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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말, 홍콩 중환(中環, Central)의 공실률은 8.8%였다. 4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숫자다. 같은 동네, 같은 시기의 상가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중환과 침사추이(尖沙咀, Tsimshatsui)·완차이/코즈웨이베이(灣仔·銅鑼灣, Wanchai·Causeway Bay)를 묶어 부르는 "4대 핵심 상권"의 하이스트리트(high street, 대로변 1층 점포) 공실률은 9.1%로 2020년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프라임 쇼핑몰 공실률은 13.7%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

같은 도시, 같은 "빈 점포"라는 말로 묶이지만 방향이 서로 다르다. 2026년 7월 6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JLL이 낸 2026년 중반 시장 리뷰 및 전망은 이 엇갈림을 한 장의 표로 정리해 보여준다. 오피스는 회복, 상가는 바닥 다지기, 쇼핑몰은 그 반대다. 어느 한 지표만 보고 "홍콩 상권이 살아났다"거나 "죽었다"고 말하면 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대료 23.4% 오른 건물, 20.2% 오른 건물

JLL은 2026년 상반기 중환 A급 오피스 임대료가 7.3% 올랐다고 집계했다. 15년 만에 가장 강한 반기 상승폭이다. 그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A1 오피스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13.4%로, 2023년 3분기 수준을 회복했다. 벤치마크 빌딩으로 꼽히는 원 IFC(One ifc)와 투 IFC(Two ifc)는 각각 23.4%, 20.2% 올랐고, 두 건물 모두 임대료가 평방피트당 130 홍콩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2등급(A2)은 5.6%, 3등급(A3)은 1.4% 오르는 데 그쳤다.

회복이 전 구역에 균등하게 퍼진 게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JLL은 2026년 연간 전망을 중환 A급 10~15% 상승, 기타 핵심 구역 0~5% 상승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홍콩 동부는 0~5% 하락, 구룡 동부(九龍東, Kowloon East)는 5~10% 하락으로 예상했다. 전체 A급 오피스 공실률은 2026년 중반 13.1%다. 도시 전체로는 여전히 두 자릿수 공실인데, 중환만 8.8%로 내려간 것이다.

홍콩 중환의 대로변 풍경. 전차 선로가 깔린 데스부루스 로드(Del Voeux Road)를 따라 은행·오피스 빌딩이 늘어서 있다 — Wpcpey,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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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상가 임대는 한국의 전세·권리금과 어떻게 다른가

홍콩의 상가·오피스 임대차를 한국과 비교하려면 먼저 "보증금"이라는 장치가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을 봐야 한다. 한국 상가 임대차는 보증금을 맡기고 월세를 내며, 기존 임차인의 영업 가치를 권리금으로 따로 사고파는 구조가 널리 퍼져 있다. 홍콩에서는 사무실과 상가 임대가 보통 2~3년 단위의 정식 리스(lease) 계약으로 이뤄지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재협상하는 관행이 강하다.

다만 이번 JLL 보고서는 계약 구조나 보증금·권리금 제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홍콩에는 권리금이 없다"거나 "보증금이 몇 개월치다" 같은 구체적 단정은 이 자료로는 쓸 수 없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임대료의 방향과 폭뿐이고, 제도 자체는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겨 둔다. 홍콩은 토지가 대부분 정부 소유의 장기 임차(leasehold)라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으나, 역시 이 보고서의 범위 밖이다.

빈 점포가 늘었는데 신규 브랜드는 38.8% 늘었다

상가 쪽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이상하다. 하이스트리트 점포 공실률은 2025년 말 10.0%에서 2026년 6월 말 9.1%로 개선됐다. 하이스트리트 임대료는 상반기에 2.0% 하락했는데, 이는 2025년 하반기의 4.2% 하락보다 낙폭이 줄어든 것이다. 프라임 쇼핑몰은 공실률이 13.7%로 사상 최고까지 올랐고 임대료는 2.7% 하락했다. JLL은 연간 기준으로는 하이스트리트와 프라임 쇼핑몰 모두 0~5% 추가 하락을 전망한다.

그런데 같은 상반기에 비(非)현지 신규 브랜드의 개점이 2025년 하반기 대비 38.8% 증가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일본 브랜드다. 중국 본토 브랜드의 진입 구성도 달라졌다. 2025년 하반기 중국 본토 신규 진입 브랜드 중 식음료(F&B)가 63.6%였는데, 2026년 상반기에는 35.7%로 줄었다. 대신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가전 등으로 업종이 넓어졌다.

임대료가 70% 넘게 빠진 뒤에야 문이 열렸다

왜 이런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가. JLL은 하이스트리트 점포 임대료가 정점 대비 70% 이상, 프라임 쇼핑몰 임대료가 45% 이상 하락한 상태라고 짚는다. JLL 리테일 부문 선임 디렉터 쟈넷 찬(Jeannette Chan)은 이렇게 크게 조정된 임대료 수준이 "일부 소매업체가 매력적인 조건으로 프라임 입지를 확보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즉 공실 개선의 원인은 소비가 살아나서가 아니라, 임대료가 브랜드가 들어올 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읽기가 가능하다.

임차 수요가 몰린 업종도 바뀌었다. 2026년 상반기에 눈에 띄게 확장한 분야는 은행·증권, 교육, 피트니스다. 이들은 다른 업종보다 큰 면적을 임차했다고 보고서는 전한다. 중환과 침사추이가 가장 강한 임차 수요를 끌어들인 구역으로 꼽혔다. 같은 기간 상가 자산 가치는 상반기 3.1% 하락했으며, 이는 2025년의 17.1% 급락에서 낙폭이 줄어든 것이다. 보고서는 교육기관이 여전히 적극적인 매수자였고, 장기 임차와 우량 임차인이 붙은 자산에 투자자 관심이 몰렸다고 덧붙인다.

오피스를 움직인 건 IPO

오피스 회복의 동력은 소매가 아니라 자본시장이다. JLL은 공모주(IPO) 파이프라인이 강하고 중국 본토에서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발행사·주관사·법률사무소·컴플라이언스 팀의 수요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자금 유입은 프라이빗 뱅크, 패밀리오피스, 자산운용사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확장 수요는 투자펀드, 보험사, 법률 서비스, 핀테크 기업에 집중됐고, 대부분이 중앙업무지구(CBD)를 찾는다.

JLL 오피스 임대자문 총괄 샘 구얼레이(Sam Gourlay)는 앞으로 중환 A급 오피스 임대료가 평방피트당 140 홍콩달러를 넘어서면, 임대료 부담을 피해 빠져나오는 수요가 다른 구역으로 퍼질 수 있다고 본다. 완차이/코즈웨이베이와 침사추이가 그 수혜 후보로 지목됐다. 침사추이는 현재 주요 구역 중 공실률이 가장 낮다.

몰락이 아니라 용도 전환

통념과 다른 지점은 여기다. "홍콩 쇼핑몰 공실 사상 최고"라는 헤드라인만 보면 상권 붕괴로 읽힌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하이스트리트 공실은 5년 만의 최저로 개선됐고, 해외 브랜드 개점은 늘었고, 임차 수요의 성격은 패션·식음료에서 은행·교육·피트니스로 옮겨갔다. 이는 소매 상권의 몰락이라기보다 용도 전환(점포 공간이 금융·교육·운동 공간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읽는 편이 지표에 더 가깝다.

물론 이 해석에는 반대 논거가 있다. 쇼핑몰 공실률 13.7%는 "여러 주요 몰의 부진"에서 나온 것이고, JLL도 몰 임대료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하이스트리트 공실률 9.1%가 좋아 보이는 것도 "사상 최악 대비 개선"이라는 상대적 의미이고, 임대료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즉 회복이 아니라 하락의 멈춤일 수 있다.

한국과 견주면 — 명동, 그리고 다른 온도

비슷한 처지의 국내 상권을 하나 꼽자면 서울 명동이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고, 외국 브랜드의 진입과 철수가 잦고, 대형 리테일과 1층 점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홍콩의 4대 핵심 상권과 결이 닿는다. 관광 회복이 체감 경기를 끌어올리고, 임대료 조정이 장기 공실을 채우는 구조도 비슷하다.

다른 점은 수요의 성격과 제도다. 홍콩은 중국 본토 자본·기업과 IPO 시장이라는 외부 변수가 오피스와 소매를 동시에 밀어 올리고 당긴다. 서울은 국내 소비와 원화 환율, 그리고 권리금·보증금이라는 자체 계약 구조에 더 크게 묶인다. 한국 상가에서 임대료가 70% 빠지면 임차인이 유리해지는 대신 권리금 가치가 어떻게 붙는지가 따로 문제가 된다. 홍콩 자료로 한국 상권을 진단할 때는 이 간극을 감안해야 한다.

사료의 한계 — 누가 쓴 글인가

이 글의 1차 사료는 JLL이 자기 고객과 시장에 배포하는 홍보성 보도자료다. 작성자는 JLL 리서치 총괄 이본 리우(Yvonne Liu)이며, 인용된 발언자는 모두 JLL 임직원이다.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투자자 시각에서 쓰인 자료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회복은 특정 구역에 집중됐다"는 신중한 표현과 "상권은 여전히 어렵다"는 단서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립적인 통계기관 수치나 임차인 측 목소리는 이 자료에 담겨 있지 않다.

독자에게 — 번성과 생존은 다르다

임대료가 반년에 7.3% 오른 도시의 옆 골목에서, 점포 세 곳 중 하나는 여전히 비어 있다. 어떤 상권이 살아 있다는 말은 임대료가 오른다는 뜻일까, 아니면 사람이 붐빈다는 뜻일까. 두 지표가 반대 방향을 가리킬 때, 우리는 어느 쪽을 진짜 "상권의 온도"라고 불러야 할까.

참고 자료

모든 이야기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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