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랑구 장미달빛거리에서 제1회 골목야행이 열렸다. 일주일 뒤인 15~16일에는 장미제일시장의 '장미 야시장의 추억', 16일에는 장미꽃빛거리의 '제4회 장미포차'가 이어졌다. 한 구 안에서 사흘 간격으로 세 곳의 시장·상점가가 밤에 불을 켠 것이다.
이 축제들은 어디서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박승진 위원장이 2026년 서울시 예산에 중랑구 내 5개 전통시장 및 골목형상점가의 상권 활성화 사업비로 총 1억5,000만 원을 확보했고, 태릉시장·장미꽃빛거리·묵동도깨비시장·장미달빛거리·장미제일시장 다섯 곳에 각 3,000만 원씩 배정됐다. 이 글은 그 3,000만 원이 어디로 가고,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바꾸지 못하는지를 따져보려는 것이다.
1. 중랑구라는 땅 — 서울의 가장자리에서
중랑구는 서울 동북부, 한강과 이어진 중랑천 동쪽에 자리한 구다. 상계·노원·광진·성동·동대문구와 맞닿아 있고, 예로부터 재래시장과 골목 상점가가 생활 경제의 중심을 이뤄온 지역이다. 태릉시장과 묵동도깨비시장처럼 이름 자체가 오래된 동네 이름을 달고 있는 시장들이 그 흔적이다.
이런 구에서 상권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배경이 서울 전체의 인구와 소비 구조 변화다. 서울의 인구는 1992년 1,097만 명을 정점으로 교외화와 저출산으로 줄어 왔고, 2025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는 931만 5,066명이다. 이 수치는 시 행정구역 단위의 집계로, 구 단위 상권의 매출과 방문객을 직접 설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손님이 늘지 않는 도시에서 어떤 동네가 손님을 끌어오는가'라는 질문이 서울 모든 상권의 공통 과제가 됐다는 점은 보여준다.
2. 장미라는 이름 — 왜 중랑구에 장미인가
장미꽃빛거리, 장미달빛거리, 장미제일시장. 중랑구에는 '장미'를 앞세운 상권 이름이 유난히 많다. 중랑구가 서울장미축제를 열어온 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그 축제의 무대였던 장미공원 일대가 상권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름 하나가 상권의 얼굴이 되는 셈이다.
이름이 곧 브랜드인 상권은 축제와 잘 맞는다. 새 간판을 세우거나 새 메뉴를 개발하지 않아도, '장미'를 주제로 한 산책 동선과 야시장이 기존 점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릴레이 축제가 세 곳에서 사흘 간격으로 이어진 것도 같은 이유로 읽힌다. 하나의 테마를 여러 블록에 나눠 배치하는 방식이다.
3. 3,000만 원의 회계 — 무엇에 쓰이나
원문이 밝힌 것은 구체적이다. 확보된 예산은 상인들이 주도하는 축제와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상권별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 지역마다 다른 소비층과 상권 환경을 반영해 행사를 기획하도록 지원함으로써 획일적인 행사를 피하는 데 초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축제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버스킹 공연, 뮤지컬 갈라쇼 같은 문화예술 프로그램, 포차 운영, 주류 시음, 온누리상품권 페이백이다.
한 곳당 3,000만 원은 큰 돈이 아니다. 임대료를 낮춰주거나 점포를 새로 꾸며주는 데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모이는 저녁'이다. 축제 예산의 본질은 고정비 지원이 아니라 트래픽 구매에 가깝다. 이 선택은 지자체 상권 정책이 흔히 취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임대료·권리금 같은 구조적 비용은 건드리지 않고, 방문객 수를 늘려 매출로 연결되는지 기대하는 방식이다.
4. 왜 상인들이 직접 기획하나
원문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대목은 '상인들이 직접 기획한 행사'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상권 정책의 실제 쟁점과 연결된다. 지자체 주도의 축제는 무대와 조명은 화려하지만, 점포 안으로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상인이 자기 가게 앞에서 무엇을 팔고 무엇을 보여줄지 정하면, 행사가 끝난 뒤에도 그 판매 방식과 손님과의 관계가 남는다.
원문도 같은 지점을 짚는다. 축제의 효과는 행사 당일 방문객 수뿐 아니라, 축제를 계기로 형성된 관계가 일상적 소비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일로 상인들의 공동 홍보, 시장별 대표 상품과 먹거리 발굴, 재방문을 부르는 환경 조성을 꼽는다. 예산이 축제 기간에만 쓰이고 끝나면, 남는 것은 사진 몇 장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5. 반전 — '상권이 죽었다'가 아니라 '상권의 시간표가 바뀌었다'
전통시장 담론에는 정해진 문법이 있다. 대형 유통시설과 온라인 쇼핑 때문에 골목상권이 죽어간다는 서사다. 원문도 대형 유통시설의 확대와 온라인 중심의 소비 전환을 배경으로 깔고, 그래서 가격과 상품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차별화된 경험이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그런데 이번 축제들이 겨냥한 시간대는 낮이 아니라 밤이다. 야시장, 포차, 달빛거리, 골목야행. 낮의 시장이 온라인과 대형마트에 밀린다면, 밤의 시장은 그 둘이 잘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저녁에 걸어 나와 먹고 마시고 공연을 보는 경험은 배송이 대신할 수 없다. 상권의 문제를 '수요의 소멸'로만 읽으면 이 변화를 놓친다. 적어도 이 세 상권의 실험은 '수요의 이동'에 대한 대응이다. 낮에 팔던 것을 밤에 파는 것이 아니라, 밤에만 가능한 것을 파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6. 한국 상가 임대 구조 — 권리금과 공실률이라는 벽
축제 예산이 손대지 못하는 영역을 이해하려면 한국 상가 임대 시장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상가 임대차에서 임차인은 보통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여기에 권리금이라는 별도 비용이 붙는다. 권리금은 점포의 영업권, 시설, 단골, 위치 등에 붙는 프리미엄으로,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법으로 인정되는 범위와 보호 절차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정하고 있으며, 지역과 업종에 따라 금액 편차가 크다.
공실률은 일정 지역의 점포 중 비어 있는 비율이다. 공실이 늘면 임대인이 월세를 낮추거나 권리금을 포기하는 식으로 조정되지만, 그 조정은 느리고 아프다. 이미 들어와 있는 임차인에게는 월세 부담이 그대로 남는다. 축제로 유동인구가 늘어도, 그 늘어난 사람이 유지되는 상권이 되기 전까지 임대료가 먼저 오르면 상인의 몫은 줄어든다. 3,000만 원이 한 해 축제 비용으로 쓰이는 동안, 월세와 권리금은 그대로 굴러간다.
7. 비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번 기사에는 다른 지역 상권과의 비교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방문객 수나 매출 증가율 같은 수치도 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중랑구 방식이 다른 곳보다 낫다'거나 '축제가 매출을 몇 퍼센트 올렸다'고 말할 근거는 이 기사 안에 없다.
비교가 가능한 것은 방식이다. 소규모 예산을 여러 상권에 나눠 배분하고, 상인이 기획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결합하며, 온누리상품권 페이백 같은 소비 촉진 수단을 붙이는 조합은 다른 지자체도 흔히 시도하는 형태다. 반대로 상권별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을 달리 짜는 것을 명시한 점은 차별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어느 쪽이 실제로 더 효과적인지는 이 기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8. 사료의 한계 — 누구의 시각인가
이 기사는 지역 언론이 서울시의원의 행보를 다룬 보도다. 축제를 환영하는 발언과 예산 확보의 성과가 중심에 있고, 상권의 어려움이나 축제 이후의 매출 검증은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진다. 인용된 것은 박 위원장의 발언과 기사 작성자의 정리이며, 상인 개개인의 목소리나 반대 의견은 담겨 있지 않다. 지자체·정치권의 시각이 반영된 사료로 읽어야 한다.
원문 자체도 검증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행사 참여 점포 수, 방문객 반응, 매출 변화, 재방문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그 결과를 다음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가 끝난 뒤의 숫자가 공개되기 전까지, 이번 릴레이는 '잘 설계된 시도'이지 '검증된 성과'는 아니다.
9. 독자에게 — 당신 동네의 저녁은 어떤가
축제가 끝난 다음 주, 그 시장 골목에 다시 가보면 무엇이 남아 있을까. 새로 생긴 단골이 있을까, 아니면 깨끗이 치운 무대 자국만 있을까. 상권을 살리는 것은 결국 그 골목을 다시 찾는 사람의 습관이다.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문을 닫은 가게와 새로 문을 연 가게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 변화는 '상권의 쇠퇴'였을까, 아니면 '상권의 교체'였을까.
참고 자료
- 「[골목에 온기, 지역경제에 활력] 박승진 서울시의원, 중랑구 전통시장·골목상권 가을축제 환영…상권 활성화 예산 1억5천만 원 확보」, 전국뉴스, 2026년 10월 19일 — https://www.jeongu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533
- 서울특별시 인구·면적 일반 정보: 위키백과 「서울특별시」 — https://ko.wikipedia.org/wiki/서울특별시
- 사진: 망원시장 수산물 좌판, Enamoradadecorea, CC0, Wikimedia Commons (중랑구 상권이 아닌 참고 이미지)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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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2 18:27
3천만원으로 임대료는 못 건드리니까 결국 '사람 모이는 저녁' 사는 거잖아ㅋㅋ 근데 축제 끝나고 유동인구 늘면 월세부터 오르는 게 문제 아님? 그럼 상인 몫은 그대로 ㄷㄷ
모든 이야기1502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