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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0일,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뜯어 만든 표 하나가 연합뉴스 경제면에 실렸다. 2019년 1분기(1~3월) 서울시 소규모 상가의 평균 공실률은 2.9%. 같은 기간 서울 중대형 상가는 7.5%, 오피스는 11.0%였다. 규모가 큰 상가 두 배 남짓이 비어 있는 동안, 골목의 작은 가게는 거의 다 차 있었던 셈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분포다. 조사 대상 상권 41곳 가운데 18곳이 소규모 상가 공실률 0%였다. 명동, 동대문, 공덕역, 건대입구, 경희대, 군자, 목동, 불광역, 성신여대, 수유, 신림역, 왕십리, 이태원, 장안동, 혜화동, 도산대로, 서초, 청담. 관광지와 대학가, 주거지역과 부촌이 한 줄에 섞여 있다는 점이 이 목록의 첫 번째 특징이다.

이 기사는 짧다. 숫자와 원인 한 줄, 반대 사례 몇 개가 전부다. 그런데 그 짧은 표가 던지는 질문은 오래 남는다. 왜 서울에서 가장 작은 점포들이 가장 먼저 채워졌고, 그 구조가 오늘까지 어떤 흔적으로 남았는가.

330㎡ 이하, 2층 이하 — ‘작은 상가’의 정의

기사가 든 정의는 행정 서류의 언어다. 일반건축물대장상 2층 이하이면서 연면적 330㎡ 이하인 점포가 소규모 상가다. 330㎡는 약 100평이다. 편의점, 미용실, 분식집, 학원 하나, 치킨집 하나가 들어가는 크기다. 한국 상가 시장은 흔히 소규모·중대형·집합상가·오피스로 나뉘어 조사되는데, 이 구분은 법령과 통계의 편의에서 나온 것이지 상인들이 느끼는 장사의 질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 구분이 유효한 이유는 계약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330㎡를 넘어가는 순간 임차인 후보가 개인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법인이나 유통 자본으로 바뀌고, 계약 조건도 달라진다. 기사가 ‘작은 상가는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임차인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고 쓴 대목은 이 계약 단위의 차이를 가리킨다.

임대인 쪽에서 본 작은 가게의 셈법

기사의 두 번째 논점은 흥미롭다. 공실률이 낮은 이유를 임차인 쪽 편의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 규모가 크고 임대료가 높은 상가보다 쉬워 공실의 위험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문장이 그렇다. 같은 100평이라 해도, 330㎡ 한 칸은 임차인을 구하기 쉽고 3,300㎡ 열 칸은 어렵다. 대신 한 칸당 임대료가 작다.

여기서 한국 상가 임대 구조의 기본기를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상가 계약에는 보통 세 개의 숫자가 오간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금이다. 월세는 매달 나가는 임대료다. 권리금은 시설·영업권·단골·위치 같은 무형의 가치에 붙는 돈으로, 임대인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앞선 임차인에게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권리금은 법정 보호가 제한적이어서, 상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항목이기도 하다. 소규모 점포는 이 세 숫자의 절대값이 모두 작다. 창업 문턱이 낮다는 것은 곧 철수 문턱도 낮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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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거리 — Izzatfikry99, CC BY 4.0 (Wikimedia Commons)

0% 상권의 두 갈래 — 관광지와 주거지

18곳의 목록을 다시 보자. 명동·동대문·이태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고, 건대입구·경희대·성신여대·수유·신림역은 대학가 또는 대학가 인접 주거지다. 공덕역·목동·불광역·왕십리·장안동·혜화동·서초·청담은 주거 배후를 가진 동네다. 관광 수요, 학생 수요, 주민 수요 — 세 가지 수요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0%라는 같은 숫자를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소규모 상가가 이 세 수요 중 어느 하나에도 깊이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광객이 줄어도 주민은 남고, 학생이 빠져도 배달 수요는 남는다. 반면 중대형 상가의 임차인은 관광·유통 자본의 흐름에 훨씬 민감하다. 공실률 차이의 상당 부분은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계약하느냐’에서 나온다.

반전 — 신사역 18.2%가 말하는 것

같은 조사에서 가장 높은 공실률은 신사역 18.2%였다. 이어 논현역 9.3%, 사당 9.0%가 뒤따랐다. 가로수길과 압구정을 끼고 있는, 서울에서 가장 비싼 상권 중 하나가 꼴찌였다는 뜻이다.

기사에 인용된 상가정보연구소 조현택 연구원의 설명이 이 모순을 정리한다. ‘신사역, 논현역처럼 매출 대비 임대료가 높은 상권은 소규모 상가라 할지라도 매출 한계가 있고,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공실을 채우기 힘든 실정’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임대료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매출 대비 비율이다. 싼 임대료는 소규모 상가의 강점이지만, 그 강점은 임대료가 매출에 비해 낮을 때만 성립한다.

그래서 ‘상권이 죽었느냐’는 질문 자체가 조금 어긋난다. 신사역이 비어 있는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매출로는 그 자리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권은 살아 있는데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 상태, 이것이 공실률이라는 지표가 담지 못하는 부분이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계약의 크기’

기사는 또 하나의 통념을 건드린다. 대형 자본이 상권에 들어와도 대부분 중대형 상가에 입점하기 때문에, 소규모 상가는 젠트리피케이션, 즉 상권 내몰림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이다. 임대료가 뛰는 압력은 먼저 큰 계약에서 발생하고, 그 압력이 골목의 작은 칸으로 옮겨붙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다만 이 안전은 영구적이지 않다. 몇 년 뒤 같은 상권의 중대형 상가 임대료가 더 크게 오르면, 작은 칸의 임대인도 ‘옆 건물이 그 값을 받는다’는 기준을 들고 나온다. 공실률 0%는 수요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임대인이 값을 올릴 여지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0%는 안정이 아니라 압력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통계를 읽는 세 가지 주의

첫째, 공실률은 ‘건물 수’ 기준인지 ‘면적’ 기준인지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작은 칸 여러 개가 든 건물과 큰 칸 한 개가 든 건물은 같은 공실률이라도 현장의 체감이 다르다. 둘째, 41곳이라는 표본은 서울 전체 상권을 대표하기에 넉넉하지 않다. 셋째, 이 조사는 2019년 1분기 숫자다. 그 뒤 몇 년 사이 상권의 유동인구와 소비 패턴이 크게 바뀌었으므로, 이 표는 ‘당시의 지형’으로 읽어야 한다.

이 기사의 자료원도 짚어 둘 만하다. 상가정보연구소는 상가·수익형 부동산을 다루는 민간 정보업체이고, 인용된 통계는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의 조사다. 즉 1차 자료는 공적 기관의 것이지만, 어떤 항목을 뽑아 어떤 프레임으로 묶었는지는 민간 업체의 편집이다. ‘소규모 상가가 인기’라는 표현은 임대 시장의 수요를 말하는 동시에, 그 업체가 다루는 시장의 언어이기도 하다. 같은 숫자라도 임대인 단체가 읽으면 ‘임대료를 올릴 근거’, 소상공인 단체가 읽으면 ‘작은 가게로 밀려나는 압력’이 된다.

비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원문에는 다른 도시나 다른 시기와의 직접 비교가 없다. 일본의 간판 상가 공실률이나 영국 하이스트리트의 수치와 나란히 놓고 싶어도, 이 기사만으로는 조사 기준과 시점이 달라 신뢰할 수 있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어 두는 편이 정직하다.

다만 기사 안에서 비교는 이미 한 번 이루어졌다. 소규모 2.9%, 중대형 7.5%, 오피스 11.0%. 같은 도시, 같은 분기,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나온 세 숫자다. 규모가 커질수록 비어 있기 쉽다는 이 배열은, 상가 시장에서 ‘크기’가 곧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8곳이 0%였던 시기에도 신사역은 18.2%였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평균 2.9%로 수렴하지 않는다는 사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상권의 운명이 두 자릿수만큼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 표의 진짜 내용이다.

독자에게

골목의 작은 가게가 대형 상가보다 잘 버틴다는 이 숫자를,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시겠는가. ‘작은 가게의 시대’로 읽을 것인가, 아니면 ‘큰 계약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작은 칸으로 모인 결과’로 읽을 것인가. 혹시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비어 있는 큰 건물 옆으로 작은 점포만 계속 새로 문을 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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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연합뉴스, 「서울서 소규모 상가 인기…명동 등 상권 18곳서 공실률 0%」, 2019년 7월 10일 https://www.yna.co.kr/view/AKR20190710061200003

· 통계 출처: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2019년 1분기 (상가정보연구소 분석)

· 배경: 위키백과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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