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이 터널에 들어가면 지도 위 파란 점이 몇 초간 그 자리에 멈춰 있다가, 출구 계단을 오르는 순간 5~10미터쯤 다른 골목으로 튀어 오른다. 화면 안내는 늘 “GPS 신호 약함”이라고 짧게 알리고 끝난다.
그 문장은 원인의 절반만 말한다. 지도 앱이 “신호가 약하다”고 할 때, 실제로 부족한 것은 신호의 세기가 아니라 조건식의 개수다. 위성 네 대를 쓰는 이유는 하늘에 네 점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손에 든 시계가 틀렸다는 사실을 미지수 하나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리는 전파의 속도에 시간을 곱해 나온다
GPS 위성은 20,200킬로미터 상공에서 원자시계 기준의 시간을 실어 보낸다. 수신기는 그 신호에 찍힌 송신 시각과 자기 시계의 수신 시각을 빼서 이동 시간을 얻고, 여기에 빛의 속도 299,792,458미터/초를 곱해 거리를 만든다. 위성까지의 실제 경로는 20,000킬로미터 남짓이므로 신호는 대략 0.067초, 즉 67밀리초 만에 도착한다.
이 계산이 놀랍도록 예민한 이유는 상수 때문이다. 시간을 100만분의 1초(1마이크로초)만 잘못 읽으면 광속을 곱한 값이 299.8미터 어긋난다. 스마트폰 안의 값싼 수정 진동자는 온도에 따라 100만분의 수십 초 수준으로 흔들리므로, 스마트폰의 시계만으로는 지하철역 한 개 크기의 오차도 감당할 수 없다.
세 개로 충분하다는 설명은 조건을 빠뜨린다
교과서 그림은 흔히 “위성마다 반지름이 거리인 구를 그리고, 세 구가 만나는 점이 내 위치”라고 말한다. 수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실제 위치 x, y, z 세 개를 미지수로 놓으면 방정식 세 개로 풀리니 세 대면 충분해 보인다.
이 그림이 맞는 것은 위성 셋의 위치와 거리가 모두 정확히 주어졌을 때뿐이다. 실제로 거리를 재는 과정에는 그림에 그려지지 않은 보정값이 붙는다. 위성에서 나온 전파는 대기 상층의 이온층을 통과하며 지연되고, 송신 시각과 수신 시각 사이에는 위성이 움직인 만큼의 궤도 변화도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그 계산에는 조용한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수신기의 시계가 완벽히 맞다는 가정이다. 실제 수신기에는 정확한 시계가 없으니, 거리에 곱해 들어간 시간 오차 b가 모든 위성에 똑같이 실린다. 그 순간 우리가 계산한 거리는 참거리가 아니라 “시계가 맞았더라면 이랬을 거리”, 즉 유사거리(pseudorange)가 되고, 방정식에는 네 번째 미지수 t가 추가된다. 미지수가 넷이면 방정식도 넷이어야 하므로 위성은 네 대가 된다.
위성 셋의 거리 원이 한 점에서 만나는 삼변측량의 기하 — 세르주 헬프리히, CC BY 4.0 (Wikimedia Commons)
네 번째 위성이 가져오는 것
과정을 순서대로 따라가 보자. 첫째, 각 위성의 궤도 위치는 방송 궤도력으로 계산해 둔다. 둘째, 위성 i까지의 유사거리 ρᵢ = |P − Pᵢ| + c·t를 만든다. 셋째, 네 개의 방정식을 동시에 만족하는 위치 P와 시계 오차 t를 찾는다. 넷째, 찾아낸 t를 모든 유사거리에서 빼면 참거리가 복원되고, 그 참거리들의 교차점이 3차원 위치가 된다.
시간 오차는 원자시계 수준으로 밀어낼 수 있다. 1970~80년대 초기 GPS는 위성당 시계 오차를 약 10나노초, 즉 10억분의 10초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만큼 거리 오차가 3미터 수준에서 머문다. 이 값은 거리 오차의 대부분이 시계가 아니라 대기 지연과 다중경로에서 온다는 것을 말해 준다. 네 번째 위성이 해결하는 것은 시계이고, 대기는 아래에서 따로 다룬다.
실내에서 안 되는 이유는 세기만이 아니라 구조다
실내나 지하에서 위치가 안 잡히는 까닭을 “건물이 신호를 막아서”로만 설명하면 조건식 쪽 이야기를 놓친다. 한 위성이라도 놓치면 미지수 넷을 방정식 셋으로 풀어야 하고, 해는 점이 아니라 곡선으로 퍼진다. 두 대만 남으면 해는 면이 되고, 세 대면 시계 오차를 모른 채 위치를 정해야 하므로 하늘의 한 점을 임의로 고른 것과 다르지 않다.
신호는 위성에서 오는 5,000킬로미터 밖의 약한 전파다. 건물 벽을 통과하면 10~20데시벨 단위로 줄어들고, 창가의 반사파가 원래 신호와 섞이면 도달 시간이 수십 나노초 늘어 거리 수 미터가 부풀려진다. “실내 GPS”라는 상용 서비스는 이 약한 신호를 억지로 증폭하는 대신, 기지국이나 와이파이 거리 측정 같은 다른 관측을 방정식에 얹어 조건을 채우는 쪽으로 해결한다.
지구를 둘러싼 GPS 위성 24기 이상의 궤도면 — 미 항공우주국/NOAA,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이 설명이 틀리는 경우
첫째, 위성 네 대는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 아니다. 고도나 시계가 이미 알려진 조건이면 세 대로도 위치가 정해지고, 반대로 위성이 다섯 대 이상 보이면 최소제곱법으로 오차를 흩어 오히려 정밀해진다. 요즘 수신기는 동시에 8~12대를 잡는다.
둘째, “네 대면 된다”는 설명은 위성이 모두 넓게 흩어져 있다는 전제를 감춘다. 하늘 한쪽에 몰린 위성은 기하학적 배치가 나빠 오차를 증폭시킨다. 이때 쓰는 지표가 정밀도 저하율(PDOP, 위성 배치가 나빠질수록 값이 커지는 계수)이고, 값이 크면 같은 신호 품질에도 위치가 흔들린다.
셋째, 이온층과 대류권 지연 역시 미지수다. 대부분의 수신기는 두 주파수 신호를 비교해 이온층 지연을 추정하지만, 값싼 단일 주파수 수신기는 모델로 보정한다. 그 모델이 어긋나는 날에는 네 대로도 수 미터 오차가 남는다.
생활에 적용되는 판단
첫째, 지도에서 위치가 튀면 앱을 닫기보다 하늘을 본다. 고층 건물 사이나 실내 정원처럼 하늘이 가려진 곳에서는 잠깐 이동해 개방된 곳에 서면 기하학 조건이 나아져 값이 안정된다.
둘째, 실내 도보 안내나 주차장 위치 찾기는 GPS가 아니라 와이파이·비콘·관성센서 조합이 담당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앱이 “정확도 ±5미터”라고 표시하는 것은 실내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셋째, 기록용 위치가 중요할 때는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측정한다. 한 점의 값보다 여러 점의 분포가 시간 오차와 다중경로를 평균으로 줄여 준다.
독자에게
여러분의 지도 앱이 마지막으로 위치를 확실히 잡았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하늘이 탁 트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두 곳의 값을 비교해 본 적이 있다면 어떤 차이가 났는지 알려 주면 좋겠다.
참고 자료
- Bradford W. Parkinson, James J. Spilker Jr. (eds.), Global Positioning System: Theory and Applications, Vol. I, AIAA, 1996.
- US Government, GPS Standard Positioning Service Performance Standard, 5th ed., 2020.
- Elliott D. Kaplan, Christopher J. Hegarty (eds.), Understanding GPS/GNSS: Principles and Applications, 3rd ed., Artech House, 2017.
- Wikimedia Commons, File:GPS-constellation-3D-NOAA.jpg (Public domain), File:Trilateration with Three Circles.png (CC BY 4.0, Serge Helfrich).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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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7 18:41
위성 4개 필요한 이유가 하늘에 점 4개라서가 아니라 내 시계가 틀렸단 걸 미지수로 인정하는 거라니 ㅋㅋ 1마이크로초에 300미터라니 ㄷㄷ 폰 시계로 지하철역 하나 크기 오차도 못 버틴다는 게 이해됨. 터널에서 파란 점 튀는 거 이제 "신호 약함"으로만 안 볼 듯. 고층 건물 사이에서 위치 튈 때 하늘 보라는 말도 바로 납득 ㅇㅇ -
빗방울
2026.11.07 20:05
저도 그랬어요. 지하철에서 나와서 파란 점이 엉뚱한 골목에 찍혀 있으면 괜히 헷갈리잖아요. 실내에서 안 될 때 곡선이나 면으로 퍼진다는 대목이 특히 와닿았어요. 저는 그동안 세기를 문제로만 생각했는데, 놓친 위성이 하나씩 늘 때마다 해가 점이 아니게 된다는 걸 알고 나니 "신호 약함"이라는 안내가 훨씬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건물 밖으로 나온 뒤에 한 10초쯤 서서 기다려요. 말씀대로 하늘이 열린 곳에서 조금만 버티면 확실히 덜 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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