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이탈리아의 고서 수집가 윌프리드 보이니치가 한 권의 필사본을 사들입니다. 240여 쪽. 표지도, 저자도, 제목도 없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어떤 언어와도 맞지 않는 문자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거든요. (예일대 바인케 도서관 소장)
뭐가 들어 있나
책은 내용에 따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식물이 그려진 부분, 천문 도해, 인체의 해부도 같은 그림, 그리고 약초/약제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림 속 식물 중 상당수는 현존하는 어떤 식물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없는 식물을 그려 넣은 건지, 아니면 극도로 양식화된 건지 아직 모릅니다.
문자는 무슨 언어인가
사용된 문자는 '보이니치 문자'라고 불립니다. 통계 분석 결과 자연어의 특성(반복 패턴, 단어 길이 분포)을 상당히 닮았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낙서나 무작위 문자열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어떤 언어와도 매칭되지 않았고, 같은 문자가 반복되는 규칙을 찾아내지도 못했습니다.
연대는 어떻게 아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으로 1404~1438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중세 후기, 유럽에서 실제로 제작된 책입니다. 필사본의 양피지와 잉크도 그 시대의 것입니다. 즉 20세기 장난이 아니라, 600년 전에 누군가 진짜로 쓴 책입니다.
가설들
지금까지 나온 이론은 크게 넷입니다.
1) 사라진 언어 — 유럽 어디에도 남지 않은 언어나 방언. 하지만 240쪽 분량을 채울 문법 체계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2) 암호 — 기존 언어를 암호화한 것. 다만 암호라면 해독 키나 규칙이 있어야 하는데, 600년간 아무도 못 찾았습니다.
3) 위조품 — 당대에 값비싼 책을 팔기 위한 가짜. 하지만 방사성탄소연대와 재료 분석이 진품임을 지지하고, 무엇보다 240쪽을 일관된 규칙으로 위조할 동기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4) 의미 없는 글 — 뜻이 없는 문자열을 기계적으로 생성했다는 설. 통계적 자연어성을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왜 아직 못 푸나
가장 큰 걸림돌은 '로제타석'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집트 상형문자는 같은 내용을 여러 언어로 적은 병행문 덕분에 해독됐습니다. 보이니치는 그림과 글의 대응 관계조차 확정되지 않아, 검증할 기준 자체가 없습니다. AI가 통계 패턴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해독인지 과적합인지 구분하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이라면 이 책의 첫 문장을 뭐라고 추측하시겠어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참고 자료
- 예일대 바인케 고문서도서관 — Voynich Manuscript (MS 408)
-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1404~1438년) — 애리조나대학교 연구
- Voynich Manuscript 통계 분석 관련 연구들(자연어 유사성 검증)
이미지 출처 및 라이선스
- 이미지 1: Voynich Manuscript 도판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 이미지 2: Voynich Manuscript 도판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댓글4
모든 이야기1496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
내 생각엔 그냥 당시 사람이 쓴
개인적인 일기장 같은 거 아닐까요ㅋㅋ
첫 문장은 아마 오늘 날씨 맑음 이런 거였을듯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