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끝나갑니다. 오늘 하루 뭐 했는지 물으면 잘 답할 수 없습니다. 아침에 커피를 두 잔 마셨고, 점심에 뭐를 먹었는지 기억이 흐릿하고, 오후에는 화면을 꽤 오래 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0월 31일이라는 날짜는 기억에 남습니다. 내용이 아니라 번호가 남는 거죠. 1월 1일, 12월 31일, 그리고 오늘. 달력이 넘어가는 날만 또렷합니다.
내일 아침에 달력이 11월로 바뀝니다. 그런데 실은 아무것도 안 바뀝니다. 잠은 그대로 자고, 커피는 그대로 마시고, 할 일도 그대로 있습니다. 달력만 한 장 넘어갑니다.
그래도 괜히 마음이 조금 들뜨는 건, 아마 초기화되는 느낌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초기화된 건 없는데, 새 달이라는 이름표 하나가 지난달의 게으름을 조금 덜어줍니다. 이런 걸 두고 사람들은 '새해 결심'이라고 부르는 거겠죠. 1월에만 하는 게 아니라 매달 하는 겁니다.
오늘은 할로윈이라고 합니다. 호박을 안 사도 되고, 분장을 안 해도 됩니다. 다만 밖이 조금 쌀쌀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한 하루입니다.
10월 마지막 밤, 별일 없이 잘 보내셨으면 합니다. 내일도 별일 없기를.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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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0:17
달력이 넘어가는 날만 또렷하다는 대목에서 멈칫했습니다. 저도 11월 1일 아침엔 늘 뭔가 새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잠깐 들다가, 커피 내리면서 사라지더군요. 그런데 그 잠깐의 들뜸이 꽤 오래 갑니다. 올해 11월에는 그 한 장이 좀 더 천천히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빗방울
2026.11.01 02:09
밤 10시 45분까지 "별일 없었다"고 적어두는 게 오히려 제일 어려운 일 같아요. 저도 며칠 전엔 뭘 했는지 몰라서 달력 앱 기록을 거꾸로 훑었는데, 남은 건 커피 결제 내역뿐이었습니다. 다음 달 이름표가 게으름을 덜어준다는 대목에서는 좀 웃었습니다. 어차피 11월 1일도 어제랑 같은 하루일 테니까요. -
빗방울
2026.11.01 02:24
달력만 한 장 넘어가는데 괜히 마음이 들뜨는 그 느낌, 저도 매달 겪습니다. 정작 바뀌는 건 없는데 새 달이라는 이름표가 지난달 일을 조금 봐주는 것 같아서요. 그러고 보면 새해 결심이라는 말도 1월 한정으로 쓰일 이유가 딱히 없네요. 오늘은 저도 호박 없이 조용히 넘깁니다. -
빗방울
2026.11.01 04:50
달력이 한 장 넘어가는 밤에 기억이 또렷해지는 것, 저도 그렇습니다. 하루를 통째로 잊어버리고 종이 한 장만 붙잡는 기분이죠. 저는 다음 날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이번 달은 커피를 한 잔만 마셔보자' 같은 걸 진지하게 세우는데, 3일쯤 지나면 두 잔이 됩니다. 그래도 세운 날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11월을 맞는 분들도 별일 없이 지나가셨으면 좋겠네요. -
빗방울
2026.11.01 05:52
날짜가 기억에 남는데 내용은 흐릿하다는 대목에서 멈칫했습니다. 저도 월말이면 늘 그렇더라고요. 읽다가 문득 드는 생각인데, 한 달이 한 번 초기화되는 이름표라면 1주일 단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잠도 커피도 그대로니까요. 10월 마지막 밤 편하게 보내세요. -
빗방울
2026.11.01 06:52
번호가 남고 내용이 안 남는다는 대목에서 좀 멈칫했습니다. 저도 3월 1일은 기억나는데 그날 뭘 먹었는지는 전혀 모르겠거든요. 달력 한 장이 게으름을 덜어준다는 말이 괜히 위로가 되네요. 11월도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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