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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7일부터 10월 8일까지, 구글 폼 하나가 수학과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에게 익명으로 배포됐다. 응답자는 268명. 거의 60개 기관, 최소 5개국 이상에서 모였다. 약 85%가 대학원생, 약 15%가 포닥이었다. 그리고 이 설문이 닫힌 직후인 10월, OpenAI는 수학과 이론 컴퓨터과학의 미해결 문제 700개 이상에 대한 해답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설문을 만든 MIT 수학과의 Anna Brandenberger, Hanna Mularczyk, Dora Woodruff는 논문에서 그 시점 차이를 굳이 명시한다. 응답자 대부분은 그 700개를 보기 전에 답했다는 것이다.

설문의 마지막 질문 중 하나는 이렇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지난 몇 달 사이에 박사/포닥 이후 학계 수학에 남을 확률이 올랐는가, 내렸는가.' 응답자 266명 중 75.5%가 '내렸다'고 답했다. 네 명 중 세 명이다. 이 글은 그 숫자가 어떤 문장들로 채워져 있는지를 정리한 arXiv 논문(2610.40584)에 대한 소개다.

설문을 만든 이유: 필즈상 수상자들은 안전한 자리에서 말한다

논문의 출발점은 목소리의 비대칭이다. AI와 수학에 관한 논의는 필즈상 수상자, AI 연구소, 이미 테뉴어를 받은 교수들이 주도해 왔다. 저자들은 그들이 '안전한 직장에서 가설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쓴다. 반면 대학원생과 포닥은 같은 질문을 자기 계약 기간과 채용 시장 위에서 받는다. 개인적 이해관계가 가장 큰 쪽이 가장 조용했던 셈이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MIT 수학과 대학원생만을 위한 설문으로 2026년 9월에 시작됐고, 그 결과는 학과에 보내는 공개 서한으로 정리됐다. 이후 범위를 넓혀 두 번째 설문을 만들었고, 특히 '어떻게 쓰고 있는가'와 '수학 밖의 윤리 문제를 얼마나 고려하는가'를 더 물었다. 배포는 공식 채널이 아니라 지인과 동료의 메일링 리스트, 워크숍 단체 채팅방을 타고 퍼졌다. 표본이 무작위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따라 번진 것이다.

방법론에 대한 저자들의 자기 고백

이 논문에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문단은 결과가 아니라 면책 조항이다. 저자들은 '이 설문은 과학적 데이터 수집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먼저 못 박는다. 익명으로 경험과 우려를 정리해 주는 플랫폼, 비공식적인 온도 확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응답자들이 '매우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평균을 '수학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로 일반화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원자료 처리를 최소화한 것도 의도적이다. 질문과 자유 응답을 큰 주제별로 분류하는 것 말고는 요약이나 분석을 붙이지 않았고, 분량 때문에 자유 응답은 무작위로 절반 정도만 실었다. 저자들이 자기 해석을 얹지 않겠다고 선언한 논문이라, 인용된 문장들은 편집자의 요약을 거치지 않은 생목소리에 가깝다. 다만 그 대가로 이 논문은 '무엇이 몇 퍼센트'라는 표 외에는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돈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62%가 자기 돈으로 구독

구독료를 어떻게 내는지 묻는 문항(응답 181명, 복수 선택)에서 62%가 '자기 주머니'를 골랐다. 지도교수나 연구그룹이 내준다는 답은 20%, 학과나 대학의 샌드박스 환경은 23%, AI 기업의 무료 제공은 12%였다. 대학원생의 생활비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가 연구 도구 값으로 추가된 셈이고, 이 항목은 소속과 무관하게 불평등하게 배분된다.

자유 응답에는 그 계산이 더 노골적으로 나온다. 한 응답자는 대학 행정가의 입장을 이렇게 대신 말한다. '교수에게 2,000달러어치 토큰을 주는 것과 4만 달러짜리 포닥 펠로십을 주는 것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하나는 훨씬 싸다. 그리고 그 결정에서 이익을 보는 회사들이 그것이 똑같이 좋다고 주장한다. 나는 행정이 옳은 결정을 내릴 거라고 믿지 않는다.' 이 문장은 AI의 성능이 아니라 구매력의 문제를 지적한다.

반전: 가장 두려운 것은 실직이 아니라 '설명만 남는 직업'

설문은 '증명 소화(proof digestion)'라는 가상의 미래를 응답자들에게 제시했다. 형식적 검증과 공동체의 이해 사이에 남는 모든 일, 즉 강연하고, 설문을 쓰고, 동료와 대화하고, 교재에 기여하는 일이 인간 수학자의 주된 창작 활동이 된다면 그래도 수학을 계속하겠느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은 논문 본문에 숫자로 제시되지 않고 그림으로만 실려 있다. 다만 자유 응답에서 이 단어 자체에 대한 반발이 튀어나온다.

'제발 digestion이라는 단어를 쓰지 마라. 당신은 AI 기업의 X 계정이 만든 어휘에 영합하고 있다. 우리는 증명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 단어로 부르지 않았다.' 또 다른 응답자는 이 담론의 주도권을 지적한다. '우리 일이 proof digestion으로 옮겨간다는 논의는 대부분 이미 테뉴어를 받은 사람들이 이끈다. 정리 증명에서 밀려난 뒤 자기 역할이 뭐가 될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사람들이다. 그런 일에 큰 규모로 자금을 대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즉 우려의 핵심은 '일자리가 사라진다'가 아니라 '남는 일이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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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가설: 그래도 배울 사람은 남는다

논문에는 낙관론도 같은 무게로 실려 있다. 어떤 응답자는 AI가 결과 생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오히려 'publish or perish' 문화가 죽고, 지도와 설명의 질이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본다. 계산기 비유도 나온다. '계산기가 빨리 답하는 문제를 이해하려는 사람을 막지는 않았다.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을 것이다.' 연구의 사회적 성격이 오히려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 낙관론에는 논문이 스스로 기록한 반론이 붙는다. 낙관론의 전제는 '이해를 원하는 사람'이 제도 안에서 계속 길러진다는 것인데, 다른 응답자는 그 경로 자체가 끊길 수 있다고 말한다. 'ChatGPT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그 일은 박사과정 학생에게 주어야 한다. 내 첫 논문은 선배가 지루한 점근 계산을 맡겨서 나왔다. AI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나는 그 일로 연구 프로젝트와 멘토링을 얻었다.' 작은 프로젝트가 사라지면 사람이 자라는 경로도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이 논문이 인정한 한계

저자들이 명시한 한계는 세 가지다. 첫째, 시점이다. 응답은 거의 전부 10월 6일 OpenAI의 700개 문제 공개 이전에 모였고, 그 사건이 많은 사람의 견해를 바꿨을 수 있다. 둘째, 표본이다. 익명성 보호를 위해 참여 기관 전체 목록도 공개하지 않았고, 응답자는 자기 네트워크를 통해 모인 사람들이다. 셋째, 분석의 부재다. 저자들은 데이터를 요약하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이 논문만으로는 어떤 인과도 주장할 수 없다.

여기에 독자가 덧붙여야 할 한계가 하나 더 있다. '75.5%가 학계에 남을 확률이 줄었다고 답했다'는 문장은 이미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보고이지, 실제로 떠난 사람들의 통계가 아니다. 응답하지 않은 사람, 이미 수학을 떠난 사람은 이 268명 안에 없다. 논문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지만, 숫자만 인용하면 그 구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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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당신의 분야는 어떤가

이 설문이 수학과 밖에서도 읽히는 이유는 질문의 구조가 이식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구가 자기 일의 핵심 부분을 더 잘하게 될 때, 그 직업의 남은 부분은 무엇이고, 그 남은 부분을 누가 훈련시킬 것인가. 저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편집자, 채용위원회, 학과 행정가에게 '젊은 세대의 우려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한다. 동시에 대학원생 독자에게는 '당신의 경험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쓴다.

당신은 지금 쓰는 도구가 당신의 일을 대신하게 될 때, 그 일에서 무엇을 지키고 싶은가. 그리고 그 지킬 것을 다음 사람에게 어떻게 넘길 계획인가.

참고 자료

Brandenberger, A., Mularczyk, H., Woodruff, D., 'Early Career Researcher Responses to AI in Math', arXiv:2610.40584 [math.HO], 2026.
https://arxiv.org/abs/2610.40584
MIT 수학과 공개 서한: https://math.mit.edu/math-community/math_ai.html

이미지 출처: 첫 번째 이미지 'Formulas on an old blackboard' — Roman Mager (Unsplash), CC0. 두 번째 이미지 'Mathematics lecture at the Helsinki University of Technology' — Tungsten, 퍼블릭 도메인. 모두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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