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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초, 영국 유통 컨소시엄(British Retail Consortium, 이하 BRC)은 새 재무장관 존 힐리(John Healey)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다. 요구는 단 하나, 2024년에 발표된 고용주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 Contributions, 이하 NIC) 인상분을 되돌려 달라는 것이다. 영국 최대 소매업체들을 회원으로 둔 이 단체의 수장 헬렌 디킨슨(Helen Dickinson)은, 이 부담이 이미 유통 부문에서 65억 파운드와 11만 5천 개의 일자리를 앗아갔다고 추정한다. 업계는 이 편지를 '일자리 감축의 흐름을 돌려 달라'는 요구로 요약했다.

거리 위에서 벌어진 일 — 세금이 점포의 사람 수를 정한다

영국 상점가에서 이 논쟁이 유독 아픈 이유는, 고용주 국민보험이 '근로자 한 명당' 매겨지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리브스(Rachel Reeves) 재무장관 시절인 2024년에 발표되고 2025년 4월 시행된 조치로, 고용주가 보험료를 내기 시작하는 연봉 기준선이 9,100파운드에서 5,000파운드로 내려갔고, 요율은 13.8%에서 15%로 올랐다. 기사는 그 결과 단시간 근무하는 청년들까지 과세 대상에 들어왔다고 전한다.

BRC는 기준선 변경만으로 17억 4천만 파운드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계산한다. 이 단체는 기준선을 다시 6,000파운드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크리스마스 임시직이나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굴리는 데 필요한 '사람 수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되돌려 달라는 요구다. 즉 이 편지는 임대료 인하 요구가 아니라, 고용 비용을 통한 상권 구조 개편 요구라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영국 상가의 뼈대 — 프리홀드, 리스홀드, 그리고 사업세

이 사안을 한국의 전세·보증금·권리금 체계와 겹쳐 보면 결이 다르다.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은 건물과 땅을 영구 소유하는 '프리홀드'(freehold)와, 일정 기간(흔히 99·125·999년) 사용권만 사는 '리스홀드'(leasehold)로 나뉜다. 점포 사업자는 보통 장기 상업 리스(commercial lease)를 맺고, 계약 기간 동안 정해진 임대료를 낸다. 한국처럼 '장사 자리' 자체를 사고파는 권리금 관행은 제도적으로 자리 잡지 않았고, 대신 점포를 쓰는 쪽에 재산세 성격의 '사업세'(business rates)가 매겨진다.

따라서 영국 점주의 고정비는 임대료, 사업세, 그리고 인건비 세 축으로 움직인다. 이번 편지가 겨냥한 것은 세 번째 축이다. 다만 이 기사는 개별 점포의 보증금이나 리스 조건, 사업세율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다. 위 제도 설명은 일반적 배경이며, 이번 사안의 실제 계약 조건은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음이다.

업종 구성보다 사람 수가 먼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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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풋록커(Foot Locker)·샘소나이트(Samsonite)·뉴발란스(New Balance) 매장, 2026년 5월 — Wutthichai Charoenburi, CC BY 4.0 (Wikimedia Commons)

영국 상권 기사는 대개 공실률과 업종 변화로 시작한다. 이 기사의 각도는 다르다. 매장 안에 남아 있는 점원의 수를 문제 삼는다. BRC가 내세운 11만 5천 개라는 숫자는 점포 수가 아니라 고용 규모의 변화이며, 기준선 인하가 '청년 단시간 근로'를 정면으로 때렸다는 진단이 붙는다.

함께 언급된 비용 항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디킨슨은 인건비 상승, 에너지 요금, 포장 관련 세금, 사업세가 겹치며 업계의 투자 여력이 줄었다고 말한다. 유통업 입장에서는 임대료 협상보다 이 네 가지 '보이지 않는 고정비'가 더 급한 셈이다. 편의점 협회(Association of Convenience Stores)도 같은 편에 서서 고용 비용을 억제하고 노동 개혁이 일자리 창출을 막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왜 지금인가 — 정부의 자기 약속과 예산일

시점이 상징적이다. 영국 정부는 '하이스트리트(high street, 영국식으로 도심 주상가를 부르는 말)를 되살리고 영국 전역에 희망을 되돌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정부 스스로가 상권 부흥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기에, 유통업계는 세금을 걷는 손과 거리를 살리는 손이 같다는 점을 정면으로 물고 늘어질 수 있게 됐다. 디킨슨은 번화가가 '더 강한 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정부의 언어를 그대로 되받아 쓴다.

기사가 10월 28일 예산안을 '전환점'으로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업계가 요구한 것은 세 가지였다. 고용주 국민보험 기준선 인상, 에너지 요금에 붙는 추가 부담 완화, 사업세 인상의 진정. 여기에 노동권 개혁이 유연 고용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진다.

반전 — 문 닫는 거리가 아니라, 사람을 못 뽑는 거리

통념은 '상권이 몰락한다'는 쪽이다. 그러나 이 기사가 그리는 장면은 다르다. 셔터가 내려가는 속도보다, 문을 연 매장이 사람을 채우지 못하는 속도가 문제로 제기된다. 세금이 고용 단위마다 붙는 구조에서는, 매출이 조금만 흔들려도 가게는 직원 수를 먼저 줄인다. 임대료처럼 협상할 수 없는 비용이 '일자리 수'와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해석은 업계 단체의 자기 계산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65억 파운드와 11만 5천 개 일자리는 BRC의 추정치이며, 세금 인상 외의 요인(온라인 소비 이동, 에너지 가격, 소비 심리)이 얼마나 섞였는지는 기사에 분리되어 있지 않다. 원문은 정부 측 반론이나 독립 연구기관의 검증을 함께 싣지 않는다.

한국과 겹치는 지점 — 인건비가 상권의 새 변수

한국 상권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임대료보다 인건비가 더 무거운 고정비가 됐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과 4대 보험료 부담이 겹치면, 소규모 점포는 알바생 한 명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틴다. 영국의 이번 사안은 그 구조가 제도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다른 점은 영국에서는 고용주의 세금 부담이 '연봉 기준선'이라는 명확한 숫자로 공개되고, 업계 단체가 그 숫자를 정면으로 협상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같은 부담이 보험료율과 최저임금이라는 두 축으로 흩어져 있어, 협상할 창구가 뚜렷하지 않다.

독자에게

당신 동네 골목에서 최근 문을 닫은 가게가 있다면, 그 가게가 임대료 때문에 닫았는지, 사람을 쓸 돈이 없어서 닫았는지 구분해 본 적이 있는가. 상권 정책은 늘 임대료와 공실률을 먼저 본다. 그러나 이 편지가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세금이 사람 수에 매겨지는 한, '거리를 살린다'는 말은 결국 '몇 명을 고용할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같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 Retailers urge John Healey to undo Reeves's High Street tax raid and 'turn the tide' on job cuts — This is Money (Emily Hawkins), 2026년 9월 2일. 원문 링크

· 본문의 제도 설명(프리홀드·리스홀드·사업세)은 일반적 배경 설명이며, 이번 기사에는 구체적 계약 조건·세율이 실려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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