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제목을 모른다. 가수도 모른다. 인터넷에 올려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른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이 상태가 17년이나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노래’라고 불리던 곡 이야기다.
라디오에서 녹음한 노래 하나
시작은 1980년대 독일의 라디오 방송이었다.
한 청소년이 방송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다. 음악은 남았지만 제목과 밴드 이름은 남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녹음한 사람의 누나가 2007년 인터넷에 노래 일부를 올렸다. 누군가는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목을 알려주는 사람 대신, 같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 녹음 테이프의 곡 목록. 다른 곡들 사이에 ‘? - Blind the Wind’가 적혀 있다. 사진 표기: Lydia H.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PD-text). 크기·파일 형식 변환.
들어보면 이상한 음악도 아니다. 남성 보컬에 기타와 신시사이저가 나오는, 꽤 그럴듯한 1980년대 밴드 음악이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이런 노래를 만들고 라디오에도 내보냈는데, 어떻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사람들이 제목까지 대신 붙였다
제목을 모르니 검색할 이름도 필요했다.
사람들은 노랫말에서 들리는 표현을 따라 ‘Like the Wind’라고 부르기도 했고, 아예 ‘The Most Mysterious Song on the Internet’이라고 불렀다.
레딧에는 이 곡을 찾는 커뮤니티까지 생겼다. 방송 기록과 옛 밴드 자료를 뒤지고, 당시 음악을 알 법한 사람들에게 확인하는 수색이 이어졌다.
누군가 “우리 노래다”라고 나선다고 바로 끝낼 수도 없었다. 실제로 곡의 주인이라고 주장했다가 근거를 대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필요한 건 기억보다 오래된 녹음이었다.
돌파구는 옛날 신문에 있었다
2024년 11월, 레딧 이용자 marijn1412의 추적에서 실마리가 나왔다.
그는 옛 독일 신문 자료를 살피다가 FEX라는 밴드를 발견했고, 밴드 멤버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도착한 녹음 속에는 사람들이 찾던 곡이 있었다.
제목은 〈Subways of Your Mind〉. 독일 킬에서 활동했던 밴드의 노래였다.
FEX 카세트 라벨. ‘Subways Of Your Mind’와 함께 다른 곡 제목도 적혀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의 FEX 카세트 라벨 자료(잘라낸 버전), Public domain(PD-text). 파일 형식 변환.
그런데 정작 밴드 쪽 반응이 이 사건의 가장 웃긴 부분이다.
자기들 노래가 인터넷에서 그렇게 유명한 미스터리가 됐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NDR 보도에 따르면 멤버 Michael Hädrich는 레딧 이용자의 연락을 받고서야 이 수색에 관해 처음 알게 됐다. 곡을 쓴 사람은 옛 동료 Ture Rückwardt였다.
한쪽에서는 제목을 찾느라 수년을 보냈고, 다른 쪽에서는 그냥 옛날에 했던 밴드의 노래였다.
범인을 찾듯 밴드를 찾았더니, 드러머도 나타났다
이후에는 밴드 멤버들이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다.
2024년 11월 7일, 세 멤버가 NDR 라디오에서 곡을 연주했다. 아직 합류하지 못한 사람은 드러머 Hans-Reimer Sievers였다.
그는 다음 날 지역신문 문화면을 읽다가 자기 옛 밴드 이름을 발견했다. 이후 NDR을 통해 동료들과 연락이 닿았다.
본인도 약 10년 전에 옛 멤버들을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인터넷이 노래 한 곡의 제목을 찾다가, 흩어졌던 밴드까지 다시 모은 셈이다.
그런데 녹음본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밴드와 제목을 찾은 뒤에도 확인할 것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그 라디오 녹음과 같은 버전이었다.
2025년 1월 NDR은 후속 소식을 전했다. Hädrich가 크리스마스 무렵 집을 정리하다 카세트테이프 200개 이상이 든 상자에서 해당 녹음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는 재생 속도를 맞춰 인터넷 녹음과 비교했다. 새로 찾은 테이프에는 라디오 녹음에서 빠져 있던 도입부의 드럼 두 타격도 들어 있었다.
NDR은 이를 원래 녹음에서 복사된 테이프의 발견으로 보도했다. 단순히 “내가 불렀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녹음 자체를 비교할 자료까지 나온 것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으면 노래를 듣고 싶어진다.
다 듣고 나면 다른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지금도 옛날 테이프가 든 상자를 버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텐데, 거기 또 뭐가 들어 있을까.
노래와 당시 기록
이미지 출처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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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1:39
17년을 찾던 노래가 남의 창고 테이프 상자 안에 있었네요.
모든 이야기1457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