 법정 안의 공식 서사와 법정 밖의 기억이 서로 다른 문서를 쓰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의 연결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국은 이 사건의 당사국도, 중영공동선언의 서명국도 아니다. 다만 세 가지 경로로 읽힌다. 첫째, 홍콩은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아시아 거점으로 활용해 온 도시다. 국가보안법 적용이 정치적 행위뿐 아니라 정보·네트워크 영역으로 넓어질수록, 홍콩에 상주하는 외국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부담과 인력 배치 판단도 함께 흔들린다. 둘째,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인권·가치 외교”와 “경제 실리”를 동시에 요구받는 위치에 있다. 영국과 미국이 공개 성명으로 압박 수위를 올릴 때, 한국이 어느 수준의 공개 발언을 할지는 외교적 부담으로 남는다. 셋째, 이 사건은 “국가안보”라는 이름이 어디까지 형사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적 논쟁의 사례가 된다. 한국 내에서도 유사한 법적 쟁점이 제기될 때 이 판례는 참조점이 될 수 있다.
반론
당국과 지지자들의 시각도 그 나름의 논리 구조를 갖는다. 그들은 웡의 행위가 단순한 “정치적 표현”이 아니라 외국 정부에 제재와 봉쇄를 요청하는 구체적 행동이었다고 본다. 국가안보법이 그런 행위를 다루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또한 안정 없이는 경제와 일상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주장, 즉 치안과 번영을 법의 정당성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도 있다. 영국 의회 내부에서도 비판이 갈린다. 보수당의 이언 던컨 스미스 의원은 영국 정부가 “중국이 규칙을 어길 때 더 많이 양보할수록 앞으로 더 나빠진다”고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한 반면, 노동당의 제임스 네이시 의원은 자기 지역구의 홍콩인들이 “조슈아가 지키려다 갇힌 자유”를 위해 영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모두 당국과 다른 결론이지만, 비판의 초점과 강도는 같지 않다.
2019년 조슈아 웡 — Studio Incendo, CC BY 2.0 (Wikimedia Commons)
사료의 한계
이 글은 2026년 11월 5일 보도 시점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확인된 것과 확인이 필요한 것을 나눠야 한다. 판결 내용(10년, 동시 집행 2개월 2일), 공소사실의 시기(2020년 7월~11월 말), 기존 형기(복역 6년, 2027년 1월 석방 예정)는 법정에서 나온 사실로 두 매체가 일치한다. 반면 “의도적으로 석방 직전에 기소했다”는 해석은 인권 단체의 평가이지 검찰의 공식 설명이 아니다. 홍콩 당국이 이번 기소의 시점을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성명과 논평이며, 그 자체가 법적 판단은 아니다. 웡 측 변호인의 입장과 상소 여부도 보도 시점에서는 확정되지 않았다.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형벌은 범죄의 크기에 비례해야 한다는 원칙과, 국가안보라는 예외 영역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한 사람을 두 번, 세 번 처벌할 수 있다면 ‘형기’는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고 한국은 인권 보편성과 실리 외교 사이에서, 공개 성명 한 줄을 언제 낼지 스스로 기준을 갖고 있는가.
참고 자료
· The Guardian, “UK and US condemn ‘cruel’ second jail term handed to Hong Kong activist Joshua Wong”, 2026년 11월 5일 —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6/nov/05/uk-and-us-condemn-second-jail-term-handed-to-hong-kong-activist-joshua-wong
· BBC News, “Joshua Wong, face of Hong Kong’s pro-democracy protests, jailed for 10 years”, 2026년 11월 5일 — https://www.bbc.com/news/articles/cwp9g3rlp8jlo
· 이미지: Seader, “Joshua Wong during HK Protests 2014 1”, CC BY-SA 4.0; Studio Incendo, “Joshua Wong (2019)”, CC BY 2.0 (Wikimedia Commons)
댓글1
-
빗방울
2026.11.06 00:35
기존 6년 복역분에 동시 집행이 2개월 2일뿐이라는 대목이 읽힙니다. 형기란 결국 남은 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의 문제였군요.
모든 이야기2018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