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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33번가, 펜역 바로 위. 2018년 4월의 한 평일 점심, 이 거리의 바닥에는 파란 접이식 의자와 화분 상자가 놓여 있었고, 은행 간판과 역 출입구 사이로 사람들이 오갔다. 지하철에서 올라온 통근자와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이 같은 평평한 바닥을 밟는 곳이다. 이 바닥이 지난 5년 사이 미국 도심 상가 논쟁의 실험실이 됐다. 뉴욕 교통의 심장부 한복판에서, 사무실용 가구와 상점가 사이에 어떤 용도가 들어설 수 있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

2020년 이후, 도심 상가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미국 주요 도심의 상가 임대료는 팬데믹 직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포스트스트리트 상권과 워싱턴 D.C.의 중심업무지구(CBD, 도심의 오피스·상업 밀집 구역)에서는 임대료가 30~50% 빠졌다. 사무실 공실이 늘고 재택·하이브리드 근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점심 손님과 퇴근길 손님에 기대던 가게들이 버티기 어려워진 결과다.

지금 상황은 방향이 바뀌었다. 업계 자료를 인용한 이 기사에 따르면 맨해튼 상가 임대료는 2019년 수준의 8% 아래까지 회복했다. 샌프란시스코·워싱턴 D.C.·시카고의 도심 상가 임대료는 코로나 이전보다 20~25% 낮은 수준이고, 시애틀은 13~14% 낮은 정도다. 시애틀은 팬데믹 직후 59%까지 떨어졌던 곳이다.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중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로스앤젤레스는 예외다. 이 기사는 L.A. 도심 임대료가 팬데믹 전후로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고 본다. 이유로 제시된 것은 구성이다. L.A. 도심 상가는 체험형·엔터테인먼트형 점포보다 생활필수 업종과 동네 서비스가 많아서, 사무실 인구가 줄어드는 충격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같은 병에 걸렸는데 어떤 도시는 앓고 어떤 도시는 앓지 않은 셈이다.

맨해튼 33번가 광장 일대 — Tdorante10,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왜 회복했나 — 사무실 인구와 관광이라는 두 축

기사에 등장하는 두 전문가의 진단은 단순하다. 브로커리지 회사 아비슨영(Avison Young)의 리테일 시장 인텔리전스 책임자 메건 마틴데일은 "상가는 사무실 재입주를 따라간다"고 말한다. 강한 주거 인구나 강한 관광이 없는 한, 도심의 낮과 초저녁 상가는 사무실 점유율이 핵심 수요 동력이라는 것이다.

CBRE 워싱턴 지역 리테일 담당 부사장 마이클 자카리아에 따르면 D.C.의 사무실 점유율은 팬데믹 이전의 70% 수준까지 올라왔고, 다음 해에는 80~90%를 기대한다는 관찰이 있다. 관광도 변수다. 마틴데일은 국내 관광이 먼저 돌아왔고 기업 관광·컨벤션은 아직 회복 중이며, 국제 관광은 명품·하이스트리트·플래그십 거리에 특히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한국으로 치면 사무실이 빽빽한 을지로와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과 닮은 그림이다.

그런데 회복의 대가도 있다. 마틴데일은 인건비·보험료·공과금·공용부문 관리비·보안 비용과 일부 시장의 임대료 상승이, 소상공인과 중간 규모 식당의 사업성 viability를 압박한다고 짚었다. 임대료가 돌아오는 것과 임차인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 상가 임대 구조 — 한국의 보증금·권리금과 다른 점

한국 독자에게 낯선 부분이 여기다. 미국의 상가 임대차는 보통 임대인이 껍데기만 넘기고 임차인이 내부를 싹 공사하는 구조다. 계약 기간은 5년, 10년 단위로 길고, 중간에 나오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그 대신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주는 것이 있다. TI(Tenant Improvement) 수당, 즉 인테리어 공사비를 임대인이 일정액 대주는 관행이다. 권리금에 해당하는 목돈을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내는 한국의 관행과 방향이 반대다.

기사는 이 구조가 공실 회복을 늦추는 이유를 직접 설명한다. 투자자들이 도심 상가 거래에 소극적으로 변한 이유로 임대 리스크 상승, TI·수수료 비용 증가, 공실 기간 장기화, 방문객 회복에 대한 보수적 심사(언더라이팅)를 꼽았다. 세입자를 들이려면 돈을 먼저 써야 하고, 그 돈을 언제 회수할지도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다만 이 기사는 미국식 상가 임대차의 법적 제도(소유권 구조, 임대 계약의 법정 요건, 지방정부의 규제 방식)를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leasehold·freehold 같은 영미권 소유 제도나 triple net lease(세금·보험·유지비를 임차인이 떠안는 순임대 방식) 같은 개별 계약 형태의 구체적인 적용은 이 기사 본문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TI 수당, 장기 계약, 유연한 단기·월 단위 계약이라는 실무적 차이까지다.

업종 구성의 변화 — 사무실 손님에서 주민 손님으로

기사가 제시하는 업종 변화의 방향은 한 줄로 요약된다. 주거 인구가 운동·건강·뷰티 서비스, 식음료, 소형 전문점 수요를 만들고, 사무실 인구는 아침 커피·점심·퇴근 후 술 한 잔으로 하루의 시간대를 넓힌다. 두 인구가 겹치면 상가가 하루 종일 돌아간다.

수치로 제시된 것은 하나다. 상업용 부동산 회사 LMT 커머셜의 조셉 S. 라티나 2세는 혼합용도 건물의 보행량이 전통적인 리테일 센터보다 20~30% 높다는 연구를 인용했다. 이 수치는 인용된 연구의 것이고, 기사가 자체적으로 측정한 값은 아니다. 구체적인 업종별 점포 수나 비중 변화는 기사에 없다.

대신 사례가 있다. 맨해튼 펜역 일대에서 보르나도 리얼티 트러스트(Vornado Realty Trust)는 펜 1·펜 2 오피스 재개발과 함께 1층과 롱아일랜드철도 통근자 콘코스 안쪽에 약 15만 제곱피트(약 1만 4천 제곱미터)의 상가를 재배치했고, 7번가와 신설 보행광장 플라자 33을 따라 약 10만 제곱피트의 핵심 상가를 더했다. 사진 속 광장이 그 공사의 결과물 중 하나다.

임대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 — 피닉스의 반례

임대료가 빠졌다가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설명이 쉽다. 어려운 사례는 원래 상가가 없던 곳이다. 애리조나 피닉스 도심은 오랫동안 "메인스트리트 상가를 지탱할 주거 기반이 없었다"고, 웨스턴 리테일 어드바이저스의 재러드 코필드는 말한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오피스뿐 아니라 다가구 주택, 호텔, 컨벤션센터, 프로스포츠 경기장, 대학 캠퍼스, 박물관, 경전철을 함께 늘려 왔고, 지금은 그 주거 밀도가 상가 수요를 끌어올리는 중이라는 것이다. 사무실이 줄어든 만큼 상가가 주민을 향해 방향을 튼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기사는 피닉스 상가가 얼마나 늘었는지, 임대료가 몇 퍼센트 올랐는지를 수치로 제시하지 않는다. 피닉스 대목은 현장 관계자의 진단이고, 맨해튼·워싱턴·샌프란시스코의 퍼센트 수치와는 근거의 무게가 다르다.

반전 — 상가가 비는 것이 아니라 용도가 바뀌는 중이다

"도심 상권 몰락"이라는 표현은 절반만 맞다. 기사가 그리는 그림은 점포가 다시 차는 것이 아니라, 점포의 쓰임이 달라지는 것이다. 라티나는 빈 상가를 채우는 방식으로 의료시설, 교육 센터, 피트니스 공간, 푸드홀이 흔해졌고, 적합한 경우 아예 아파트·콘도로 전환하는 임대인도 있다고 말한다. 비상업 용도로는 라스트마일 물류, 창고, 코워킹이 최소한의 투자로 들어오고 있다.

계약 방식도 짧아졌다.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의 임대인들은 팝업숍, 단기 상업 임대, 월 단위 계약으로 공실 기간을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새 브랜드 입장에서는 큰 비용 없이 시장을 시험할 수 있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빈 점포가 아닌 계약을 얻는다. 샌프란시스코시의 ‘Vacant to Vibrant’(빈 점포에 임시 세입자를 붙이는 프로그램)처럼 지자체가 중개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사진 속 33번가 광장 같은 장소가 상징적이다. 이곳은 원래 통근과 오피스로 정의되던 구역이었다. 이제는 상점, 식당, 공공 공간이 섞인 곳으로 다시 정의되는 중이다. 상가의 생존 방식이 점포의 종류가 아니라 점포가 놓이는 방식에서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한국과 비교 — 을지로·명동의 빈 점포와 무엇이 같고 다른가

가장 가까운 비교 대상은 오피스 인구 의존도가 높은 서울 도심 상권이다. 을지로·종로 일대는 사무실 인구가 줄면 점심 수요가 직접 빠지고, 명동은 관광객 회복 여부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이 기사의 뉴욕·워싱턴 구조와 닮았다. 외국인 관광객은 명품·플래그십 거리에 집중되고 국내 관광이 먼저 회복된다는 흐름도 같다.

다른 점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은 권리금과 보증금이 임차인의 진입 장벽을 만든다. 세입자가 목돈을 챙겨야 하니, 임대인이 팝업이나 월 단위 계약으로 빈 점포를 채우는 미국식 유연화가 그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둘째, 점포를 주거나 의료시설로 바꾸는 용도 전환은 건축·용도 규제와 소유 구조 때문에 미국보다 절차가 길다. 미국 기사에 나오는 "전환"의 유연함은 한국에서 공짜가 아니다.

사료의 한계 — 누구의 시선인가

이 기사는 상업용 부동산 뉴스 매체 CommercialSearch(상업용 부동산 중개 플랫폼 계열)가 2026년 1월 7일에 올린 것이고, 인용된 인물은 대부분 브로커리지·컨설팅 회사(CBRE, 아비슨영, LMT 커머셜, 웨스턴 리테일 어드바이저스)의 임원이다. 즉 임대인과 투자자의 시장을 보는 사람들의 진단이다. 세입자인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은 마틴데일의 한 대목으로만 짧게 언급되고, 폐업률·실업·생계 같은 지표는 나오지 않는다. 기사 첫머리 이미지가 생성형 AI 이미지(Anong/Adobe Stock)라는 점도, 이 기사가 현장 취재보다 시장 리포트 성격임을 시사한다.

퍼센트 수치의 기준 시점도 기사 안에서 명시되지 않는다. "2019년 대비 8% 아래", "코로나 이전 대비 20~25% 아래"라는 값은 어떤 지표(요구 임대료, 실효 임대료, 순임대료)를 쓴 것인지 기사에 없다. 방향으로 읽고, 값으로 인용할 때는 조심하는 편이 낫다.

독자에게

도심 상가를 살리는 힘이 임대료 인하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 사람이 살게 만드는 것인지. 뉴욕의 경험은 후자 쪽으로 기운다. 임대료를 깎아도 지나갈 사람이 없으면 가게는 서지 않고, 반대로 주민이 들어오면 비싼 임대료에도 가게가 선다. 우리 동네 상권의 문제를 임대료 문제로만 볼 때 놓치는 것이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당신이 사는 동네의 빈 점포는 임대료 때문인가, 아니면 그 거리에 머물 이유가 없어서인가.

plaza_s.jpg

참고 자료

· "High-Street Retail Regains Traction in the ‘New’ Downtown", CommercialSearch, 2026년 1월 7일 — https://www.commercialsearch.com/news/high-street-retail-regains-traction-in-the-new-downtown/

· 이미지: 맨해튼 33번가 플라자 일대 — Tdorante10,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File:33rd Street Plaza td (2018-04-27) 0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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