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기준, 광주 전남대 일대 상가의 공실률은 32%다. 점심시간이 되면 대학생들이 몰려드는 길목은 여전히 붐비지만, 그 길목을 한 블록만 비켜나면 유리창마다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2020년 광주에서 처음으로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되며 광주를 대표하는 상권으로 이름을 얻었던 거리에서, 열 집 중 세 집 남짓이 주인을 기다리는 셈이다.
같은 시기 같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8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고,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 기대를 심었다. 부동산이 뜨거운 도시의 대표 대학가가 비어 가는 이유를, KBS광주 라디오 <최정민의 시사플랫폼>이 10월 1일 방송에서 다뤘다.
광주에서 처음 지정된 골목형상점가
전남대 후문은 지역민에게 오래 약속 장소였다. "전대 후문 어디에서 만나자"가 통하는 곳이었고, 광주 구도심의 경우에는 충장로 우체국이나 충장파출소 앞이 늘 만남의 기준점이었다. 2020년 전남대 후문 상권은 광주에서 처음으로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되며 공적인 지원 체계 안에 들어왔다.
골목형상점가 지정은 상징 이상의 실익이 있다. 지정된 상점가에서는 최대 10% 할인 혜택을 받는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마케팅 교육과 경영 자문도 함께 제공된다. 다시 말해 이 거리는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곳이 아니라, 지원을 가장 먼저 받은 곳이었다.
코로나가 남긴 것, 그리고 돌아오지 않은 것
상인들이 말하는 변곡점은 코로나19다. 외부 활동이 줄고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골목을 오가던 발길이 끊겼다. 문제는 그 뒤였다. 방송에 따르면 일대가 다시 붐빌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학생들의 모임 활동 자체가 줄었고, 모였다고 해도 늦은 시간까지 인근 상가를 함께 찾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예전의 대학가 저녁은 한 끼로 끝나지 않았다. 식사하고 호프집으로 옮기고, 다시 2차, 3차로 이어지며 한 번의 외출이 서너 개 점포의 매출을 만들었다. 상인회장은 이런 문화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주문이 매장 안에서 일어나던 시절에서, 배달 플랫폼과 SNS를 통한 구매로 옮겨 가자 학생들이 굳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왜 그런 변화가 생겼나 — 세 가지 힘
첫째는 소비 경로의 이동이다. 배달은 점심 한 끼의 지불 의사를 매장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옮긴다. 대학가 식당의 핵심 고객인 학생에게 점심은 원래 시간과 동선이 정해진 소비였다. 그 고정된 동선이 풀리면 골목을 걷던 사람 자체가 줄고, 걷던 사람에 기대어 있던 다른 업종까지 함께 손님을 잃는다.
둘째는 체류 시간의 붕괴다. 대학가 상권은 저녁 시간대의 체류에서 이익이 나는 구조다. 1차만 있고 2차가 없으면 식당은 그나마 버티지만 주점·노래방·카페는 설 자리가 줄어든다. 방송에서 상인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를 가장 큰 문제로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는 수요 기반의 축소다. 대학 인구와 그 주변을 오가던 생활 인구가 함께 흔들리면, 개별 점포가 아무리 잘해도 거리를 지탱할 총수요가 모자라진다. 상인회는 2022년부터 스마트기기 보급 등 현대화 사업을 벌였지만, 변화된 소비 패턴 앞에서 개별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
광주 충장로의 상가 거리. 대학가 골목과 구도심 상권이 함께 겪는 변화의 풍경 — Minseong Kim,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대학가만이 아니다
전남대 후문의 32%는 지역 전체의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지난 9월 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광주 구도심 핵심 상권인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20~30% 수준으로 확인됐다. 같은 광주 안에서 대학가와 원도심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더 넓게 보면 국회 국토위 소속 황희 의원이 공개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 올해 2분기 일반상가 공실률은 전남 13.70%, 광주 16.50%로 집계됐다. 5년 전 1분기와 비교해 전남은 3.97%p, 광주는 3.6%p 올랐다. 상승 폭은 전국 평균의 2배가 넘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에 이어 2, 3위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형성된 나주 혁신도시조차 평일 저녁에는 활기가 있지만 주말에는 상권이 한산해진다고 방송은 전한다.
임대료를 낮춘다고 채워지지 않는 이유
흔한 처방은 임대료 인하다. 그러나 방송에서 한국부동산원과의 해석으로 소개된 내용은 단호하다. 일시적 공실이라면 임대료 조정이 유효하지만, 장기화된 지역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은 임대료를 낮춰도 상권이 살아나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은 올해 2분기 상가 임대시장에 대해 민간 소비 감소에 따른 상권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인기 상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매출 감소와 공실 장기화로 임대가격 하락 흐름이 나타났다. 임대료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는 뜻이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조금 더 정확히
이 지점에서 몇 가지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보유한 시설·영업 노하우·단골·입지의 가치를 새 임차인이 사는 돈이다. 상권이 활황이면 권리금이 붙고, 침체하면 권리금이 사라진다. 권리금이 붙지 않는 자리는 임차인의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그 자리에서 벌 수 있는 장사가 그만큼 없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장사가 안 되면 가장 먼저 압박이 오는 것이 이 고정비다. 여기에 통상 1년 이상의 계약 기간과 원상복구 의무가 더해지면, 점포 하나를 접는 결정은 매출이 줄어드는 즉시 내릴 수 있는 판단이 아니다. 폐업이 늦어지면 빈 점포가 길어지고, 빈 점포가 길어지면 거리의 유동인구가 다시 줄어드는 되먹임이 작동한다.
공실률은 전체 상가 중 비어 있는 비율이다. 다만 같은 공실률도 성격이 다르다. 새로 분양된 건물의 미입주분은 시간이 지나면 채워지지만, 이미 오래 영업하던 점포가 나간 자리는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남대 후문의 32%가 어느 쪽 성격인지가 정책의 방향을 가른다.
반전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상권의 시계가 멈췄다
이 거리를 "죽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방송에 따르면 점심시간 무렵 대학생들이 끼니를 해결하러 골목 상점을 찾는 흐름은 여전히 있다. 비어 있는 곳은 주된 길목을 비켜난 자리다.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루 중 어느 시간대와 어느 위치에 머무는지가 바뀐 것이다.
그래서 북구가 착수한 실증사업의 목표 설정이 눈에 띈다. 매출 지원이 아니라 상권 체류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이다. 전남대 후문 골목형상점가 상인회와 전남대 총학생회 등 4개 기관이 참여해, 구는 콘텐츠 개발의 행정적 지원을, 상인회는 콘텐츠 연계 할인 혜택을, 총학생회는 재학생 대상 홍보를, 전문 업체는 데이터 수집·분석을 맡는다. 상인회는 별도로 광주시 산하기관 응모를 통해 확보한 1억 원으로 유튜브·블로그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10월 중 매장 25개 전후를 홍보할 계획도 세웠다.
다만 구체성은 아직 부족하다. 북구 소상공인지원과 관계자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상가 방문객 이용 실태와 활성화 방안·테마를 조사한 뒤 사업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기간과 추진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기억해 둘 부분이다.
공간을 바꾸는 정책과, 콘텐츠를 채우는 정책
같은 시기에 중앙정부도 다른 층위의 접근을 내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토교통부 등이 발표한 부처 협업형 재생사업은 지방 원도심의 공실 상가와 유휴 건물을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콘텐츠를 함께 지원한다. 국토부는 공실 상가를 매입하거나 장기 임대·상생협약으로 확보해 문화예술인 작업실이나 창업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입주자의 임대료를 지원한다. 지방정부는 조성 후 최소 10년의 운영계획을 사업계획에 담아야 한다. 문체부는 공간 재생과 연계한 콘텐츠 발굴과 유통을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입주 청년 창작자·창업자에게 활동비를 지원한다.
두 접근의 차이가 흥미롭다. 북구의 실증사업은 사람을 거리로 다시 불러내는 쪽이고, 중앙정부 사업은 빈 공간의 용도를 바꾸는 쪽이다. 빈 점포를 채우는 것이 목표인지, 빈 점포에 다른 쓰임을 주는 것이 목표인지에 따라 성공의 정의가 달라진다.
비교와 사료의 한계
업종 구성의 변화, 즉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줄었는지에 대한 통계는 이 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일반상가 공실률과 대학가 공실률이라는 두 수치를 제외하면, 업종별 증감을 보여주는 자료는 제시되지 않는다. 다른 도시의 대학가 상권과 직접 비교한 사례도 원문에는 없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두는 것이 정확하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이 보도가 라디오 대담 형식이라는 것이다. 진행자와 출연자의 해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공실률 32% 외의 현장 수치는 인용된 통계에 의존한다. 북구의 실증사업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지자체의 설명이 중심을 이루고, 상인회장의 기대도 함께 전해진다. 정책을 추진하는 쪽의 시각이 정리된 자료이고, 점포를 실제로 접은 이들의 개별 사정은 담기지 않았다. 폐업과 손실을 다룰 때는 그 뒤에 한 사람의 생활이 있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독자에게
여러분이 자주 가는 대학가나 동네 상권에서, 지난 5년 사이에 가장 먼저 문을 닫은 업종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 들어온 것은 무엇인가. 비어 가는 거리를 살리는 데 필요한 것이 임대료 인하인지, 새로운 콘텐츠인지, 아니면 공간의 용도를 바꾸는 결단인지 — 여러분의 동네에서는 어느 쪽이 통했는지 궁금하다.
참고 자료
[시사플랫폼] 대학가 골목 공실 장기화…"지자체·정부 상권 회복 공동 지원" — KBS 뉴스(KBS광주 제1라디오 <최정민의 시사플랫폼>), 2026년 10월 1일 방송.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675769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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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3 02:37
공실률 32%인데 부동산은 8주 연속 오름세라니 웃기네 ㅋㅋ 임대료 낮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말은 맞는 듯. 근데 체류시간 늘리려고 인플루언서 홍보에 1억 태우는 건 좀 의심스럽다 ㄷㄷ 점심 먹고 바로 나오는 학생들 발목 잡을 콘텐츠가 뭔지부터 정해야지
모든 이야기1555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